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전국경제인연합으로 알려져 있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역시 네이버, 카카오의 지원을 받고있는 스타트업 창업지원단체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여기에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최근 네이버의 글로벌 ICT 기업 역차별 논란에도 뛰어든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뭉쳤습니다. 한국인터넷기업인의 밤 행사가 5일 밤 열렸습니다.

 

서울 넥슨 아레나에서 5일 밤 열린 행사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회의장, 자기가 최고경영자(CEO)이고 기자와 국민을 말단직원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 ‘버럭’ 장병규 4차 산업혁명 위원장 등이 영상으로 축전을 보냈습니다. 영상축전이 그렇듯 초반 분위기는 훈훈했습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 자격으로 참석한 김봉진 배달의민족 대표가 연단에 나설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최근의 규제 이슈를 거론하기는 했으나 ‘민머리인 자신이 겨울에 제일 춥다’ 등의 유머를 통해 큰 무리없이 넘어갔습니다. 문제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한성숙 네이버 대표였습니다.

한 대표는 상대적으로 어두운 얼굴로 ‘규제 이슈’를 꺼냈습니다. 그는 최근 글로벌 기업 역차별 이슈와 규제 등 다양한 논란을 언급하며 “갈등과 오해를 잘 풀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나아가 소통의 가치를 말하기도 했어요. 한 대표는 “최근 외부활동을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데 기술중심의 단어들을 많이 사용하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는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초심으로 돌아가 소통하고 설득해야겠다는 생각한다. 내년에는 외부와의 대화를 차근차근 풀어가는 시간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습니다.

한 대표의 말대로 최근 네이버의 상황은 썩 좋지 않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준대기업 지정과 이해진 창업주의 총수 지정 이슈를 거쳐 결정타는 10월 벌어진 뉴스조작 파문이었습니다. 네이버는 최소한 ‘공공성 논란’에서는 할 말이 없어졌어요.

최근 뉴스 내부의 ‘요약봇’이 실제 기사의 내용을 곡해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는데, 여기까지 이르면 허탈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네이버가 뉴스 내용을 왜곡하고 조작하려고 요약봇을 사용했을까요? 가능성은 지극히 낮습니다. 왜? 뉴스 왜곡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 민감한 시기에 누구나 왜곡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삽질’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건 전략의 부재입니다. 뭔가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제가 집중하고 싶은 것은 한성숙 대표가 말한 ‘소통’입니다. 이렇게 정리됩니다. 한 대표는 규제에 대한 이슈를 말하며 그 문제가 불거진 이유를 두고 ‘우리가 소통이 부족했다’고 말했습니다. ‘기술중심의 단어를 사용하지 말아야 겠다’는 다소 구체적인 내부지침도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 한성숙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저만 재미있나요? 한 대표는 지금 네이버를 둘러싼 논란이 자기들의 소통 부재로 시작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영향은 미쳤을 겁니다. 나아가 글로벌 기업 역차별 이슈는 분명한 실체가 있습니다. 그러나 진짜 논란은, 네이버가 최근 휘말린 진짜 논란의 핵심은 네이버의 조직, 사람, 갑질, 이해진 창업주 중심의 족벌기업 못지않은 경영환경 등이 더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여기에서 한 대표는 자신들의 잘못과 실책을 글로벌 기업 역차별 이슈에 물타기했고, 규제라는 이름으로 대충 얼버무려 ‘소통 부재가 문제였어’라고 넘어가려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 너무 나간 해석인가요? 지금 소통이, 소통‘만’ 문제인가요? 뉴스 조작 파문이 외부 소통으로 잘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건가요? '소통이 부재했다'는 아쉬움에는 '소통이 잘 되었으면 우리의 진심을 사람들이 알았을텐데'라는 전제가 깔립니다. 사실일까요? 절대 그럴 수 없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지금 네이버는 글로벌 기업 역차별이라는 중요한 이슈를 자기들을 향해 쏟아지는 공격을 방어하는 논리로 사용하는 치명적인 패착을 저질렀습니다. 모두 중요한 문제고, 이건 별도로 논의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문제들을 모두 규제라는 틀에 넣어 ‘우리가 소통이 부족했다’고 말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물론 인터넷기업인의 밤 특유의 문화, 또 한 해의 마무리를 기념하는 자리라 말 그대로 편안하게 이야기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네이버가 자기들을 둘러싼 위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 이야기도 하겠습니다. 당장 스타트업 혼자 모든 인프라를 마련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보폭을 맞추는 것 이해합니다. 스타트업들이 인터넷기업들을 ‘큰 형님’으로 모시겠다고 나서는 것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다만 네이버를 중심으로 플랫폼 갑질 논란이 불거졌을 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선택을 해야할 겁니다. 결론은 이미 있죠? 그 결론에 따른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지 지금부터, 바로 지금부터 고민하시길 바랍니다.

[IT여담은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 번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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