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캐피탈은 축산업 여신금융에 전문화된 하림그룹 계열사다. 2010년 설립된 이 회사는 20명의 직원이 연매출 100억원을 올리고 있는 건실한 금융회사다. 에코캐피탈은 교육과 학습 중심의 직원 동기 부여와 문화예술 경영이 후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래서 직원들이 일할 맛을 느끼는 기업이다.

▲ 에코캐피탈 장현근 대표(제공=에코캐피탈)

에코캐피탈의 장현근 대표(52)는 지난 2015년 부임하자마자 사내에 독특한 복지제도를 만들었다. 직원들이 외부 교육과정을 이수하거나, 특정 분야를 집중 공부하거나 독서를 열심히 할 때마다 ‘크레딧’ 형태로 보상을 지급하는 ‘사내 MBA’ 제도다.

그가 이런 제도를 도입한 것은 여러 기업에서 쌓은 경험의 결과물이다. 장 대표는 국민대 법대를 졸업하고 동원증권, 한국투자증권, 농수산 홈쇼핑을 거쳐 에코캐피탈에 합류했다. 직원이 다닐 맛이 나야 기업이 성장한다는 것을 체득했다.

장 대표는 “흔히 금융회사라고 하면 회계·재무 등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편견을 갖기 쉽지만 에코캐피탈에서는 도구적 지식보다 인성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제도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장 대표는 “전문 지식 못지않게 조직 구성원들과 소통하고 감성을 계발하는 일이 중요하기에 직원들을 위한 사내 MBA와 인문학 특강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에코캐피탈은 ‘에코락 갤러리’라는 문화예술공간을 함께 운영하며 직원들을 위한 ‘창의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에코락 갤러리에서 열리는 ‘인문학 특강’에는 ‘아티스트와 소장자를 위한 법률지식 특강’, ‘화음이 필요한 조직을 위한 음악’, ‘키워드로 보는 21세기 한국 미술’ 등 다양한 주제로 전문 강사들이 강의한다.

전략금융팀 임소정 주임은 “일하면서 자기계발이 자동으로 된다는 즐거움을 주는 회사”라면서 “금융사라고 해서 수리적 전문성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과 주변 환경을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과 변화 적응 능력을 길러준다”고 주장했다. 

조직원들의 문화활동을 지원하는 기업

에코캐피탈은 직원들의 문화예술소비도 지원한다. 매월 네 권까지 읽은 책을 ‘회사 책방’에 기증하면 1권당 1만원의 문화상품권을 증정하는 보상 제도가 있다. 기증된 책은 다른 직원과 함께 회사 책방에서 공유해 읽을 수 있다.

▲ 에코캐피탈 워크샵(제공=에코캐피탈)

가족과 함께 하는 영화, 연극, 전람회, 연주회 관람을 지원하는 제도도 있다. 이들 공연이나 전시회 관람 이후 티켓을 회사에 제출하면 문화활동비 중 일부를 환급해 주는 형식이다. 또 에코캐피탈 직원들은 매년 사내 문집 작성에 참여하기도 한다. 직원들이 독서나 인문학 특강, 문화 활동을 통해 얻은 통찰을 직접 글로 풀어내는 일이다. 장 대표는 “문집 활동을 통해 직원들이 자기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고 공유하는 계기를 다지고,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된다”고 자부했다.

‘제안하기’ 문화, 음주 회식 없는 문화

에코캐피탈은 금융회사로서는 드물게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한 제안에 열려 있다. 직급이나 직무에 관계없이 조직 내부를 바꾸기 위한 창의적인 시도들을 적극 권장한다. 좋은 제안을 내 놓은 직원은 문화상품권 증정에서 특별 포상에 이르기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경영기획팀 이희숙 차장은 “제안 문화는 내가 쓰는 모든 시간과 생각이 회사를 위해 기여하는 일이라는 자부심을 주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차장은 “리더로서 직원과 함께 만들어가는 조직의 모습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협업’ 정신 덕분에 직원들이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공유하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조직 내부에서 음주 회식을 과감하게 없앤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회식이 ‘명목상의 단합대회’가 아니라 직원들이 서로 경험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돼야 한다는 게 장 대표의 철학이다. 술과 고기 등 정형화된 회식에서 벗어나 그리스, 아프리카, 러시아, 인도, 멕시코 음식 등 세계 각국의 현지 셰프가 운영하는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체험하는 회식을 즐기는 게 에코캐피탈만의 장점이다.

▲ 에코락 갤러리(제공=에코캐피탈)

연말에 직원 가족을 최고급 호텔에 초청해 남편과 아내, 자녀가 어떤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지 소개하고, 따뜻한 식사와 선물을 제공하는 것도 에코캐피탈만의 기업 문화다. 지방에 사는 직원 가족들에게는 교통비도 지원한다.

‘상상의 힘’을 적극 활용하는 경영이 에코캐피탈 조직 경영 비법

장 대표는 “금융회사라고 해서 치열한 경쟁과 치밀한 계획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문제 해결 시 상상력을 동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 본인도 매주 화요일 저녁 ‘논어 수업’을 들으며 인문학적 성찰과 경영의 지혜를 잇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는 “무조건 최적의 성과를 올리라고 강요하는 것만이 성공적인 경영이 아니다”면서 “직원들로 하여금 계속 일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고, 정말 가치 있는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리더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에코캐피탈은 하림그룹 내에서 조직 문화가 우수한 최정예 기업으로도 이름나 있다. 매년 그룹사 간담회에서 에코캐피탈의 특이한 기업 문화가 ‘선진 사례’로 소개된다. 장 대표는 “조직 문화는 기업의 부수 요소가 아니라 직원에게 주는 또 다른 보상”이라면서 “금전보상과 별개로 리더가 꼭 관리해야 할 핵심 성과 지표”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