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만료를 앞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초대형 투자은행(IB)과 증시호황에 기반한 실적개선으로 연임이 확실시되는 CEO가 있는가하면, 지주회사 및 그룹의 비리인한 변수에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상되면서 그야말로 ‘좌불안석’인 CEO도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임기가 만료되는 증권사 CEO는 KB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IBK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하이투자증권 등 9개사 10명이다.

◆ 발행어음 따낸 한국투자증권 유상호 사장, 연임전망 ‘맑음’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둔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지난 2007년 사장으로 취임한 후 11년째 수장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유 사장은 지난달 13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초대형 투자은행(IB)의 핵심업무인 발행어음 인가를 단독으로 따냈다. 유 사장의 연임 전망이 밝아진 이유다.

초대형 IB의 핵심업무 중 하나인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금조달을 위해 회사 자체신용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금융상품으로 자기자본의 200%까지 발행할 수 있다. 발행어음으로 조달받은 투자금의 최소 50%는 기업금융으로 우선 운용해야 하며 최대 30%를 부동산자산, 나머지를 유동성자산으로 관리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상반기 기준 자기자본 4조4019억원을 보유해 최대 8조원 규모를 조달할 수 있다. 인가를 홀로 받아 시장을 선점하고 다른 투자금융업 재원도 더욱 일찍 마련할 수 있게됐다.

상반기 호실적도 연임에 힘을 보태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매출 3조2697억, 영업이익 3589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5년 기록한 최대 영업이익인 3633억에 근접한 수치다.

◆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 지주사 논란에 ‘좌불안석’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운명을 함께 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투자 부사장직에서 물러난 뒤 하나금융지주와 하나금융투자 사외이사를 역임했던 이 사장은 김 회장이 임명한 인사다. 내년 3월로 임기가 만료되지만 최근 김 회장 연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 사장도 함께 물러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금융지주사 회장의 선임절차에 대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자기와 경쟁할 사람을 없애고 연임을 해야한다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CEO로서 책무유기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논란이 돼왔던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셀프연임에 대한 경고성 발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사장이 신한금융 출신으로 김 회장의 지원을 받아 사장에 오른 만큼 임기만료를 앞두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하나금융투자는 매출은 1조85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7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37.76% 줄어든 684억원을 기록했다.

◆ KB증권·삼성증권, 외부변수 영향 있을듯

윤경은·전병조 KB증권 대표이사 사장도 오는 12월 31일 임기가 만료된다. 올해 1월 현대증권과 구KB투자증권의 합병으로 출범한 KB증권은 현대증권 출신의 윤경은 대표와 KB투자증권 출신의 전병조 대표의 공동체재를 유지해왔다.

KB증권은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562.6% 증가한 217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호실적과 상관없이 CEO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겸임하고 있던 KB국민은행장직에서 물러고 허인 은행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단독대표 체제 전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윤용암 삼성증권 대표이사도 내년 1월 임기가 만료된다. 삼성증권은 올해 상반기 전년 대비 24.96% 오른 162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윤 대표의 연임 역시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삼성그룹 차원에서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