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농산물 개방은 굴욕이다. 차라리 FTA를 거부하자.” “FTA는 한국 농업계도 (직불금 등으로) 득을 보고 있는 변수 아닌가. 사고를 바꿔서 협상 전략을 고민할 때 아닌가”

지난 2일 열린 FTA 2차 공청회는 거의 난전으로 끝났다. 방청석에서는 “경제통상학 전공 교수가 좌장을 맡으니 농업에 대한 편향적 시각으로 토론을 진행하는게 아니냐”며 좌장 교체를 요구하고, 결국 다른 교수가 좌장을 맡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한미 FTA 전면 폐기도 협상 변수로 쓰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FTA 2차 공청회에서 김홍길 한우협회장이 좌장 허윤 서강대 교수의 편파 진행에 항의하고 있다(촬영=천영준 기자)

피눈물 흘리는 개국(開國)보다 쇄국이 낫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한미 FTA 개정 관련 2차 공청회’를 열었다. 이번 공청회에는 농축산업계와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 15명의 전문가가 참석했다. 이번 공청회에서는 이진면 산업연구원 통계분석본부장과 한석호 농촌경제연구원 모형정책지원실장의 한미 FTA 관련 통계분석이 발표됐다. 이진면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한미 FTA 체결 이후 업종별로 수출입 증감률 차이는 있지만 무역액은 증가했고, 미국이 한국에 대해 적자를 보는 이유는 자체 경쟁력이 저하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석호 농촌경제연구원 실장은 “한미 FTA는 농축산물 무역수지를 악화시켰고 국내 농축산물 가격 하락으로 농가 소득 감소가 현실화됐다”고 평가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농축산업계 관계자들의 반발은 지난달 22일 개최된 1차 공청회 때보다 한 층 더 거세졌다. 공청회에 참석한 김홍길 한우협회장은 “(사회자인)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편파 진행을 하고 있다”며 “좌장을 좀 더 중립적인 인물로 바꿔야 한다”고 외쳤다. 현장의 농축산업계 관계자들도 술렁이면서 좌장 교체 여론이 거세졌다. 강성천 산업부 통상차관보가 좌중을 진정시키고 토론 사회자를 한두봉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로 교체했다.

‘피눈물 흘리는 개국을 택하느니 쇄국이 낫다’는 농업계 인사들의 극단적인 주장이 이어졌다.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정부는 지금까지 굴욕적으로 FTA 협상에 임해왔다. 농업 분야 양허 비율이 99%인데 더 양보할 것이 무엇이냐”라며 거세게 정부 측을 몰아붙였다. 백일 울산과학대 교수도 “한미 FTA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 아니라, 협상 폐기카드까지 하나의 옵션으로 들고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미 FTA 협상 당시 농축산물 협상 결과는

이날 공청회에서 논의된 농산물 추가 개방 문제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한미 FTA 농축산물 협상 결과를 찾아 볼 필요가 있다. 2012년부터 발효된 한미 FTA는 농업 분야 협상 품목을 총 1531개로 하고 있고, 민감성이 낮은 품목은 단기 관세 철폐를, 충격에 약한 품목은 최대 20년까지 기간을 늘여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후지사과와 동양배가 20년 간 관세 철폐 기간을 적용 받았다.

축산물의 경우에는 쇠고기 관세는 15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되 수입이 크게 증가하면 이행 기간 중 ‘긴급 수입 제한 조치’(긴급하게 관세를 발동하는 것)를 적용받는다. 냉장쇠고기와 냉동쇠고기 6개 품목이 적용 대상이며 1년차에는 27만톤에서 매년 6천톤 씩 늘여 15년차에는 35만 4000톤까지 긴급 수입 제한을 걸 수 있다.

돼지고기의 경우 냉장육(삼겹살, 갈비살, 목살) 관세는 협정 발효일(2012년 3월 1일)로부터 10년 안에, 냉동육 관세는 2016년 1월을 기점으로 철폐하게 됐다. 닭고기는 부위별ㆍ냉장육과 냉동육 여부에 따라 관세 철폐 기간이 다르다. 통닭(냉장)ㆍ냉동 닭가슴살ㆍ닭날개는 12년에 걸쳐 관세를 없애고, 통닭(냉동)ㆍ냉장 닭가슴ㆍ닭다리ㆍ닭날개 등 대부분의 닭은 10년에 걸쳐 관세를 없앴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유제품이다. 치즈는 체다치즈에 10년, 기타 치즈에 15년의 관세 철폐 기간이 적용됐다. 버터나 마가린과 같은 유장(乳漿)류는 초기 관세 수준을 20%에서 시작해 10년에 걸쳐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 지난 1일 열린 FTA 2차 공청회(출처=농축식품유통경제연구소)

FTA 지속 시 피해 규모와 정부 대책은

농촌경제연구원은 FTA가 발효된 이후부터 10년째가 되는 해까지 총 1조원의 농산업 피해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5년 차에는 6758억 원, 15년 차에는 1조 2354억 원의 생산액 감소가 추정됐다. FTA 기간이 길어 질수록 농산업 피해는 점점 커지는 셈이다. 양돈산업은 2007년 재협상으로 2016년 1월부터 냉동 기타 항목에 한해 돼지고기 관세가 철폐된다. 이로 인해 10년 간 1조 4056억 원의 피해가 예상된다.

정부는 2007년 협상 타결 당시 농업부문 보완대책을 내놓으며 10년(2008년~2017년) 간 21조 4천 억 원의 투ㆍ융자 지원 대책을 내놨다. FTA로 인한 전치 피해액이 10조 470억 원임을 감안해 농축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첨단화하는 데 지원한다는 것이다.

과수ㆍ축산 분야의 경우 폐업에 대한 지원과 함께 소득 보전 직불금 제도도 운영되어 왔다. 원래는 단기적인 피해 보전 대책으로 개발되었던 것이지만 농민들이 가장 효과를 체감하기 쉬운 대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산업부와 농식품부, ‘농산물 추가 개방은 없다’

산업부와 농식품부 관계자들은 “농산물 추가 개방은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1일 공청회 당시 유명희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은 “농축산업을 희생하면서 추가 개방을 추진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에 밀리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농식품부 정일정 국제협력국장은 “한우협회와 한농연이 우려하는 농축산물 추가개방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