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박스오피스는 한 마디로 ‘오락 영화’의 승리였다. 10월 개봉한 <토르: 라그나로크>가 마블 마니아들을 극장으로 충분히 끌어들이고 한 풀 꺾일 무렵 “타도 어벤져스”를 외치며 야심차게 등장한 DC의 <저스티스리그>는 ‘DC는 역시...’라 혹평을 받으며 160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그 틈을 타 현빈, 유지태를 앞세운 범죄오락 영화 <꾼>은 배우들의 알찬 조합과 반전의 재미로 입소문을 타며 개봉과 동시에 <저스티스리그>를 끌어내리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작품성으로 호평 받은 장항준 감독의 <기억의 밤>과 화려한 출연진으로 기대를 모은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 그 뒤를 추격하고 있으나 <꾼>의 인기는 쉬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12월에는 초호화 캐스팅으로 기대를 모은 <신과 함께-죄와 벌>, 북한 최고권력자의 남한 망명이라는 주제를 다룬 <강철비>,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을 다룬 <1987> 등 국내 대작 영화들의 개봉이 예정돼있어 여느 때보다 극장가에 뜨거운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면 올해의 대미를 장식하는 12월에는 어떤 영화 개봉작들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을까. 12월 개봉을 앞둔 주요 작품들과 관전 포인트를 소개한다. 

 

▲ 출처= 네이버 영화

<메리와 마녀의 꽃> “지브리의 재림?”
제작: 스튜디오 포녹 
수입: CJ E&M 영화부문 / 배급: CGV 아트하우스 
개봉: 2017.12.7.

일본 애니메이션을 거의 ‘아~트’의 경지로 올려놓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수장 미야자키 하야오(宮崎 駿) 할아버지는 2013년 <바람이 분다>를 마지막 작품으로 선보이며 은퇴를 선언했다. 그런데! ‘누가 봐도’ 지브리 스타일 애니메이션이 또 나왔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하니. 이 작품의 제작사인  ‘스튜디오 포녹’은 2015년까지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일하던 애니메이션 감독이 요네바야시 히로마사(米林宏昌)가 회사를 나와 함께 퇴사한 지브리 출신 프로듀서와 차린 업체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캐릭터 디자인도, 환상 세계를 표현하는 방법도 지브리 애니의 색채가 많이 남아있다. ‘길 잃은 고양이를 따라가다가 마법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소녀 메리의 이야기’라는 판타지 설정은 이전의 지브리 작품들을 떠올리게 한다. 어쨌든 지브리 풍이라면 재미와 감동은 먹고 들어가는 부분이 있기에 기대가 되는 작품.   
   

▲ 출처= 네이버 영화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일본 청춘물 특유의 감성이 넘치는 영화” 
수입/배급: (주)스마일이엔티
개봉: 2017.12.7.

만화 강국 일본이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자국의 애니메이션을 ‘실사 영화화’로 만드는 일이다. <진격의 거인>, <강철의 연금술사> 같은 명작들을 순시간에 ‘괴작(怪作)’으로 만들었으니.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도 일본 만화 원작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라 하니. 뭔가 불안한 감이 엄습해오지만, 만화로밖에 묘사가 안 되는 판타지 설정들을 가진 작품 실사화와는 그래도 조금 다를 것으로 기대가 되는...작품이다. 작품을 먼저 접한 이들은 만화 원작 이상의 감동을 주는 작품이라고 호평을 했다. 요정의 저주를 받아 말하는 법을 잃어버린 한 소녀가 학교에서 뮤지컬을 준비하게 되면서 저주에 맞서는 지극히 일본스러운 판타지. 12월에 보기에 나쁘지 않을 듯하다.   

    

▲ 출처= 네이버 영화

<안티갱 스쿼드> “마동석 형이 자꾸 생각나...”
수입/배급: (주)T&L 엔터테인먼트
개봉: 2017.12.7

이 영화의 원제목은 안티갱(Antigang)이다. 그러니까 직역하면 ‘깡패(Gang)을 잡는’ 정도가 될 텐데. 우리의 이웃 초록 검색창의 영화 카테고리 정보에 보면 “노련한 베테랑 경찰 뷰런(장 르노)은 혈기왕성한 경찰들과 함께 팀을 이루어 범죄자를 체포한다. 범죄자들보다 더 폭력적인 방법으로 범죄자들을 체포해 나가는 경찰 팀”이라고 나와 있다. 잠깐만, 마동석 형님이 떠오르는 왠지 익숙한 설정이다. (드라마 <나쁜 녀석들>이 떠오르는 내가 이상한건가.) 아무튼 이 영화에는 시대의 명작 <레옹>으로 전 세계에 비니 모자와 선글라스, 화분을 유행시킨 프랑스의 명 배우 ‘장 르노’님이 나온다. 결국에는 험상궂은 아저씨들이 모여서 범죄자들을 잡다가 어려움을 마주하고 끝내는 이를 극복하고 가장 악질적인 악당을 처단할 것 같은 느낌이 아주 강하게 들지만. (뭐, 영화가 재밌으면 되는 거 아니겠어?)    
   

