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소통의 가치가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특히 기자회견에서 달라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초반부터 직접 기자들과 만나 스킨십을 강조하고, 청와대에서 질문이 없는 기자들에게 ‘더 질문 없으신가요?’라는 말을 하는 수준까지 왔다.

 

최근 열렸던 4차 산업혁명 위원회의 확정계획 발표 기자회견도 초반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일정 관계상 일찍 자리를 비웠으나, 떠나기 직전까지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을 최대한 소통의 기회로 삼으려는 의지를 보여줬다. 4차 산업혁명 위원회가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총론보다 각론에 집중한 것 치고는 허점 투성이었으나 나름 성의껏 설명을 했다.

시간관계상 질문을 다 받고 자리를 떠야 했음에도 유 장관은 기자들이 앉아 있는 곳까지 나와 추가질문을 받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아가 유 장관이 자리를 뜨고, 남아 있던 각 정부 부처 관계자들도 비록 판에 박힌 이야기였으나 나름 성심성의껏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했다. 그러나 소통의 정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은 딱 여기까지였다.

초반 장병규 위원장은 기자회견 분위기를 잘 리드했다. 그러나 한 기자가 장시간 4차 산업혁명 위원회에 대한 ‘비판과 질문의 경계가 모호한 말’을 했고, 장 위원장은 기어이 폭발하고 말았다. 소통의 가치를 위원회의 최고로 둔다면서, 시간을 끈 기자에게 “나가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장 위원장은 “이런 방식으로는 소통을 할 수 없다”며 “앞으로 해당 기자가 속한 매체의 질문은 받지 않겠다”는 다소 충격적인 선언을 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장 위원장의 심정도 이해가 된다. 기자의 질문은 두서가 없었고, 심지어 너무 길었기 때문이다. 질문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한 기자가 시간을 끄니 다른 기자들도 초조했던 분위기가 팽배했다. 장 위원장은 이런 분위기가 불편했고, 어쩌면 다른 기자들을 배려했던 것이 아닐까.

그러나 소통의 가치가 무엇인가.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자신의 의견과 다른 주장에도 귀를 기울이는 것이 아닌가. 장 위원장은 위원회 운영에서 유독 소통을 강조했지만, 그 말 직후에 다른 생각을 가진 기자에게 “나가라”고 말했다. 누가 더 ‘정의’에 가까운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소통이 아니지 않을까.

장 위원장은 정치인이 아니다. 성공한 벤처 사업가로 시작해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선봉에 섰다. 그가 위원장으로 임명되자 많은 사람들은 환호했고, 적격인사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그러나 정무감각이 없음을 안타까워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장 위원장이 소통의 대상인 기자, 나아가 국민을 마치 회사의 직원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된다. 이런 사고방식은 ‘나를 따르라’는 관치경제의 전형이 반복될 뿐이다. 장 위원장이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이번 논란을 두고 ‘사실상 정부의 지휘통제에 놓인 4차 산업혁명 위원회’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굳이 이런 일을 감수해야 했을까. 쇼맨십과 진심에 대한 의구심까지 나오게 만든 것은 되돌릴 수 없는 패착이다.

마지막으로 기자회견이 끝난 후 ‘커튼콜’에서 장 위원장과 나눈 대화 일부를 소개하겠다. 기자가 “카풀앱 논란 등 혁신을 추구하는 스타트업들이 어려워 한다. 규제에 대한 논의 속도를 빠르게 전개할 생각은 없는가”라고 묻자 장 위원장은 단호하게 “없다”고 말했다. 민감한 문제이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스타트업은 볼륨이 약하다. 장기적 계획을 짜야 한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현장의 스타트업에 대한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장 위원장은 “원래 스타트업은 자주 망한다. 내가 해봐서 안다”고 대답했다.

장 위원장은 진심을 드러내는 소통을 해야 하는 것일지, 아니면 약간의 거리를 두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