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빠른 고령화로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678만명으로 집계됐다. 8년 뒤인 오는 2025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 1000만명 시대를 맞게 되고, 2050년대에는 노인 비율이 40%를 넘게 될 전망이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2016년 생명표’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의 기대수명은 82.4년으로 전년보다 0.3년 늘어났다. 생명표는 현재의 연령별 사망 수준이 유지된다면 특정 연령의 사람이 향후 몇 세까지 살 수 있는지를 추정한 통계표다. 기성세대의 기대수명도 늘어났다. 지난해 40세였던 남자는 향후 40.4년, 여자는 46.2년을 더 살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60세였던 남자는 22.5년, 여자는 27.2년을 더 생존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전년보다 0.2~0.3년 증가한 수치다. 10년 전보다는 3년 정도씩 늘어났다.

그러나 지난해 출생아가 병 없이 건강하게 살 것으로 추정되는 기간은 64.9년이었다. 기대수명 82.4년 가운데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보내는 기간이 17.5년이라는 의미다. 기대수명은 늘고 있지만 건강 기간의 비율은 2012년 81.3%, 2014년 79.7%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국가 의료비 부담 역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이 지난해 진료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총 진료비는 73조 4732억원이며 이 가운데 건보 적용 진료비는 64조 5768억원으로 집계됐다. 건보 진료비는 전년 대비 6조 6221억원 올랐다.

국회 보건복지위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전주갑)이 지난 10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7년 6723억 원이던 요양병원 진료비가 지난해 4조 422억 원으로 늘었고, 65세 이상 노인의 총진료비도 지난 2008년 10조 4904억 원에서 지난해 25조 187억 원으로 2.5배 증가했다. 노인들이 자주 찾는 치과병의원의 진료비도 같은 기간 3배 늘었다.

그에 따르면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노인 65세 이상 진료비 비율도 지난 2008년 29.9%에서 올 상반기 39.9%로 올랐다. 

정부와 의료계 등 업계 관계자들은 진료비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건보 재정도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2016~2025년 기간의 ‘건강보험 중기 재정추계’를 분석한 결과, 내년에 건보 재정이 적자로 돌아서고 2023년에는 모두 소진될 것으로 전망됐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이코노믹리뷰에 “건보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국고지원 지속성과 확대’, ‘건보료 인상’ 등 두 가지 방안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현재 ‘저부담-저급여’ 체계에서 건보료 인상을 통한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단에 따르면 건보재정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건보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전 성상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지난 10월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가 제시한 건강보험료 3.2% 인상률은 조금 부족하다고 판단한다”고 언급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건보재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올해 3.2%인 건보 인상률을 2026년 4.9%까지 높여야 한다고 전망했다. 또 현재 6%대인 국민의 건보 부담률은 2018년 6.24%, 2025년 7.78%에서 2026년 8.16%, 2027년 8.47%로 높여야 한다.

이에 김 의원은 “건보 재정에 심각한 구멍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건보료 인상에 솔직해져야 한다”면서 “고령화로 인한 건보재정의 압박이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사회를 대비한 건보재정의 안정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 국고지원 확대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수입은 가입자인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 수입으로 80%를 충당하고, 나머지 20%는 국고지원(일반회계 14%, 담뱃세 건강증진기금 6%)으로 메운다. 그러나 내년 건보재정 일반회계 국고 지원은 정부안보다 2200억원 감액된 5조2001억원으로 확정됐다. 내년도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0%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당초 정부는 건보 국고지원 일반 예산을 올해보다 11% 늘어난 5조4201억원으로 책정, 국회에 심의를 요청했다.

건보공단 노조 관계자는 “일본은 정부지원금으로 건보총수익의 38.4%, 대만은 37.8%, 프랑스와 벨기에는 각각 52.0%와 33.7%를 지원하고 있으며, 국고지원에 소극적이었던 독일 역시 지원금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추세”라면서 “반면 우리나라는 국고지원을 줄이면서 세계적 흐름에 역주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매년 정부의 일반 예산에서 지원해야 하는 국고지원액이 과소 추계되어 미지원된 국고지원금이 5조원을 넘어섰다. 안정적인 건강보험 재정 기반을 마련해야 건강보험의 내실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