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심사를 받고 채무(장기 소액채권)가 소각되면, 그럼 예전에 압류된 통장은 언제 쓸 수 있는 거죠?"

"그건 법원 가서 물어보셔야 합니다"

정부가 내년부터 장기소액채권 연체자를 대상으로 채권 소각에 들어가더라도 해결되어야할 문제가 더 있다. 대표적인게 통장압류 문제다.

장기 소액채권에 대한 소각은 연체자들의 경제활동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인데,  통장 압류 때문에 금융거래가 제한된 상황이 해결되지 않으면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지자체 금융복지상담센터 상담사들은 벌써부터 이같은 상황에 대한 상담이 예상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복지상담센터 관계자들은 "장기소액 연체자의 채권이 소각되더라도 통장 압류가 그대로인데, 압류 해제에 대한 내용이 언급이 없어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내년 2월부터 10년 이상된 1000만 원이하의 소액채권 6조2천억원규모에 대해 연체자의 상환능력을 심사한 후 채권 소각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소각하는 채권의 기준과 심사 절차를 발표했는데, 채권소각 이후 이들 채무자의 금융거래 제한을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해선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장기 소액 연체자의 채권을 소각하는 정책에 연체자들에 대한 압류 해제 문제는 포함되지 않았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의를 더 해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10년 이상 연체가 지속된 연체자들은 통장이 압류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채무자는 급여 통장을 사용할 수 없어 구직활동 등 경제활동에 제약을 받는다.  채권이 소각되더라도 통장 사용 등으로 금융거래를 할 수 없다면, 채권 소각의 의미가 반감된다.

채무 상담을 하는 시민단체와 금융복지 상담사들은 정부가 채권 소각과 함께, 이와 연계되어 있는 통장 압류를 푸는 문제에 대해서도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연체자의 압류 통장을 해제하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을 수 있다. 첫째는 '채권자'가 법원에 신청해 압류를 해제하는 방법이고, 둘째는 '채무자'가 신청해 압류를 해제하는 방법이다.

김·박 법률사무소 윤준석 변호사는 "압류해제는 절차상 압류를 결정한 법원에 해제 신청을 해야 한다"며 "채권자가 압류를 해제하는 방법은 간단한 신청서만으로 가능하지만, 채무자가 압류를 해제하려면 채무가 없다는 점을 증명해야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윤 변호사는 이어 "일반인들이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이같은 방법으로 법원에 압류를 해제하는 것은 쉽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압류해제가 채권자에겐 간단하지만,  채무자는 해제절차가 복잡하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채권 소각이 이뤄지더라도 대부분 취약계층인 연체자들이 통장 압류 해제까지 혜택을 받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주빌리은행 홍석만 상담사는 "주빌리은행에서 채권을 소각하고도 압류해제의 어려움 때문에 이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흘린다"며 "국민행복기금을 포함한 금융 공기업이 기존에 집행한 법적 조치들을 채권 소각시 함께 해제해야 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