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구독’하는 대상이 될 것이다.” 

“자동차제조사는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자동차는 가장 큰 사물인터넷 산업이며, 막대한 컨텐츠가 소비될 허브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아직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면 당신은 여전히 과거에 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본론에 앞서, 우선 철 지난 이야기부터 건드리고 넘어가자. 백여년전 에디슨이 발명한 전화기가 원거리 통신을 가능케 해주었다면, 2007년 아이폰이 창조한 모바일 혁명은 인류에게 데이터 더듬이를 하나씩 달아주었다. 이제 현대인의 삶에서 스마트폰은 중독에 가깝게 일상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아는 상식. 

이제 자동차로 넘어가보자. 포드의 T모델은 산업혁명의 2번째 파고(wave)를 상징한다. 아마도 4번째 산업혁명의 파고(요즘 한국에서 4차산업혁명이라 불려지는 그 단어)의 상징은 모빌리티가 아닐까 싶다. 그럼 모빌리티란 과연 무엇일까? 

“모빌리티, 자동차를 중심으로 자유를 창조하다”

오늘날 지구상에 10억대 이상의 차량이 굴러다니고 있고, 전세계 자동차 산업은 수조달러 규모의 거대한 시장이다. 헌데 이 자동차가 단순한 내연기관이 아니라 우리 몸을 감싸고 자유롭게 이동시켜줄 Fun하고 Exciting한 공간으로 재창조된다면, 자율적으로 목적지로 이동시켜주고, 보고싶은 것을 보여준다면, 그리고 자동차란 존재를 더 이상 소유하지 않고 사용하기만 한다면, 자동차의 존재는 새롭게 재창조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과거 제조업의 시대에 자동차를 인간을 이동시켜주는 제품으로서 정의했다면 데이터의 시대에는 자동차란 물리적 존재의 의미보다 이동(mobility) 그 자체가 자동차보다 중요해지는 현상을 모빌리티라고 말할 수 있겠다. 제조에서 서비스로 우리의 시선을 이동시켜야 자동차 뒤에 존재하는 미래적 산업인 ‘모빌리티’가 보인다. 그럼 모빌리티 산업의 규모는 어느정도 될 것인가? 

여전히 자동차는 부동산을 제외하고 인생에서 가장 큰 규모의 소비할 대상이다.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규모를 산출하려면 전세계 자동차산업의 규모에 세계 각국의 택시산업의 규모를 더하고, 트럭 운송산업의 모두 합쳐야 한다. 여기에 각종 컨텐츠와 4바퀴 달린 모바일기기로 변신할 자동차가 엄청나게 소비할 반도체까지 포함하면 미래 경제의 전체 부가가치 중에 상당한 부분을 모빌리티 산업이 지배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모빌리티 산업의 거대한 임팩트를 고려하면 우버의 기업가치가 어떻게 역사와 전통을 지닌 자동차 제조사보다 높을까에 대한 의문도 다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최근 구글, 텐센트, 바이두, 삼성, 엔비티아 등 세계적 IT기업들이 앞다투어 자율주행과 스마트카 산업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전통적 제조업으로서의 자동차 산업은 이제 데이터 중심의 모빌리티 산업 하부구조로 종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중국의 공유자전거 서비스 기업 “모바이크(Mobike)”가 지난 2년여간 창조한 임팩트를 바라보면 느껴질 수 있겠다. 2년여전 만해도 상하이 일부 지역에 150여대 시범운행 되던 작은 스타트업 기업 모바이크는 현재 전세계 200여개 도시에서 약 8백만대의 자전거를 운행하고 있다. 매일 3천6백만번 사용되는 세상에서 가장 활성화된 모빌리티 서비스가 되었다.(자동차보다 자전거 사용 횟수가 높아서 그렇다) 모바이크와 같은 공유자전거 서비스의 기여로 중국인들의 자전거 이용률은 최근 2년 사이 5%에서 10%로 두배로 상승했다. 또한, 상하이 북경과 같은 거대도시에서 3km 이내의 이동을 해결하면서 도심 교통체증을 현저히 감소시켰다. 사회적 문제해결에도 모빌리티 서비스가 한 몫을 한 것이다. 실제, 개인에 소유된 1대의 자전거는 하루에 2회정도 이동에 기여하지만, 공유된 1대의 자전거는 4회 이상 이동에 기여한다. 자원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도 모빌리티 서비스의 기여는 상당하다. 공유자전거의 확산으로 중국인들은 더 이상 자전거를 구입하지 않는다. 소유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이 일상화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공유자전거 서비스 기업은 중국 최대 자전거 생산 기업이 되어가고 있다. 기존 자전거 제조 브랜드의 설자리는 사라진지 오래다. (단, 특수한 목적의 초고가 자전거 브랜드는 여전히 존재의미가 있다.) 사용자들은 물리적 자전거의 ‘존재’보다 자전거를 통해 가능한 ‘이동’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모빌리티, ‘이동’에서 ‘데이터’를 창조하다.” 