▲ 출처= 네이버 영화

<강철비> “설정부터 강하다”
제작: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배급: (주)NEW
개봉: 2017.12.14 

개봉은 12월인데 이 영화의 조각 영상을 SNS에서 본 건 10월부터 인 것 같다. 영화가 접근한 소재도 ‘무려’ 북한의 최고 권력자가 쿠데타(반역)로 자리에서 물러나 남한으로 망명했다는 소름끼치는 스토리다. 딱 봐도 영화 제작에 돈이 꽤 많이 들었을 것 같은 느낌이 진하다. 매우... 신스틸러에서 이제는 주연급 배우가 된 곽도원과 ‘미남 배우’ 정우성의 대결 구도만으로도 일단 비주얼은 먹고 들어가는 게 있다. 과연 저렇게 벌려놓은 이야기가 결말에서 어떻게 수습될 수 있을 것인가가 상당히 궁금해지는 영화.        

 

▲ 출처= 네이버 영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이제는 케빈 형만큼 반가운 다스베이더”
수입/배급: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개봉: 2017.12.14. 

우리가 어렸을 적 크리스마스 시즌이 왔음을 가장 잘 느끼게 해 준 분은 <나홀로 집에>의 케빈 형(맥컬리 컬킨)이었다. 이제는 <스타워즈>의 검은 깡통머리 악당 ‘다스베이더’가 그 자릴 꿰찬 것 같다. 무슨 시리즈가 매년 12월마다 짠 것처럼 신작을 뽑아낸다. 물론 <스타워즈>의 광대한 우주 제국 세계관과 주인공들의 대립을 손꼽아 기다리는 전 세계의 수많은 마니아들이 있어 항상 기본은 ‘먹고’ 들어가는 작품이겠지만, 요즘 나오는 <스타워즈> 작품들은 왠지 다분히 레고와 장난감을 팔(아먹)기위한 뉘앙스가 짙다. 뭐 그렇다고.     

 

▲ 출처= 네이버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 “하정우 vs 하정우 1” 
제작: 리얼라이즈픽쳐스, (주)덱스터스튜디오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개봉: 2017.12.20.

웹툰 작가 주호민(이라 쓰고 파되왕이라 불리는)의 메가히트 웹툰 <신과 함께>를 영화화한 작품. 저승과 이승을 넘나드는 웹툰의 스케일을 영화로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배우 이정재,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 마동석, D,O(도경수)를 한 장면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어마어마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 심지어 첫 편부터 부제가 달려 후속편이 나온다는 것을 만방에 알리는 근래에 보기 드문 영화가 될 듯하다. 먼저 공개된 영화의 설정에서 원작의 중요한 등장인물이 빠져있다는 것이 한 때 논란이 됐을 정도라니. 영화 팬들과 더불어 수많은 원작 팬들의 기대가 굉장히 큰데, 과연 영화는 이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 출처= 네이버 영화

<1987> “하정우 vs 하정우 2” 
제작: 우정필름
배급: CJ엔터테인먼트
개봉: 2017.12.27.

누군가 그랬다. 12월 박스오피스는 배우 하정우와 하정우의 대결이라고. 배우 하정우는 자신이 주연으로 나온 영화 <신과 함께>와 <1987> 두 편이 같은 달 박스오피스에서 흥행 대결을 펼치는 재미있는 광경을 보게 됐다. 과연 배우 하정우에게 ‘두 영화 중 어느 작품이 더 잘 됐으면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그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물론 둘 다라고 하겠지만). 잡설은 여기까지 하고.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0년 전인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가 더 특별한 이유는 전 세계 역사에 길이 남을 우리나라의 ‘어떤 사건’ 때문일 것이다. 자유를 억압받던 민중들의 분투와 승리. 그 메시지는 과연 영화를 통해 잘 전달될 수 있을까.  
    

박정훈 기자의 '센스있는 월간 영화 추천' [박'S오피스]는 2018년 새해에도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