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와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관심만으로 성공한 개발자, CEO가 되기는 어렵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바꿀 수 있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한 회사를 대표하려면 거기에 관리능력까지 더해져야 한다. 개발자 출신인 엘엔아이소프트 임종남 대표도 지금의 회사를 꾸려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임 대표는 83년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1년 남짓한 시절, 컴퓨터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태반인 시절 학원에 가서 컴퓨터를 배웠다. 인하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임 대표는 24살 즈음 친구 세 명이 모여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일을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였기 때문에 사업을 한다는 생각보다는 창의력을 발휘해 개발을 해보자는 생각이 더 컸다.

엘엔아이소프트가 법인으로 탄생한 것은 한 참 후인 95년이다. 그러나 시작할 때의 의지만큼 확신에 차 출시한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용 소프트웨어는 시장 상황을 배우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고심 끝에 번역 소프트웨어를 독자 개발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런데 이것도 쉽지 않았다. 직원 5명이 개발을 보조했지만 언어영역을 전산화하는 작업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와 같았다.

작업 기간은 계속 길어져 지치는 사람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이어 4년 반 동안 연구를 계속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개발에 몰두한 시간을 아무도 보장해 주지 않았고 가족에게는 미안했고 수년간의 시간을 기다려 주는 직원도 없었다. 고민과 외로움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조금만 더하면 될 것만 같은 개발을 손에서 놓기가 싫었다. 그리고 2년을 다시 투자해 마침내 만들어냈다. 현재의 엘엔아이소프트를 있게 한 번역 소프트웨어다.

‘놀면서 연구하는’ 송도국제도시의 엘엔아이소프트 사옥.


대성공.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이를 기반으로 한글을 영어로 번역하는 한·영 자동번역 CD인 ‘한가이드’를 출시했다. 이어 영·한 또는 한·영 양방향 자동번역이 가능한 ‘젠투웨이’도 출시했고 그 이후에도 시장이 주목할 만한 많은 소프트웨어들을 개발해 성공을 이뤘다.

임종남 대표는 “당장 돈이 되지 않는 개발이라 하더라도 미래를 위한 끝없는 투자, 이것이 엘엔아이소프트가 성공한 이유다”라고 말한다.

미들웨어·플랫폼 개발서 발군의 능력
“생활습관, 사고 등을 한 단계 넘어서는 것이 힘들지만 한 고비만 넘어서면 다른 조직, 다른 기업 그리고 다른 사람이 된다.” CEO가 되어 34년이 지난 지금, 임종남 대표가 강조하는 말이다.

엘엔아이소프트의 기술은 크게 미들웨어, 플랫폼 개발 두 가지로 나뉜다. 회사의 첫 작품은 자연어처리 사업. 자연어처리 분야의 자동번역 시장은 90년대 당시 국내에는 약 10여개의 회사에서 자동번역 패키지를 바탕으로 산업이 성장하고 있었으나,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대부분 도산 또는 타 사업분야로 전이하는 등 현재까지 극소수 업체만 자동번역 기술을 영위하고 있는 형태다.

엘엔아이소프트는 과거의 자동번역 기술에서 업그레이드가 되지 못한 구 버전의 제품만으로 영업을 진행하는 것과는 다르게, 꾸준한 R&D 및 개발투자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유일한 영한/한영/중한/한중/일한/한일 언어권에 대한 자동번역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엘엔아이소프트는, 지난 95년 창사 이래 16년간 대한민국 지식산업 발전을 위한 대표기업으로, 현재 자연어처리 사업분야와 RFID 미들웨어 사업분야에서 다양한 솔루션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엘엔아이소프트는 이후에도 자동번역 사이트 노띠, 군 전용 자동번역 서비스, 9개 언어 전문가센터 오픈, QR코드 리더 엔진개발, 스마트폰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등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연구개발 투자 적으면 죽은 회사
현재, 엘엔아이소프트는 매년 20~30%의 매출 성장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임 대표는 현재의 성장이 미래를 보장한다고는 믿지 않는다. 오히려 기업의 흐름이 그래야 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항상 변화와 발전을 원하기 때문에 연구 개발을 통해 잘 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엘엔아이소프트는 철저하게 기술 개발 위주의 회사다. 42명 중에 32명이 연구개발직이다.

“기업의 성장은 지식개발 서비스 즉, 사람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기술 개발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무엇인가 체험해 보는 것이며, 나는 회사 대표로 그 시도에 대해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그가 회사를 운영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직원이다. 어떤 사람이 방문을 해도 보여줄 것은 직원뿐이라고 말한다. 그가 직원들에게 바라는 것은 놀고 즐기며 연구하는 것이다. 2009년 송도국제도시에 신사옥과 연구소를 마련하면서 카페 같은 사무실을 구축했다.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이루어진 이 건물은 엘엔아이소프트가 10여년 만에 마련한 사옥이다. 임 대표는 “연구와 개발은 일상생활 속에서 나오는 것이다. 업무 따로 휴식 따로, 노는 것 따로 연구 따로가 아닌, 놀고 즐기면서 연구하는 공간을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끝없는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통해 간혹 손해를 볼 수도 있고 회사가 어려워 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지식기반 회사가 연구개발에 투자하지 않으면 죽은 회사라는 게 그의 철학이다. “일을 할 때 얼마나 능동적인지가 중요하다. 비전이 있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나의 꿈이다.”

이학명 기자 mrm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