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보험사들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출처=삼성생명 홈페이지, 현대해상 홈페이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대형 보험사들에게도 구조조정 한파가 닥쳤다.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인한 인력 구조조정은 당초 중소형 보험사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적용될거라 여겨졌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대형사들도 업황부진과 문재인 정부의 신규채용 압박이 더해지면서 인력 감축에 나선 것이다.

3일 생명보험협회 공시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생보사 25개사 임직원 수는 2만599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만7177명에 비해 1184명이 줄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자본확충이 시급한 중소형사부터 여력이 충분한 대형사까지 당분간 지속적인 인력감축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삼성생명의 임직원 수는 지난해 8월 말 5360명에서 올해 5293명으로 감소했고 한화생명은 같은 기간 3847명에서 3812명으로 줄었다. 교보생명은 4181명에서 3757명으로 424명이 감소해 전체 생보사 중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

손보사 역시 임직원수가 감소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기준 주요 손보사 8곳의 직원수는 총 2만3802명으로 전년 동기대비 0.3% 감소했다. 메리츠화재는 이 기간 1650명으로 전년 대비 7.5% 줄었으며 DB손해보험도 이 기간 임직원 수가 4369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2.9% 감소했다. 삼성화재는 5452명으로 전년 대비 0.6%, 현대해상도 3773명으로 1.8% 소폭 증가했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인력 감축에 나선 것은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뒀기 때문이다. 회계기준이 적용되면 부채비율이 높아져 보험사들은 지금보다 재정을 늘릴 필요가 있다. 상반기 후순위채 발행 및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자본증식에 나선 보험사들은 지속적인 인력감축을 병행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새국제회계기준에 따른 인력구조조정은 대형사가 아닌 중소형사에 부담이 집중될 것이라 여겨졌다. 지난 5월 흥국생명이나 KDB생명 등 중소형사들이 새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재정위기를 맞으며 대규모 점포 축소 및 희망퇴직 등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KDB생명은 올해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을 200여명 감축했고 현대라이프생명도 80~100명을 줄였다. 흥국생명은 전국 전속지점을 140개에서 80개로 축소했고 이 과정에서 지점장 수십여명과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사들도 새국제회계기준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동양생명은 최근 지난 2007년 이후 10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며 현대해상도 지난달 근속 20년 이상 또는 48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현대해상은 지난해에도 희망퇴직을 실시해 100여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한화손해보험은 올 상반기 4년 만에 희망퇴직을 단행한 바 있다.

문제는 인력구조조정이 상당 기간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새로운 지급여력제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점포 운영 효율화를 하고 있다. 보험사의 직원 수는 내년에도 계속 감소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인공지능(AI) 도입과 함께 특수고용노동자 법안이 통과하면 임직원부터 기존 보험설계사까지 감축 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입채용을 늘려야 한다는 새 정부의 고용정책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국내 주요 보험사들은 희망퇴직을 통해 기존 임직원 수를 줄이면서도 공채를 통해 신입직원을 늘리고 있다.

올해 하반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각각 100여명의 신입직원 채용절차를 진행했다. 교보생명은 약 150명, 현대해상은 약 3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위 기업들은 지난해 보다 많은 수의 신규직원을 채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정부의 현 일자리정책을 따르지 않을 경우의 불이익도 생각해야한다”면서 “보험사 입장에서는 공채인원을 확대하면 기존 임직원은 감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