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수출 타격은 적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원화 강세에 힘이 실리면서 환율이 하락해 수출 기업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총재는 3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나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출경쟁력에 금리인상이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총재는 “산업구조와 교역구조의 변화를 감안해볼 때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력은 과거보다는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원화 가치에 대해서도 “원화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체 수출과 개별 기업의 경쟁력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는 축소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선 국내 기업의 해외 생산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과거 수출 기업 대부분은 국내에서 생산 후 해외로 수출하면서 수익을 창출했지만 최근엔 해외 공장 이전이 많아지면서 현지에서 생산해 직접 조달하는 기업이 크게 늘었다. 자동차∙가전 등의 수출기업이 대표적이다.

이 총재는 중간재 투입에 있어서 수입재 비중이 높아진 것도 환율 하락의 긍정적인 측면으로 해석했다. 환율이 내려가면 수출에는 적신호지만 수입 가격은 내려가 부품 수입을 하는 기업은 수혜를 입게 된다.

아울러 국내 수출기업이 가격경쟁력보다는 품질 등 낮은 가격만이 아닌 경쟁력이 더 높아졌다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총재는 “수출경쟁력에 환율이 절대적인 요인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원화 절상 추세가 길어질 경우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이 총재는 “환율의 수출 가격 전가가 확대되면서 중국∙일본과 경합도가 높은 업종 중심으로 부정적 영향이 파급될 가능성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주열 총재는 올해 역대급 수출 호조를 보인 반도체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 총재는 “올해 반도체 수출이 워낙 호조를 보이고 수출과 투자 부문 기여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우려와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시계열을 길게 보지 않고 1~2년 정도 내다본다면 4차 산업혁명 진전속도를 감안했을 때 당분간은 반도체 호조세를 이어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한다”고 말했다.

역대급 반도체 수출 호황으로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매출액 62조 500억원, 영업이익 14조 5300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최고치를 경신했다. SK하이닉스 역시 분기마다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반도체 호황의 수혜를 톡톡히 입었다. 반면 미국의 투자금융사 모건스탠리는 지난 26일(현지시간)내년 반도체시장이 공급확대대비 수요감소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