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악화 등으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들이 증가하면서 COPD 치료제 시장이 뜨겁다. 이에 최근 국내 제약사들은 COPD 치료제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다국적사에 연이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COPD는 기관지가 좁아지거나 파괴되고 폐포가 망가지면서 서서히 폐 기능이 떨어져 숨쉬기가 힘들어지는 병이다. 흡연, 먼지, 가스 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COPD는 폐 기능의 50% 이상이 손상되기 전까지는 기침이나 가래, 가벼운 호흡곤란을 겪다가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중증이 되면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촛불조차 끄기 어려울 정도로 호흡량이 부족해진다.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COPD는 미국의 사망 원인 3위, 중국은 1위이다. 대한결핵· 호흡기학회에 따르면 COPD는 전 세계 사망 원인 4위이자 국내 사망 원인 7위에 해당한다. COPD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1조 421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치료제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세계 시장조사기관 GBI리서치는 2019년 COPD치료제 시장 규모가 2013년 113억달러(약 12조4700억원) 대비 38% 늘어난 156억달러(약 17조2100억원)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시장은 2000억~3000억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 세레타이드 출처=GSK 홈페이지

GSK ‘세레타이드’ 증심으로 800억원의 흡입제 규모
3일 국내 제약업계에 따르면,  COPD 치료제 중 흡입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제약사는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으로 나타났다.  흡입제는 흡입장치를 이용해 미량의 약물을 폐에 직접 전달해 효과를 나타내는 치료제를 말한다. GSK는 지난 2000년 세레타이드(플루티카손·살메테롤)를 시작으로 국내 COPD 흡입제 시장의 한 축을 담당했다. 국내 COPD 흡입제 시장은 GSK의 세레타이드를 중심으로 800억원 내외로 알려져 있다.

세레타이드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호흡기 제제로서 전세계적으로 네번째로 많이 팔리는 초대형 블록버스터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당시 국내 시장에는 경구용 약물을 선호하는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면서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 연간 매출은 270억원 수준으로 추가 성장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GSK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보다 효과가 뛰어난 새 치료제 ‘렐바 엘립타(플루티카손푸로에이트(FF))’, ‘아노로 엘립타(유메클리디늄 62.5㎍·빌란테롤 25㎍)’, ‘트렐레지 엘립타(플루티카손·유메클리디니움·빌란테롤)’ 등을 국내 출시했다. GSK에 따르면 신제품 매출이 지난해 2배 이상 성장했고, 한국은 신제품의 출시 성과가 특히 높은 국가로 꼽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트렐레지 엘립타‘는 LABA와 LAMA, 흡입용 스테로이드(플루티카손)를 한 흡입기에 담은 신약으로, 변경된 국내 COPD 치료 가이드라인에도 적합한 제품이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가 지난달 개정한 국내 COPD 치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비교적 경증 환자에서 LABA/LAMA 복합제 사용이 권고됐다.

국내 업체로는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이 GSK의 ‘세레타이드’를 대조약으로 지난 6월 흡입기를 개발했다. 현재 식약처 허가 심사 중에 있다. 유나이티드제약은 생산성을 높이고 시간을 단축시키는 효율적 공정을 기반으로 흡입기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현재 흡입기 전용 공장을 짓고 있다.

대원제약도 흡입치료제 디바이스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 닥사스정 출처=한국다케다제약 홈페이지

영진약품, 천연 경구제 미국 2상 임상 마쳐
시장에 출시된 경구제로는 일본제약사 다케다제약이 개발한 ‘닥사스(로플루밀라스트)’가 유일하다. 닥사스는 세계 최초 경구용 항염증 COPD 치료제로, COPD 관련 염증 세포를 활성화하는 PDE4 효소를 억제해 만성 폐쇄성 폐질환의 악화를 감소시키고 폐기능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준다.

국내 제약사 중에서는 영진약품이 천연에서 자생하는 일지향(산꼬리풀)을 원료로 한 ‘YPL-001’ 물질 기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미국 FDA 임상 2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종료해 치료제 개발이 가시화되고 있다.

바이오기업 ‘네이처셀’은 ‘바이오스타 줄기세포기술연구원’과 COPD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 ‘바이오스타 줄기세포기술연구원’은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기업인 알바이오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줄기세포 연구소이다.

두 회사는 바이오스타 줄기세포기술연구원이 보유하고 있는 자가줄기세포 기술을 이용해 COPD 환자가 많은 중국과 국내에서 COPD에 대한 전임상 동물시험, 임상시험을 공동 진행할 예정이다. 치료제가 상용화되면, 중국의 ‘라경바이오텍과 공동으로 중국 내 COPD 치료제에 대한 판매 권리를 가지고, 바이오스타 줄기세포 기술연구원은 이에 대한 로열티를 받게 된다. 네이처셀은 라경바이오텍의 주요 주주로 참여해 관계회사로 편입한다. 네이처셀 관계자는 “내년 내 임상2상 승인을 받아 2020년까지 일본과 중국에서 먼저 치료승인을 받아 실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