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는 분침과 초침이 있고, 시간을 가리키는 기계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모든 시계가 시간을 가리킬 필요는 없다. ‘엠마 와치(Emma Watch)’는 시간을 가르쳐 주는 대신, 파킨슨병 환자들의 손 떨림을 줄여주어 생활에 도움을 주는 손목시계형 웨어러블 보조 장치다.

‘엠마 와치’는 2017년 5월,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시애틀 워싱턴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마이크로소프트 빌드2017(Microsoft Build 2017)’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프로젝트 엠마(Project Emma)’로 첫선을 보였다.

파킨슨병은 원인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난치병으로, 일반적으로 운동 조절 장애를 유발해 떨림증, 근육 경직, 느린 동작, 불균형한 자세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전 세계적으로 1000만명이 넘는 사람이 파킨슨병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파킨슨병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통계에 따르면 파킨슨병 환자 수는 2010년 6만2361명에서 2014년 8만4771명으로 5년간 40% 가까이 증가했다.

파킨슨병은 일반적으로 노년층에 발생하는 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젊은 사람들에게도 발병할 수 있다. 프로젝트 엠마도 33세의 파킨슨병 환자 엠마 로우턴을 도울 방법을 찾기 위해 시작되었다.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로우턴은 30대에 접어들면서 파킨슨병을 앓기 시작했다. 떨림 증상으로 인해 이름조차 쓸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디자이너로 일할 수 없었다. 로우턴의 친구인 마이크로소프트 혁신팀 책임자 헤이얀 장(39)은 병으로 인해 좌절한 친구를 돕기 위해 의료 장치를 개발하기로 결심했고, 개발된 기기의 이름도 친구의 이름을 따라 ‘엠마’로 정했다.

엠마 와치는 진동 모터를 사용해 착용자의 뇌가 떨림을 유발하지 못하도록 신호를 보내 근육 떨림을 진정시킨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공개한 영상을 보면, 로우턴이 엠마 와치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 쓴 글씨는 흔들려서 알아보기 힘들지만 착용한 뒤에는 떨림 현상이 덜해 훨씬 깔끔하다.

로우턴은 장이 개발한 엠마 와치를 통해 디자이너로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장은 엠마 와치가 친구 로우턴뿐만 아니라 세계의 파킨슨병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기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엠마 와치 상용화를 위해 ‘프로젝트 엠마’ 리서치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https://news.microsoft.com/en-gb/features/how-a-watch-helped-emma-write-again/
https://youtu.be/k9Rm-U9havE

 

INSIGHT

어떤 이는 아들의 난치병을 해결하기 위해 오일을 개발했고, 어떤 이는 자신의 친구를 돕기 위해 의료 장치를 개발했다. 억세게 운이 좋은 경우다. 하지만 만약 능력자 부모나 친구가 없다면? 그렇다면 이런 상상은 어떨까? 네트워크 이론에 의하면 전 세계 사람들은 여섯 다리만 건너면 서로 아는 사이다. 친구의 친구는 친구이듯이, 이런 식으로 사실 전 세계 모든 이들은 친구일 수 있다. 좁혀서 우리나라만을 생각해 보자. 친구를 위해 전국 공대에 ‘창의혁신수업’을 개설하고, 그중 몇 시간을 할애해 특정 질병의 증상을 자세히 알아보고, 이를 도울 수 있는 의료 장치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해 보는 것이다. 각 대학별로 도출된 결과물을 서로 공유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해결책을 발전시켜 나간다. 설사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 하더라도 큰 상관은 없다. 배움과 쓰임이 분리되지 않고, 수업 시간에 자기가 고민한 것이 가까운 자기의 친구를 도울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깨닫기만 한다면, 자기의 배움이 이렇게 쓰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공유한 것만으로도 큰 배움일 것이다. 프로젝트 엠마가 ‘측은지심(惻隱之心)’이 혁신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