서비스 제공자 또한 마찬가지로 소비자들의 ‘이동’에 집중한다. 사용자의 동선과 자전거의 위치를 효과적으로 매칭(matching)하는 것이 운용의 예술이다. 결국은 모빌리티 산업은 데이터를 가공하는 장사다. 데이터를 잡으면 사용자를 사로잡게 되고, 사용자를 최대한 많이 가둬 두면 다시 데이터는 더 많이 생성된다. 2억명의 사용자와 8백만대의 자전거를 매칭하면서 데이터는 또다시 생성되고 매일 플랫폼은 더욱 똑똑하게 진화한다. (구글과 아마존이 데이터로 진화하는 것과 마찬가지) 모빌리티 서비스 시대로 접어들면 전통적 자동차 제조업체가 영향력을 상실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데이터를 지배할 수 있는가?”의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용자를 가두는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들이 미래의 길목을 차단하게 될 것이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이러한 길목을 역시나 빠르게 차단하고 가치를 창조한다. 중국의 디디추싱(didichuxing), 인도의 올라(ola), 동남아 그랩택시(grab taxi), 미국의 리프트(lyft), 최근엔 모빌리티 원조집 우버의 주요주주가 되려고 간을 보고 있다. (두자릿수 지분율 확보 위해 tapping중) 모바일 반도체 설계의 대장인 ARM도 인수했다. 가장 거대한 모바일 기기시장인 스마트카 시장과 자동차를 매개로한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에 대한 전세계적인 투자를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한 서비스를 모두 아우렀다. 미래 산업의 융합과 진화의 방향성에 대한 혜안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는 역시나 기술의 발전 속도에 가변적이다. 항상 그렇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는 항상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따라서 모빌리티가 우리 곁으로 바짝 다가올 시간은 그리 멀지 않았을 수도 있다. Level 4 수준의 자율주행과 온갖 종류의 hailing과 sharing이 뒤섞인 모빌리티 서비스의 등장(가장 다양한 모빌리티의 생태계를 품은 디디추싱을 보라!), 그리고 5G의 보급 등이 현실로 다가오면 사용자의 습관은 순식간에 소유에서 사용으로 급격히 전환될 수 있다. 집 주차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몸이 근질근질하게 놀고있는 자가용들이 주인 알게 모르게 거리로 뛰쳐나와 해방을 외치고 하루 종일 가동될 날이 멀지 않은 것이다. 자동차회사의 브랜드는 제품의 브랜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구독의 대상이 된 자동차의 서비스 플랫폼에 대한 브랜드와 동일시 될 것이다. (Geely자동차 컨넥티드카 자회사 Lynk&Co의 모토다) 일부는 이미 현실이 된 미래. 그 미래를 향해 미국과 중국의 혁신가들이 오늘도 전속력으로 질주하고 있다. 오늘이 되어가는 미래. 모빌리티는 미래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Fasten your seat be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