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주부 A씨는 차량 운행 중 상대방 차량과의 가벼운 접촉사고로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문제는 A씨 뿐만 아니라 상대방 차량 운전자도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다는 것인데, 특히 신호를 위반한 A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사실이 인정되니 벌금 100만원을 납부하라는 ‘벌금통지서’를 받게 되었다.

#2. 한국에서 5년 간 거주하여 한국말도 곧잘 하는 외국인 B씨는 한국에 놀러 온 고향친구들과 술집에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게 되었다. B씨가 잠깐 화장실을 다녀 온 사이 고향친구들은 옆 테이블 취객들과 다툼이 생겨 소란이 발생하였고, 싸움이 커지지 않도록 이들을 중간에서 중재하던 B씨에게는 ‘업무방해죄’가 인정되니 벌금 300만원을 납부하라는 ‘벌금통지서’가 날아온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전과자가 될 수 있다. 흔히 ‘호적에 빨간 줄이 간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는 ‘전과기록’은 일반적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벌을 받는 경우를 의미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실제 사례들에서도 알 수 있듯 특별히 범행을 의도하지 않더라도 순간적인 부주의로 벌금형을 받게 되는 경우는 부지기수고, 그 절차 역시 당사자를 정식으로 법정에 세우지 않고 당사자가 ‘벌금통지서’, 정확한 명칭으로는 ‘약식명령등본’을 받는 것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약식명령등본’을 받고도 이를 ‘과태료 부과 통지서’를 받는 것과 동일시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약식명령등본’은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법원에 정식재판청구를 하면 법정에 출석해 판사 앞에서 무죄를 다툴 수 있다(형사소송법, 이하 형소법 제453조 제1항 참조).

또한 무죄를 다투지 않더라도 벌금액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을 주장하며 법원에 선처를 구해 벌금액수를 깎을 수도 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457조의 2에서는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고 해 약식명령등본을 받고 정식재판을 청구한 경우라도 법원은 약식명령에서 부과한 금액과 동일한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을 뿐 그것보다 중한 형은 선고하지 못하도록 못 박고 있어 적어도 정식재판을 청구해서 손해 볼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벌금을 부과하는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한 피고인은 지금과 달리 약식명령에서 부과한 벌금보다 더 많은 벌금을 내야할 수 있다.

지난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형사소송법(이하 형소법) 개정안에는 위와 같은 내용의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규정한 형소법 제457조의 2를 삭제하는 내용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형의 종류까지 변경하는 것은 금지를 해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을 청구한다고 해 징역형 등을 부과 받는 경우는 없겠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처럼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법원의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 청구를 남용하는 사례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입법 발의한 이 개정안은 1995년 형소법에 도입된 약식명령에 대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반성적 고려에 의해 다시 폐지하는 것으로 정부는 ① 정식재판청구가 범죄자에 대한 ‘형벌상한 보증제도’로 전락한 점 ② 정식재판 심리 결과 약식명령 상의 벌금보다 더 높은 금액의 벌금형을 부과해야 할 필요성이 발견되어도 그 이상의 처벌이 불가능한 것은 실체적 진실에 반한다는 점 ③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청구 사건의 숫자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도입 이전보다 6배 이상 급증해 사법자원의 낭비가 발생하고 있는 점 ④ 정식재판청구에 대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은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의 외국 입법례에서도 찾기 어려운 점 등을 법안 발의의 근거로 삼고 있다.

그 동안 정식재판청구에 따른 업무량 폭주로 골머리를 썩던 법원, 검찰은 대체로 이번 개정안 통과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실무적으로 부실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약식명령제도’부터 손봐야하는 것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약식명령은 일반적인 정식기소 절차와 달리 검사가 아닌 검사직무대리가 주도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약식명령에 의한 기소는 법원 내부에서도 특별한 심리절차 없이 판사의 서류심사만으로 발령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체적 진실을 밝혀 억울함을 해소하겠다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만은 혹시라도 정식재판에서 약식명령에서 부과한 벌금보다 높은 액수의 벌금이 나올까봐 ‘벙어리 냉가슴 앓듯’ 국민들의 재판청구권이 제약받지는 않을지, 이번 개정안이 가져올 사회적 파장에 대하여 법조계는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