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둔 직장인들의 크고도 무거운 고민들 중 하나가 육아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여성 10명 중 7명은 한국 사회에서 육아와 사회생활의 병행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출산과 양육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자 많은 여성 직장인이 회사의 눈치를 보면서 출산과 육아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일 분 일 초가 전쟁인 여의도 증권가의 워킹맘와 워킹대디들의 고민의 골은 더 깊다. 대형 증권사 대부분은 직장 어린이집 의무설치 대상이지만 이를 설치한 곳은 없었다. 일부 증권사들은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푸르니어린이집’과 협약을 맺었지만 경쟁이 치열해 추첨을 통과하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이런 어려운 여건에서 증권업계 최초로 직장 어린이집을 도입한 회사가 있다. NH투자증권이 주인공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 4일 증권업계 최초의 직장 어린이집인 ‘NH투자증권 어린이집’을 서울 여의도 농협재단빌딩 2층에 개원했다.

농협재단빌딩은 NH투자증권 본사와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어린이집은 건물 1층 이상 5층 이하에 설치해야 하고, 주유소와 같은 위험 시설과 50m 이상 떨어진 곳에 있어야 한다. 농협재단빌딩은 이 같은 법규정을 모두 준수하면서도 회사와의 거리를 고려한 최적의 장소라고 NH투자증권은 설명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직원들이 자녀를 자유롭게 맡길 수 있다. 4개 반 각 보육실에는 CCTV가 2대씩 설치됐으며 어린이들이 모서리에 다치지 않게 안전고리, 안전마개를 사용하는 등 안전한 보육환경을 완비했다. 100평 규모로 보육실과 조리실, 화장실, 비상재해 대비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임직원의 자녀 만 1세부터 만 5세 어린이 총 40명이 정원이다. 나이에 따라 4개 반으로 나누어 운영된다.

▲ 서울 여의도 농협재단빌딩에 마련된 NH투자증권 어린이집. 사진=NH투자증권

운영은 국내 200여개가 넘는 직장 어린이집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푸르니 보육지원 재단’이 담당한다. 어린이집에서는 교사 7명이 어린이들을 돌보고 있다. 교사 한 사람당 어린이 수는 5.7명이다.

재단은 어린이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즐거운 배움’을 기초로 푸르니 보육프로그램을 어린이들에게 교육한다. 체육활동, 언어, 수학, 음악, 미술 등 정규보육 외에 영어 동화 등 특별 활동을 한다.

연령별 발달수준과 과업을 반영한 개별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함은 물론 오후 10시까지 시간외 보육을 운영함으로써 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식사는 국내산 유기농 쌀, 무농약 식재료 등 엄선된 재료로 만든 점심과 저녁, 하루 2회 간식이 제공된다.

전지영 NH투자증권 직원은 “회사가 운영하는 보육시설이라 더욱 믿음이 가고, 가까운 거리에 있어 긴급상황이 생겨도 걱정이 없다”면서 “이제 일에 전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NH투자증권 어린이집은 최초로 설립된 민간 증권사의 직장 어린이집인 만큼 증권업계의 복지 모범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위상강화를 유도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시·도별 저출산 극복 컨트롤타워를 설치하고 지역거점센터를 마련해 출산·보육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이 직장 어린이집 개원을 기념해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건네고 있다. 사진=NH투자증권

그럼에도 증권업계는 유독 직장 어린이집 설치에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이들은 본사와 영업점 간의 형평성 문제와 임대료와 공간 확보 문제, 까다로운 설치 요건을 이유로 들었다. 한 증권사 직원은 “어린이집을 설치하려고 해도 회사 근처에는 임대료가 높은 편이고 공간 확보도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맞벌이 부부 및 기혼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출산율은 매년 감소하고 평균 출산연령은 높아지는 등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사회적 기업의 역할을 다하고 근로복지를 높이는 차원에서 어린이집을 개원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의 어린이집 개원은 일과 삶의 양립이 이뤄져야 생산성도 따라올 수 있다는 김원규 사장의 생각도 반영됐음은 두 말이 필요 없다.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은 “이번 어린이집 개원으로 직원들이 자녀양육의 부담을 덜고, 일과 삶의 양립을 이뤄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