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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아그리테크니카(Agritechnica) 농기계 박람회’에 참여한 농기계 기업들의 이름이다.  이 행사는 전세계 농기계 기업 2803곳이 모여 모여 신제품을 선보이는 행사로 올해엔 45만명의 방문객들이 다녀 갔다.  코트라 함부르크 무역관은 “농업 분야의 4차산업혁명이 올해 하노버 박람회의 핵심 주제였다”면서 “앞으로 부가가치율이 높은 종목으로 예상되는 팜봇(농사용 로봇), 축산용 로봇 중 하나인 착유기 등이 인기를 끌었다”고 소개했다. 

▲ 작물 파종을 자동화한 스위스 벤처 에코 로보틱스의 제품(출처=에코로보틱스 홈페이지)

농기계의 전자화가 향후 농업의 핵심 트렌드

올해 아그리테크니카의 큰 주제는 ‘농업 4.0’(Landwirtschaft 4.0)이다. 적은 노동 투입량으로 많은 수확을 하기 위해 어떻게 스마트한 농업 생산 시스템을 만들어 낼 것이냐가 골자다. 독일 내에서는 제조업과 IT를 결합한 ‘인더스트리 4.0’이 이미 2010년부터 제안됐고  최근에는 GPS를 활용한 정밀농업, 데이터 관리를 통한 원격 농지 컨트롤 등이 ‘농업 4.0’ 트렌드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 농기계 회사 존디어(John Deere)는 올해 전통 디젤 모터에 500볼트짜리 전원 공급 장치를 갖춘 ‘E-프리미엄 디렉터’를 선보였다. 농기계부품의 전자화를 추진해 기존 유압식 농기계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독일 농기계 회사인 펜트(Fendt)도 48볼트짜리 소켓을 적용한 전기 구동형 농기계를 박람회장에 내놨다. 펜트는 올해 100% 전기로 돌아가는 트랙터를 출시하고 내년부터 유럽 지역에 한해 시판할 계획이다. 이 제품은 50킬로와트 출력을 갖고 있고 650볼트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장착해 5시간 연속 구동이 가능하다. 이번 박람회에는 ‘바리오’(Vario)라는 제품명으로 나왔다.

농기계 제조업계의 다른 쟁점은 2019년 발효되는 ‘EU 디젤배출단계 5’라는 규제다. 이 규제에 따르면 디젤 엔진을 착용한 기기는 19 킬로와트(KW)~560 킬로와트(KW) 출력 엔진 기준으로 1 킬로와트당 1012개의 매연입자만 배출할 수 있다. 농기계 회사들은 디젤 매연을 막기 위한 필터를 설치하거나 배출가스 규제 적합 인증을 받아야만 유럽 시장에서 판매가 가능하다. 주행 기능이 있는 모든 농기계들이 이 기준에 따라야만 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전기 트랙터의 도입으로 인해 이 문제가 어느 정도 극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랠리 사가 생산하는 로봇착유기 '아스트로넛'(출처=랠리 사 홈페이지)

농업 로봇도 주목돼

하노버 박람회에서는 통신을 활용한 트랙터, 농기계 위치파악, 자율주행 등의 기능을 탑재한 로봇이 선보였다. 특히 기기간 커뮤니케이션이 농업에서도 중요해지면서 여러 농장 데이터를 체득하고 실제 생산으로 연결할 수 있는 로봇의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네덜란드의 벤처캐피탈 회사인 안테라 캐피탈(Anterra Capital)의 단 하부르(Dan Harburg) 이사는 “예전보다 훨씬 다양한 과업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고, 유연하게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농업 로봇이 절실해졌다”고 분석했다.

스마트 파종 시스템을 갖춘 로봇을 생산하는 스위스 벤처 에코로보틱스(Ecorobotix)는 크기가 작은 식물들을 관리하는 데 특화돼 있다. 이 기업은 스위스 리스크 캐피탈로부터 300만 달러(한화 30억 원)를 투자받았고 모바일 폰과 사물인터넷, 위성 관측 기술, 파종 기술 등을 연결해 로봇을 만들었다.

플랜트테이프(Plant Tape)라는 기업은 자동으로 브로콜리, 양파, 토마토 등의 모종을 심을 수 있는 로봇을 생산한다. 과거 손으로 직접 모종 심기를 하던 것보다 훨씬 빠르고 청결하게 할 수 있다. 바이바와 구글 벤처스로부터 120만 달러(12억 원)를 투자받은 어번던트 로보틱스(Abundant Robotics)의 경우에는 사과 수확 로봇을 생산하고 있다. 이 기업은 독일의 농업 무역 회사나 물류 회사들로부터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로봇 착유기ㆍ농기계 통신 소프트웨어 등에도 열띤 관심

네덜란드 축산기계 회사인 렐리(Lely)가 개발한 착유기 ‘아스트로넛’(Astronaut)은 젖소 1마리당 우유 생산량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어플리케이션을 갖췄다. 아스트로넛에는 소 한 마리당 최대 착유 횟수를 4회로 제한하는 기능이 있다. 착유기에 자주 드나드는 소는 투입 횟수를 줄이고, 투입 빈도가 낮은 소들에게서 집중적으로 젖을 짜는 것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하루 5회 이상 젖을 짜는 소들은 그렇지 않은 소들보다 한 달 우유 생산량이 평균 9 킬로그램 적다. 랠리는 이 점을 노려 축사의 생산성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소프트웨어까지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DKE 데이터라는 독일 신생 벤처(2014년 설립)가 개발한 ‘아그리라우터’(Agrirouter)는 농기계 제조사와 농장주, 농장 경영 대행사 등을 시스템으로 연결하고 핵심 정보를 실시간으로 교환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전시회 주관사인 독일농업협회(DLG)의 안젤리나 라스(Angelina Laas) 아시아 담당 이사는 “한국 기업들도 꾸준히 참가하면 유럽의 핵심 제조사와 교류할 수 있고 사업 연계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며 “올 3월 방콕에서 개최한 ‘아그리테크니카 아시아’처럼 아시아 제조사들을 위한 행사도 계속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