소슬한 바람이

촉촉한 물수건으로

잎마다 아기 겨드랑 닦듯

숨결마저 새겨 넣어

나무마다 윤나게 그렇게 문지르니

저 맑은 가을 햇살

이 세상에 없는 빛깔 하나

영롱히 드러내어

가슴 솔기마다의 깊은 슬픔마저

스르르 문질러내네

저 하늘의 끝을 말아 올리며

시간의 중심을 환하게 열어오는

너의 가을 속 웃음소리

-신달자 <웃음소리>

날이 따뜻해지니 몇 년 전 봄에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당시 필자는 동료 4명과 부대찌개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밥을 먹다 문득 고개를 드니 앞에 앉은 동료 두 사람 사이로 다른 식탁의 여성이 보였다.

20대의 젊은 여성이었다. 매우 깔끔한 이미지의 여성이었다. 남자친구와 점심을 먹고 있었다. 필자는 그 여성에게 끌려 슬금슬금 쳐다봤다. 그런 어느 순간, 그녀의 눈과 필자의 눈이 딱 마주쳤다.

필자는 그녀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 여성에게 질세라 뚫어지게 계속 그녀를 쳐다봤다. 그런데 필자를 쳐다보던 이 여성이 살짝 미소를 지어주는 게 아닌가. 필자도 슬며시 웃어주었다. 그리고는 서로 눈을 내려 먹는 데 충실했다.

점심을 다 먹고 식사비를 지불하기 위해 그 여성의 테이블을 지나는데 누군가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돌아보니 바로 그 여성이었다. 필자도 서둘러 ‘네, 많이 드세요’라고 답례를 했다.

필자는 적이 놀랐다. 요즘 같은 상황에 모르는 남자가 자신을 쳐다보면 대부분 ‘이상한 남자네’라는 식으로 고개를 돌려버리거나, 그야말로 응큼한 사람으로 치부했으리라. 그럼에도 그녀는 오히려 필자에게 인사까지 한 것이다.

세상이 험악해지다 보니 사람을 만나면 경계부터 한다. 길에서 만난 여성과 남성이 자연스럽게 인사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서로 아는 처지에도 일단 경계를 하는 게 우리 실정이다.

그러니 식당에서 웃음을 보내고 인사하는 여성은 시대를 뛰어넘는 아름다움을 지닌 사람이다. 덕분에 필자는 그날 하루 종일 즐거웠다.

자신을 느닷없이 뚫어지게 쳐다보는 남자를 조용한 웃음으로 받아주는 여성의 다정함이 한 많은 세상의 부정적 요소를 긍정적 요소로 바꾸는 것이다.

신달자 시인의 <웃음소리>는 ‘정(情)으로 웃음 가득한 회사’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시인은 웃음소리가 ‘깊은 슬픔마저/ 스르르 문질러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바람이 아기 겨드랑이를 닦듯 아주 부드럽게 나무를 문질러’ 만들어낸 ‘이 세상에 없는 빛깔’이니 슬픔마저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웃음이 ‘시간의 중심을 환하게 열어’주게 된다. 세상을 맑게 닦아주는 이 웃음이 경계심 가득한 한의 부정적 요소를, 경계심 없는 긍정적 측면으로 바꾸어주는 것이다.

정이 가득해 웃음이 만발하는 회사는 결코 망하지 않는다. 그만큼 화합이 잘되기 때문이다. 회사를 떠난 사람도 결코 등을 돌리지 않는다.

오히려 밖에서도 가장 중요한 소비자가 돼 회사를 키우는 데 일조한다. 정(情) 있는 기업 건설. 지금, 이 땅의 CEO에게 가장 필요한 요소임이 분명하다.

황인원 시인·문학경영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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