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에서  ‘혁신 신약(First-in-clas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약의 ‘가치’가 조명을 받으면서 제약업체들도 속속 개발 대열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가 간염치료제를 개발해 성공을 거두고 있고 국내에서도 대웅제약, JW중외제약 등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한 후보물질을 발굴하는데 힘을 쓰고 있다.

만성질환자, 고령 인구가 증가하고, 암과 같은 중증 질환, 희귀난치성 질환 등 아직 극복되지 못한 질환의 치료를 위한 치료제 수요가 높은 만큼 신약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의견이 많다. 물론 고가(高價)의 약가에 걸맞은 혁신성은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기는 하지만 신약이 중요하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가 지난달 발간한 ‘2017 KRPIA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혁신 신약은 전 세계 환자들이 생명을 유지하고, 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혁신 신약이란 특정 질환에 대한 약의 효능이 이미 나온 다른 약물과 구별되는 신약을 말한다. 새로운 항암 치료법 개발로 미국 내 암 사망률은 1991년 대비 2014년 25% 감소했고, 일본, 프랑스, 네덜란드 암환자 10명 중 8명은 1년 이내에 직장으로 복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형 간염은 신약 개발로 완치율이 133%까지 상승했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경쟁성, ‘혁신 신약’으로 확보

세계 의약품 시장은 경제성장과 의료수요 증가로 연평균 5.2%의 성장세를 보이면서 1206조원 규모로 성장했다는 게 제약업계 평가다.

의약품 시장은 성장하는 시장이지만 무한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제약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신약개발임은 물론이다.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2013년 C형 간염 치료제 ‘소발디’를 출시해 약 10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은 단적인 예다.  지난해 ‘소발디’의 국내 매출액은 800억원에 이른다. 길리어드가 출시한 C형 간염 치료제 또한 1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글로벌 제약사는 매출의 10~20%를 연구개발비로 투자해 혁신 신약을 개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대웅제약, JW중외제약 등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한 후보물질을 발굴하는데 힘을 쓰고 있다.

신약개발은 의료비용을 절감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신약개발로 OECD 20개국에서는 심혈관계 의료비용을 70% 줄였으며, 유럽에서는 계절성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통해 환자들의 외래, 입원, 결근을 방지해 연간 2억2000만~3억3000만 유로(2874억원~4311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약개발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 신약개발은 과거에 없던 물질을 만들어내는 일이기 때문에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관련 제약산업 지표 분석 결과, 매출 1조원 당 5400~6100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개의 블록버스터급 신약이 개발되면  15만~17만 명의 고용이 생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고가의 약값으로 건보 재정에 악영향이 문제점

 ‘약’은 제품 특성상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 제품이기 때문에 신약의 효과와 부작용 등을 파악하는데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든다. 그 결과 최근 개발되는 신약들은 기술적 특성에 따라 약가가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실비아 보건의료연구실 연구위원이 ‘고가 신약의 효과적 급여 관리를 위한 해외 동향과 시사점’이라는 주제 연구보고서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미국에서 항암제 신약의 가격은 지난 15년 동안 5~10배로 높아졌다. 2014년 미국에서 허가된 모든 항암제 신약의 1인당 연간 약값은 12만달러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에 도입될 때도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 최근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 유방암 신약 ‘입랜스’는 월 500만원 이상의 약값이 필요했다. 하루 한 알씩 한 달에 21알을 먹어야 한 입랜스의 1알 당 가격은 24만원이다. 폐암 신약 ‘타그리소’도 급여 전 한 달 약값만 1000만원에 이르렀다.

급여신청도 높은 가격으로 신청돼 건강보험도 고가로 적용이 된다. 시장독점권을 가진 제약기업은 막대한 신약 개발 비용을 이유로 높은 가격을 주장하는데, 대체 치료제가 없는 중증질환 치료제는 고가임에도 급여가 된다. 

값은 비싸지만 신약의 혁신성은 미흡하다고 박실비아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2007~2016년 프랑스에서 신약과 새로운 적응증 추가 약의 혁신성을 평가한 결과, 총 992개 의약품 중 65개(6.6%)만 기존 약보다 개선됐다.  독일은 2011년 이후 신약 가치 평가를 한 결과, 신약 116개 중 34개(29%)가 기존 약에 비해 개선됐다. 71개(61%)는 개선된 편익이 없으며, 1개는 기존 약보다 열등한 것으로 확인됐다.

호주에서는 2005~2007년 허가된 의약품 217개 중 단 7개만이 중요한 치료 혁신성이 있다고 평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한정된 재정으로 운영되는 건강보험 체계에서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가 신약의 가치를 더욱더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박 연구위원은 “의약품 시장의 글로벌화로 국내에서도 고가 신약 도입이 빨라지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더 효과적으로 치료비를 보장하고, 지속해서 재정을 확보하는 것이 정책과제로 부각됐다. 고가 신약 도입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할 때 신속하게 급여를 등재하는 것을 우선시 하면 재정 낭비가 우려된다, 신약 급여체계에서 가치 평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