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당구를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내년 이맘때쯤에 이백 당구가 목표라 합니다.

참고로 당구는 점수가 많을수록 잘 하는 건데,

초보자가 30,50점 수준이니 이백이면 웬만큼 하는 축에 속하는 겁니다.

몇십년째 100인 나를 앞지르겠다는 얘기도 됩니다.

나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에게! 가끔 즐기는 당구도 전투적? 왜 그렇게 사니?’

그러고 보니 또 다른 친구도 요즘 당구를 배우고 있다고 하네요.

왜 당구까지 레슨을 받는가라 물었죠.‘친구들 만나 가끔 점심 내기 당구를 치는데,

매번 칠 때마다 점심을 사봐라. 생각이 달라진다‘

그러고 보니 둘이는 내게 중등, 고등 친구로 전혀 모르는 사이인데, 공통점이 보였습니다.

목표지향적이고, 매번 내기에 강하고, 무엇이든 열심히 배우는 끈질김까지.

 

이 시절만 되면 시린 생각이 납니다.

회사에서 이시기에 새해 승진 및 인사를 발표합니다.

거기에 포함되지 못해 명단에 없으면 집으로 가야 합니다.

청춘을 바친 일터에서 물러나는 모습은 그리 우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박수칠 때 떠날걸’하게 됩니다.

언젠가는 그 대열에 포함될 후배, 동료들은

엉거 주춤으로 가는 사람을 지켜볼 뿐입니다.

그때 드는 생각, ‘내 이럴 줄 알았지’

그러며 주도적으로 준비해 그 마지막을 좀 더 자기 선택으로 못한 것에 회한을 갖게 됩니다.

 

집안에 꺼꾸리, 자전거등 널려있는 운동 도구가 빨래 건조대 용도로 쓰이고,

헬스장 이용권은 하릴없이 만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크렐라, 디지털 피아노, 하모니카, 오카리나 등 악기는 구석에서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고,

중국어, 영어, 일본어등의 책은 장식용이 되어 갑니다.

교회에서 설교시 목사께서 우스개 소리를 합니다.

복권이 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는 교인에게 하나님이 물었답니다.

‘복권은 샀느냐?’고. 복권도 사지 않고, 바라는 그사람 같이,

나 또한 그저 건강, 멋진 연주, 능숙한 외국어가 뚝 떨어지기만을 기대한 것였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달라져서 매사 목표를 가져야겠고, 배우는데 열심이어야겠습니다.

그래야 어느 시점에 일에서, 생에서 갑자기 물러나게 될 때, 세상에서 가장 슬픈 말이라는

‘내 이럴줄 알았지’라고 후회를 덜하게 될 것 같습니다.

더구나 이제까지 20대에 배운 것을 가지고 살아왔다면,

지금부터라도 나름 열심히 배워

남은 연장전을 살아내야 하는 선한 부담도 있으니까요!

 

필자는 삼성과 한솔에서 홍보 업무를 했으며, 현재는 기업의 자문역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중년의 일원으로 일상에서 느끼는 따뜻함을 담담한 문장에 실어서, 주1회씩 '오화통' 제하로 지인들과 통신하여 왔습니다. '오화통'은 '화요일에 보내는 통신/오! 화통한 삶이여!'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필자는 SNS시대에 걸맞는 짧은 글로, 중장년이 공감할 수 있는 여운이 있는 글을 써나가겠다고 칼럼 연재의 포부를 밝혔습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이코노믹 리뷰> 칼럼 코너는 경제인들의 수필도 적극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