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이 25%로 상향 조정된다. 여야는 5일 국회에서 본회의를 열고 과세표준 3000억원 이상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3%포인트 올린 25%로 조정하는 세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지난 8월 정부가 법인세 인상 카드를 꺼내든 지 4개월만이다. 이로써 법인세율은 이명박 정부 이전 최고 수준인 25%로 다시 돌아가게 됐다.

그러나 최근 미국∙유럽∙일본 등 해외 주요국가들은 법인세 인하에 나서고 있다. 미국이 ‘트럼프 감세’로 최고 35%의 법인세를 최대 20%까지 낮춘다는 감세 카드를 꺼낸 데 이어 일본도 오는 8일 현행 23.4%의 법인세를 2020년까지 20%대로 내리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프랑스도 34.43%의 높은 법인세율을 25%까지 끌어내리는 방침을 내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법인세 역시 2000년 30.2%에서 지난해 22.7%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에 법인세 인하라는 글로벌 흐름 속 ‘나홀로’ 법인세를 올린 우리 정부의 결정에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국의 법인세 인상, 정말 시대를 역행하는 결정일까.

▲ 세계 주요국가 법인세율. 출처=OECD

정부 “법인세 인상으로 세수증대 목표”

법인세는 법인의 소득금액에 대해 부과하는 조세를 뜻한다. 국내외 법인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득에 대해 법인세 납세 의무가 생기기 때문에 국내 기업은 물론 우리나라에 들어와 영업 중인 해외 법인에도 적용된다.

이번 결정으로 법인세 인상이 적용되는 대상 기업은 77곳이다. 당초 과세표준 2000억원 이상 129개 기업에 적용될 예정이었지만 여야 합의가 불발되면서 과표구간이 3000억원으로 수정됐다. 이에 적용 대상 기업도 129곳에서 77곳으로 축소된 것이다.

정부는 법인세 인상으로 세수증대를 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법인세 인상으로 인한 세수 증대 규모는 약 2조 300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국세수입은 242조 6000억원으로 이번 법인세 인상으로 내년부터 늘어나는 세수 규모는 전체 세수의 1%가 채 되지 않는 약 0.09%인 수준이다.

법인세 인상, 단기 세수확보 도움되지만 장기적으로는 효과 소멸

이러한 세수증대 효과도 단기 효과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율이 오르면 기업의 총소비와 총투자가 감소되고 투자 자원이 해외로 유출돼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세수 증대 효과가 소멸된다는 것이다. 김성현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4월 논문을 통해 이러한 내용을 담은 법인세 인상의 재정 및 거시경제 효과에 대한 분석을 내놨다.

논문에 따르면, 법인세 인상은 단기에는 세수를 증대시키지만 장기에는 세수인상의 폭이 작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출위주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가 오를 경우 세수인상의 폭이 작아질 뿐 아니라 오히려 세수가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됐다. 법인세 인상으로 투자와 소비와 같은 총수요는 줄어들고 자본유출이 발생하면서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세율에 따라 조세수입이 변화하는 래퍼곡선(Laffer Curve)을 기준으로 봐도 현 수출 대기업에 대한 현행 법인세율은 래퍼곡선의 정점에 위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꾸로 된 U자 곡선을 그리는 래퍼곡선은 정점 이후엔 오히려 밑으로 하락하는 그래프를 그린다. 따라서 법인세 인상이 수출 대기업에 집중될 경우 법인세율 인상으로 총재정수입은 감소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 한국의 법인세율 추이. 출처=국회 예산정책처

“법인세 인하, 고용창출 도움 안 돼”

그렇다면 ‘글로벌 추세’라는 법인세 인하를 따르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까? 한국의 법인세율은 노태우 정부(34%), 김영삼 정부(28%), 김대중 정부(27%), 노무현 정부(25%), 이명박 정부(22%)를 거치며 꾸준히 낮아졌다. 미국과 일본이 35%와 29%대 높은 법인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국은 계속해서 법인세를 내렸다. 기업의 조세부담을 줄여주는 대신 설비투자를 늘려 선순환이 되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법인세율 인하가 기업의 투자와 경기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동훈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논문을 통해 “법인세는 고용창출에 비유의적인 부(-)의 영향을 미친다”면서 “법인세 인하가 직접적으로 고용을 증대하는 주요 조세정책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법인세율 인하로 조세혜택을 받고, 설비투자를 하면 다시 세액공제를 받는 이중 수혜만큼은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지적했다. 

미국 내에서도 법인세 인하는 평가가 엇갈린다. 워싱턴포스트(WP)는 4일(현지시간) “공화당은 부유층과 기업에 엄청난 세금 감면을 주고 싶어한다”면서 “이는 사기(scam)에 구조적으로 뿌리를 두고 있는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WP는 트럼프 정부의 법인세 인하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만료시까지 예산 부족분을 절대 채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를 속이기 위해 공화당은 일시적인 세금 감면 혜택을 마치 영구적인 것으로 포장해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WP는 “법인세 인하 정책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상위 1%는 2027년까지 엄청난 감면 혜택을 받겠지만, 전체 납세자의 50%는 오히려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세율이 인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