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SIDE > 전문가 칼럼
[권미루의 한복으로 문화읽기] 한복을 입고 여행하는 이유 2
권미루 한복여행가 대표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7.12.08  07:58:00
   

필자가 여행을 하기 위해 한복을 입었던 것은 아니다. 어려서부터 한복을 좋아했고 입었다는 사실은 식상하지만 사실이었다. 성인이 되어 한복을 입겠다는 생각을 겉으로 표현하기까지는 많은 결단이 필요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택하는 방식을 ‘옳은 것’으로 여기는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가성비와 효율성만이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여기는 상황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여행을, 한복 입고? Too Much. 겉보기에는 그럴 수 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한복을 입지 않으니까. 한복을 잘 모르는 것은 둘째 치고 경험할 기회가 별로 없으니까. 자기 한복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드무니까. 자신이 경험한 범위와 영역이 다르다고 해서 비난하거나 까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느끼는 삶의 방향성은 다르기 마련이고, 다양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한복을 입지 않는 것은 당연히 의복의 기능으로서 도태됐기 때문이라는 의견들은 필자가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주제다. 하지만 현재 남아 있는 많은 한복의 형태가 의례적 목적으로만 입는 것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본질을 오해한다. 모든 이들이 한복을 입었던 시기를 생각해 보면 수백가지, 수천가지 스타일과 디자인의 한복이 있었음은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개성의 표현과 장식 욕구의 표현으로 과거의 옷, 지금의 옷은 매우 다양하다.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신체 보호나 체온조절의 목적으로 다양한 옷감을 사용해 옷을 지었다. 지금은 ‘가성비와 효율성’이라는 명목 하에 단 한 종류의 한복만 한복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말이다.

첫 번째, 처음에는 정말 통속적이게도 아름답고 예뻤다. 그러나 한복을 입은 필자는 무채색 가득한 사람들의 의복 속에서 매우 튀었고, 아무렇지 않게 평가의 대상이 됐다. 이것은 한복을 입고 문화활동을 함께 하던 단체 회원들이 모두 경험할 수 있었다. 문제는 한 가지 형태의 한복만 전통이라고 고집하거나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들이었다.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필자가 먼저 전통과 한복에 대해 잘 알아야 했다. 겉보기에 아름다운 무엇으로 시작한 관심은 문화, 역사에 대한 관심과 공부로 이어졌다.

두 번째, 불편함을 입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입었다. 불편함은 어느 순간 자연스러워졌다. ‘왜’ 그리도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운 옷을 입고 여행하는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 했다. 많이 입으니까 자연스럽게 몸에 익은 옷을 편하다고 이야기했지만, 실상은 그와 조금 달랐다. 재미로 시작했지만 가치를 입고 있었다. 그래서 손이 많이 가거나 다소 번거로운 상황을 만나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평면재단으로 만든 옷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옛 방식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느리지만 여유 있게, 답답하지만 긴 호흡으로. 언젠가 읽었던 피에르 쌍소의 책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에서 나오는, 사소한 아름다움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세 번째, 필자뿐 아니라 타인과 소통하기 위한 매개였다. 한복에 대한 관심은 정체성을 알아나가는 과정이었다. 물론 옷 자체가 좋아서 입는다. 좀 더 다양한 방향으로 활동을 하다 보니 필자의 생각이 깊어졌다는 이야기다. 필자를 설명하는 데 있어 입고 있는 의상만큼 효율적인 수단은 없었다. 필자의 가치와 생각을 표현하기에 매우 적절했다. 예의를 차리기 위해 서양식 정장을 갖춰 입고, 말하지 않아도 ‘나는 매너 있는 사람이다’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현대식 의상을 입은 사람들 속에 아날로그 방식의 대상은 눈에 띄기 마련이다. 그런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보다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필자 안의 필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자신의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타인의 것의 소중함도 알았다.

네 번째, 한복이 살아 있는 옷이었음을 전하는 아카이빙으로서의 여행이다. 분명 수는 적지만, 분명히 불씨는 살아 있었음을 알리는 사회현상과 자료, 문화로 남을 것임을 확신한다. 경험하지 않고 전하는 사람보다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느끼는 이가 보다 생생한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듯이. 필자는 필자의 한복이 소중하듯, 세계 여러 나라의 많은 유산을 만나며 지켜나갈, 느껴야 할, 생각하고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가치들을 떠올린다. 아름다운 문화는, 그것을 만든 사람들은 정신과 가치를 무언가에 남기고 이 세상을 떴지만, 그를 이어가고 기리는 사람들은 이렇게 살아 숨 쉬며 또 다른 유산을 만들어 가고 있음을.  

[태그 관련기사]

[태그]

#

[관련기사]

권미루 한복여행가 대표의 다른기사 보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전문가 칼럼
여백
여백
지식동영상
여백
여백
여백
여백
포토뉴스
여백
여백
회사소개채용정보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 인터넷신문위원회 바로가기 YOU TUBE  |  경제M  |  PLAY G  |  ER TV  |  ZZIM
RSS HOME 버튼 뒤로가기 버튼 위로가기 버튼
이코노믹리뷰 로고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84 10F (운니동, 가든타워)  |  대표전화 : 02-6321-3000  |  팩스 02-6321-3001  |  기사문의 : 02-6321-3042   |  광고문의 02-6321-3012
등록번호 : 서울,아03560  |  등록일자 : 2015년 2월 2일  |  발행인 : 임관호  |  편집인 : 주태산  |  편집국장 : 문주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전진혁
Copyright © 2017 이코노믹리뷰.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 홈페이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