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지방 인구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전국민의 절반이 수도권(2016년말 기준 2650만 명)에 몰려 있는 반면, 지방 소도시에서는 인구가 줄어 지자체 유지가 되지 않는 ‘축소 도시’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농어촌 비중이 높은 경상북도 지역이 그 중에서도 제일 심하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지난 7월 ‘저출산ㆍ고령화로 인한 소멸지역 분석’이라는 보고서에서 경북 지역 7개 지자체(봉화, 의성, 예천, 영양, 상주, 영덕, 울릉)가 30년 내에 ‘유령도시’(사람이 1명도 살지 않는 지역)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들 7개 지자체 이외에 안동ㆍ울진ㆍ고령ㆍ경주ㆍ문경ㆍ영주도 지방소멸 위험지수가 0.62를 넘는 인구 감소 지역이었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경상북도는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역 청년 100명을 선발해 30억을 지원하고 도시 청년의 시골 이주를 돕는 ‘도시 청년 시골 파견제’가 내년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영양군은 지자체 차원에서 육아를 지원하는 공동 육아 시스템을 도입하고 인구를 2만 명까지 늘릴 계획을 찾고 있다.

경북도 인구 주는 이유는 ‘지역산업 부재’

경상북도 북부가 이렇게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이유는 지역을 먹여 살릴 만한 산업 기반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 의성 출신인 김재훈 식탁이 있는 삶 대표는 “봉화ㆍ의성ㆍ영주 지역은 전형적인 농산촌으로 지역 주민들의 경제적 박탈감이 매우 심한 지역”이라며 “주민들을 먹여살릴 만한 산업 기반도 부족하고 복지나 교육, 문화 등 모든 측면에서 소외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2017년 기준(1월 기준)으로 인구 3만 3천에 이르는 봉화군은 인구 감소가 제일 심한 지역이다. 10년 전에는 3만 5300명 수준이었지만 계속 인구가 줄면서 2000명이나 지역 밖으로 빠져 나간 것이다.

▲ 경북 봉화군의 인구 감소 현황(출처=봉화군)

봉화군도 다른 경북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출산장려와 귀농귀촌 지원정책, 일자리 지원 프로그램 등을 기획하고 있지만 지자체 목표대로 10년 전 인구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봉화군 관계자는 “인구 감소는 지역 존폐와 직결되어 있다”며 “수 년째 영주시와 통합론이 나올 정도로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이미 봉화 지역에서는 고교생 기준으로 영주로 통학하는 학생 비중이 거의 60%를 넘었고, 아예 이주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김영택 전 경북도의원은 “경북 남부와 서부는 제조업 기반이 탄탄하지만, 봉화와 영주 같은 북부지역은 제대로 된 중견기업도 없다”며 “지역 산업 부재가 소득 부진과 인구 감소의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석포면은 늘어.. ‘문제의 제련소’ 때문?

봉화군의 읍ㆍ면 중에 유일하게 인구가 늘어난 지역은 영풍그룹이 운영하는 석포제련소가 위치한 석포면 일대다. 2007년에는 2000명이었던 인구가 올해 7월 기준으로 2200명까지 늘었다. 석포초등학교 학생도 2010년 88명에서 최근에는 110명(병설유치원 학생까지 포함하면 150명)까지 늘어났다. 학교 교직원들도 교장ㆍ교감ㆍ부장교사ㆍ보건교사ㆍ영양교사 등 27명이 근무하고 있다. 경북 지역에서는 보기 드물게 10대~40대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지역이 봉화군 석포면 일대다.

그러나 석포면은 지난 5월부터 세게 흔들리고 있다. 환경단체가 ‘영풍제련소 부지 토양오염 전면 재조사’와 ‘제련소 이전’을 주장하면서부터다. 하천학회 회장 출신인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 전미선 석포제련소대책위원장 등 환경 분야에서 활동하는 지식인들이 주도해 ‘영풍 제련소 주변 오염 전면 재조사’를 외쳤다. 석포 제련소는 인근 지역의 중금속 오염뿐만 아니라 안동댐 상류의 중금속 퇴적층 발생 주범으로 지목됐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새로운 토양환경보전법을 적용하면 영풍 제련소는 시설을 전부 철거하고 지질조사를 다시 해야 할 수 있다”며 강하게 몰아붙였다.

▲ 석포 주민 2200명 중 1100명이 종사하고 있는 영풍 석포제련소(촬영=천영준 기자)

환경부는 지난달 1일 자로 ‘안동댐상류환경관리협의회’를 구성했다. 지역 주민과 민간단체 대표, 대학, 기업, 지자체 대표 등 11명이 참가하는 위원회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봉화 석포면 주민과 지역 관계자 300여명이 환경부에 몰려가 “주민들의 제대로 된 의견 반영이 없는 위원회는 무의미하다”며 시위를 한 끝에 협의체 출범식은 무기한 연기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역 농업계 관계자가 협의체 안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문제가 되었다”며 “위원 구성 보강 등 면밀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성윤 영진전문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북 봉화에 몇 안 남은 지역산업이 영풍의 석포제련소라고 볼 수 있다”며 “환경 오염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제련소 같은 인프라는 막상 가동을 중단하면 그 자체로 공해라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김 교수는 “제련소가 그 동안 안전조치를 강화해 온 것에 더해 지역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겠냐”며 환경부 측의 객관적 재조명을 주문했다.

▲ 영풍제련소 2공장에서 정화된 상태로 흘러나온 물이 낙동강 유역으로 접어드는 지역. 봉화군 관계자는 태백시에서 배출된 생활오수도 섞이며 제련소 측에서 배출된 물이 훨씬 깨끗하다고 지적했다(촬영=천영준 기자)

무리해서 지역산업 허물기보다는.. ‘지역재생’ 방안 찾아야

도시재생 전문가인 김광남 러번다이나믹스 대표는 “미국의 클리블랜드나 디트로이트는 망한 제조기업의 공장들을 재처리하기 위해 지역 재생 정책을 가동하고 있다”며 “봉화 주민들의 소득원에 기여하고 있는 기업을 무리해서 내쫓기보다는 영풍 측이 지자체에 기여할 방법을 찾아 주는 게 효율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윤상 연세대학교 공공문제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이나 영국에서도 발전소 주변이나 공장 주변 주민들의 건강과 환경 오염 이슈는 농어촌을 둘러싼 대표적인 갈등 요소”라며 “무작정 제조업 기반을 허물기 보다는 주민과 함께하는 사회적 경제 프로그램ㆍ환경 보전 프로그램 등을 통해 공장 주변 농어촌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환경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풍 제련소 반경 4킬로미터 이내 농지와 삼림의 중금속 함유량은 일반 지역의 평균치를 초과하는 수준이지만, 거주민들의 건강이나 질병 상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용환 한국농어촌빅텐트 사무총장은 “아이쿱과 구례군이 협약해 만든 용방 자연드림파크 사례처럼 지역 농업과 제조업이 함께 갈 수 있는 모델을 만들면서 환경 보전 대책도 실천해 나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