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척추병 치료의 시작, 수술은 아니야

•척추수술, 치료의 끝도 아니야

•수술의 위험성과 수술 후 삶의 변화, 꼼꼼히 챙겨야

•자신과 의사에 대한 신뢰, 치료 성패 좌우해

진료실 분위기가 썰렁해질 때가 있다. 수술 전에 미리 이르지 않고 왜 이제 와서 말하느냐는 환자의 볼멘소리 때문이다. 원망의 출발은 증상 호전에 꽤 시간이 걸린다거나 당분간은 종전과 같은 육체노동을 피해야 한다는 따위의 수술 후 경과와 관리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물론 들었어도 전달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만성척추병 환자가 척추외과의사를 찾는 것은 막다른 선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술만은 피해보려고 좋다는 치료를 두루 섭렵하지만 차도가 없어 걱정이 태산이다. 지인이 수술을 받고 좋아졌다는 소식에 용기를 내 병원으로 향한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이 수술이 고통을 끝내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만 싶다. 이런 생각에 사로잡히면 듣고 싶은 말만 크게 들리고 자신의 바람에 역행하는 말은 듣더라도 애써 부정하게 된다.

척추수술은 신경이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변형을 교정, 차단하는 외과적 치료다. 수술 후 신경기능, 척추만곡, 근육 밸런스 등이 정상을 되찾기까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수술 전과 달라진 척추기능에 적응해야 하고 얼마간 불편을 감내하면서 약물과 재활치료 처방에 순응해야 할 뿐 아니라 상당한 강도의 운동도 스스로 소화해야만 한다. 다시 말해 수술이 치료의 끝이 아니라는 뜻이다.

한편 몇 군데 병원에서 상담한 뒤 바로 수술을 요구하는 환자도 있다. 시간과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뜻에는 공감하지만 수술은 다른 방법으로 치료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시점으로 미루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한다. 척추외과의사들에게도 수술은 최우선의 치료가 아니며 그들 자신도 사실 수술 외 치료를 더 많이 처방한다.

척추수술은 위험을 내포한다. 같은 수술을 천 번 집도한 의사라도 다음 수술 전에는 책을 본다. 예상치 못한 경과나 부작용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며 때로는 목표달성에 실패하기도 한다. 그래도 이외의 방법이 없으므로 수술하고 수술받는다. 그러므로 수술에 이르기까지 실시한 수술 외 치료는 수술의 위험성을 극복할 수 있게 한다.

척추수술에 이르는 원인은 통증, 변형, 장애로 요약될 수 있다. 통증은 결코 인간이 적응할 수 없는 불편 중 하나다. 일생을 통증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은 절망을 의미한다. 성인의 척추측만증이나 척추후만 등의 변형도 수술 외에는 치료방법이 없다. 사고나 다른 질병의 결과로 발생한 장애, 예를 들어 척추골절로 인한 기립 불능 상태나 하반신 마비 치료에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쯤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말이야 간단하지만 이들 수술의 이면에는 위험과 지난한 재활의 과정이 숨어 있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모두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다. 따라서 환자는 수술 결정에 앞서 자신을 집도할 의사로부터 수술 방법, 그에 따르는 위험, 수술 후 경과와 예측 가능한 일상의 변화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습득해야 한다.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접점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담당의사의 수술 숙련도와 성공률은 어느 정도인지, 선택된 방법이 최소침습척추수술인지에 대한 답변을 직접 구할 필요가 있다. 최소침습척추수술은 척추수술의 위험을 감소시키고 회복기간을 단축시킨다고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예외가 있지만 척추수술이 만성척추병 치료의 시작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수술은 치료의 끝도 아니다. 만성척추병 수술과 회복의 과정은 지난한 여정에 비유할 수 있다. 긴 여정을 지도 한 장 없이 나설 수는 없는 일이다. 달랑 출발지와 목적지만 표시된 지도라면 더더욱 쓸모가 없다. 이제 모든 선택이 끝났다면 한 가지 더 챙길 것이 있다. 바로 자신과 파트너 의사에 대한 무한신뢰다. 한번 나서면 돌이킬 수 없는 여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