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데이터 요금이 세계 주요 나라 중 가장 비싸다는 분석을 해외 시장조사 업체가 내놨지만 요금제 단순 비교와 국내 통신 할인 서비스 미반영 등 조사 기준이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국내 이동통신 3사.출처=각사 홈페이지

핀란드 경영컨설팅 업체 리휠(Rewhell)은 지난 1일(현지시각)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와 유럽연합(EU)에 속한 41개국, 재판매업체를 포함한 이동통신업체 187개의 요금제 1628개를 비교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데이터 요금이 가장 비싸다고 발표했다.

리휠은 스마트폰 요금제를 월 국내 무료통화 최소 1000분 이상 제공되는 '스마트폰 요금제(SP)'와 데이터만 이용하는 '모바일 브로드밴드(MB)' 두 가지로 나눠 데이터 가격을 환산·비교했다.

리휠의 조사에 따르면 SP 요금제의 경우 4G LTE 데이터 1기가바이트(GB) 당 가격은 한국이 13.4유로(약 1만7300원)로 41개국 가운데 가장 비쌌고, 캐나다가 12.1유로로 2위, 미국은 9.6유로 6위를 차지했다. 일본은 5.7유로로 10위, 독일 5유로로 13위를 차해 OECD 평균 3.3유로보다 높은 국가는 총 19개로 확인됐다.

이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리휠의 조사에서 가장 저렴한 요금인 핀란드 0.3유로(약 380원)보다 45배 비싼 것이다.

▲ 핀란드 경영컨설팅 업체 리휠(Rewhell)에 따르면 한국은 음성통화 1000분 기준 통신비용가 가장 비싼 국가다.출처=리휠 DFM 보고서.

리휠의 조사 방식에 국내 이동통신 3사는 반박했다.

국내 통신업계자는 “리휠의 요금제 조사는 한국의 요금 체계를 파악하지 않은채 단순 비교해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통화 1000분 기준 요금제 비교 자료에서 국내에는 다양한 요금제가 있는데 한국 자료는 2만9900원 요금제를 기준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리휠은 30유로(약 3만8700원)로 사용할 수 있는 4G LTE 데이터의 양도 비교했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0.3GB로 38위를 차지해 그리스, 헝가리, 몰타를 제외하면 가장 비싼 셈이다.

▲ 핀란드 경영컨설팅 업체 리휠(Rewhell)에 따르면 한국은 30유로 기준 데이터 제공을 거의 받지 못한다.출처=리휠 DFM 보고서.

통신3사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 사용된 30유로 기준 설정이 잘못됐다”며 “국내 통신 요금 체계에서 30유로에 해당하는 요금제는 국내 대표 요금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요금제는 가격이 오를수록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해 결국 가격이 낮아지는 구조다”라면서 “무엇보다도 국내 알뜰폰 통신요금과 최근 시행된 선택약정할인(25%)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올해 초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가 내놓은 ‘2016년 국가별 스마트폰 이용자 1인당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 조사’에서 한국은 4.9GB를 사용해 4위를 차지했다. 핀란드는 14.43GB로 1위를 차지했고 대만은 11.12GB로 2위, 3위는 5.11GB를 사용하는 일본이 차지했다.

▲ 2016년 국가별 스마트폰 이용자 1인당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출처=SA

SA 조사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데이터를 많이 이용하면서 비용도 많이 내는 것이다. 반면 핀란드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데이터를 한국보다 약 3배 이상 많이 사용하면서 비용은 한국보다 적게 지불한다.

리휠은 보고서에서 한국을 비롯해 캐나다, 미국, 일본 등을 지목하면서 "이들 국가 이동통신 업체들은 데이터 가격을 과도하게 비싸게 책정했다"고 지적했다. 전체 이동통신업체 가운데 SP 요금제에서 데이터 1GB 가격이 가장 비싼 업체 중에는 SK텔레콤(5위), LG유플러스(7위), KT(10위)로 국내 이동통신 3사가 모두 포함됐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관계자는 “각 국가별 통신요금은 요금제마다데이터 제공량이나 약정에 따른 할인내용 등 조건이 다르기때문에 리휠의 기준으로 통신요금을 비교하기에 무리가 있다”면서 “OECD도 이점을 반영해 2015년까지 발행한 국가별 통신비를 비교하는 자료를 더 이상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의 반응은 다르다. 한 스마트폰 이용자는 “6만원의 통신비와 단말기 약정 금액으로 매월 10만원이 넘는 금액이 지출된다”면서 “가계소득대비 통신비 지출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통신비에는 데이터와 음성통화 서비스 비용만 포함된 것이 아니라 마케팅 비용도 포함된 것 아니냐”면서 “정부에서 선택약정을 25%로 올린 것은 결국 통신비가 서민들에게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국내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내 통신 요금은 통신망 구축과 같은 기반 시설 투자 금액과 마케팅 비용 등이 포함됐다”면서 “국내 데이터 서비스는 속도나 품질면에서도 세계 어느나라와 비교해 뒤처지지 않아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계 소득 대비 통신비 비교를 제쳐두고도 이번 리휠의 국가별 통신 요금제 비교 조사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 이동통신 3사의 공통된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