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농수산식품공사는 가락동 농산물 도매시장을 관리하는 서울시 산하 기업이다. 농산물 도매 관리와 함께 학교 급식 사업을 위한 유통·교육 업무를 맡고 있다. 또 농수산식품 전자거래소와 국내외 도매시장 위탁 업무도 서울농수산식품공사의 영역이다.

하는 일이 많다 보니 매우 바쁜 회사지만 서울농수산식품공사는 ‘서울시 산하 기관 중 가장 자유롭고 민주적인 조직’으로 손꼽힌다. 탄력 근무제와 자유로운 제안 제도, 학습과 자기 성장을 격려하는 문화 덕분이다. 

▲ 서울농수산식품공사 학습조직이 지난해 송파구청장배 테니스대회에 출전한 후 수상 기념으로 촬영한 사진(제공=서울농수산식품공사)

육아휴직, 임신직원 단축근무제가 강점

서울농수산식품공사 물류개선팀에 인턴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임성진 씨는 “서울농수산식품공사는 가락도매시장을 관리하는 바쁜 회사지만 과도한 야근 관행이나 휴일 근무 분위기가 없다”면서 “서로 잘 모르는 직원들 간에도 웃으면서 인사하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강점”이라고 전했다.

비교적 낮은 직급의 사원이라 하더라도 자기 업무를 끝내면 일찍 퇴근하는 분위기가 사내에 정착돼 있다.

3, 6, 9, 12월 마지막 주 금요일은 자율 시차 출퇴근이 가능한 ‘유연 근무의 날’인 것도 서울농수산식품공사의 강점이다. 홍보팀 김태형 차장은 “탄력 근무와 시간 선택제를 통해 직원들의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다”면서 “지난해 기준으로 유연 근무의 날 제도를 이용한 직원이 82명”이라고 밝혔다.

임신직원 근로시간 단축제와 육아근무직원 단축근무제도 서울농수산식품공사만의 강점이다.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 여성 직원들은 1일 2시간 안에서 단축 근무가 가능하다. 또 임신 직원과 만 1세 자녀를 둔 여성 직원들은 9시부터 17시까지 탄력 근무가 허용된다. ‘아이를 가지면 직장에서 밀려나는 게 아닌가’라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에 더해 아버지 휴가·육아 휴직(총 3년)·간호 휴직(부모, 배우자, 자녀 등에 한해 1년 이내) 등도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 출산과 육아 걱정을 덜어주니 직원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하고 즐겁게 일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 서울농수산식품공사 자전거 동아리(출처=서울농수산식품공사)

민주적 조직 운영과 자유로운 제안 문화

서울농수산식품공사는 또 서울시 산하 기관 중 ‘가장 민주적인 조직’이라는 평도 듣고 있다. 지난 6월 서울농수산식품공사는 국내에서 여섯 번째로 노동자 이사를 임명했다. 변춘연 농산팀 차장이 그 주인공이다. 임기는 3년이다. 노동자 이사 제도가 정착될 수 있었던 것은 직원과 경영진 간의 소통을 중시하는 문화 덕분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노동자 이사 관련 조례를 만들고 정원 100명 이상인 16개 출연·투자기관에 의무화했다.

우수한 노사 관계는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모습에서도 잘 드러난다. 서울농수산식품공사 내에는 직원이 업무와 관련된 아이디어를 개진하고 포상하는 시스템이 있다. 업무 개선 아이디어를 제공한 직원들에게 매년 500만원(수혜자 8명)을 주고, 학습 동아리에도 매년 430만원씩 지급한다. 부서별로 예산 절감(또는 수입증대)을 이뤄낸 조직들도 포상을 받는다.

경영 활동에 기여한 직원들에게는 명확히 보상해준다. 지난해에는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으로 지방세·국세를 절감하는 데 기여한 재무팀, 코다리 명태 개선 방법 개선으로 수입을 늘린 수산팀, 가락몰 설비 보완공사 과정에서 비용을 줄인 설비공사팀 등이 예산절감 우수사례로 뽑혔다.

직원 교육 장려하는 ‘사람 중심 경영’

직원들의 업무 역량 증진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지원도 서울농수산식품공사의 강점이다. 이종혁 홍보팀 주임은 “직원들에게 리더십 교육·직무 전문가 양성 교육·기본 가치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에는 물류전문대학원과 법무대학원 등에서 학위 과정 지원을 받은 직원이 5명이었고, 공공기관 전문가 과정에서 유통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수강한 직원도 6명이다. 이 주임은 “직원들이 회사에서 얻어갈 수 있는 가장 큰 가치가 인적 자본(Human Capital)이라는 관점에서 교육 지원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기업들이 교육 지원을 줄이고 있는 추세이고, 회사에서 지원받고 학위를 딴 뒤 이직해 교육 프로그램을 무색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서울농수산식품공사에서 이는 전혀 걱정거리가 아니다. 김태형 차장은 “최고경영자의 경영 방침 자체가 ‘사람 중심 경영’이고 직원들이 서로 신뢰하는 분위기가 깔려 있기 때문에 교육 지원을 전혀 아까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책상물림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한 산지 체험과 야간 경매 체험도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신규 직원들은 입사하자마자 유통·회계·공문서 작성과 관련된 기본 교육과 함께 현장 분위기를 익히기 위한 훈련을 받는다.

갈등관리능력이 직원들의 핵심 역량

서울농수산식품공사가 직원들에게 원하는 핵심역량은 갈등관리능력이다. 임대상인·중도매인·도매법인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이는 곳이 도매시장이기 때문이다. 하루 12만명의 고객과 1만2000세대에 이르는 지역 주민, 700여 학교에 공급되는 급식체계 운영도 핵심 관리 대상이다.

이들 사이에서 늘 좌충우돌할 수밖에 없는 유통 전문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중재능력·현장파악능력이 필수다. 박송이 기획조정실 주임은 “서울농수산식품공사와 유통인 단체가 수시로 소통하며 거래 제도나 시설 사용 면적 등을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직원의 갈등관리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형 차장은 “직원들이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상대하면서 그들 간의 이익을 잘 중재하는 외교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회사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