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는 게임 속 ‘미니맵’과 비슷하다. 전체 상황을 한눈에 보여주니까. 매년 열리는 국내 최대 게임박람회 지스타는 게임산업 현주소를 반영하는 현실 미니맵이다. 올해 행사는 지난달 19일 끝났다. 여느 때와 같이 부산엘 들렀다.

익숙한 것들의 귀환. 지난해 지스타를 둘러보고 떠오른 표현이다. 리니지부터 스타워즈까지. 익숙한 것들이 낯선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는 당시 유행어라 해도 무방한 ‘IP(지식재산권, Intellectual Property Rights)’와 연관이 있다. 게임 업계는 유명 IP를 활용해 신작 만드는 것을 흥행 치트키(Cheat-Key)로 간주했다. “그땐 그랬지….”

올해 지스타는 ‘배틀그라운드’ 세상이었다. IP 게임이 없진 않았지만 2016년 행사랑은 온도차가 상당하다. 1년새 무슨 일이 있었길래. 너도나도 기대감 가득 품고 IP 계약 소식을 전하던 시절이었다. IP를 매개로 분야를 가로지르는 컬래버레이션 시도도 이어졌다.

결과는? 대박을 친 IP 게임이 분명 존재한다. ‘리니지’ 기반 모바일 게임은 여전히 앱마켓 최고 매출 순위 최상위권이다. 그렇다고 IP를 흥행 치트키로 믿기엔 무리가 따른다. 기대 이하 성적을 거두고 그저 그런 게임으로 남아버린 타이틀도 셀 수 없이 많으니. 이런 잠언이 있지 않나. ‘될 놈 되고 안 될 놈 안 된다.’

역효과도 분명했다. IP 게임에 피로를 호소하는 게이머가 적지 않았다. 익숙한 IP가 신작에 활용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게임이 다 비슷비슷해 식상하다’는 인식이 퍼졌다. 앱마켓은 껍데기만 다른 카피캣의 저수지 같은 인상을 풍겼다고 하면 과장일까.

이제 게임업계는 IP 파워를 맹신하지 않는다. 한계를 경험한 까닭이다. 일단 IP도 다 같은 IP가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다. 팬이 두터운 메가 IP(로열티가 너무 비싼)가 아닌 이상 흥행 효과는 애매할 따름이었으니. IP 게임이 만사가 아니란 점도 확실해졌다. ‘배틀그라운드’는 IP 없이도 글로벌 왕좌에 오르지 않았는가. IP 활용에 따른 로열티도 낼 필요 없고.

IP 효과를 애써 과소평가할 생각은 없다. 여전히 영향력이 현재진행형이니까. 넷마블게임즈 신작 ‘테라M’은 출시와 함께 엄청난 호응을 얻고 있으니. IP가 게임사 입장에서 치트키는 아니어도 하나의 ‘괜찮은’ 옵션일 순 있겠다. 몸집이 큰 회사일수록 더 많은 옵션을 택할 수 있다는 점은 당연한 이야기.

지스타 2017은 역대 최대 성과로 끝이 났다. 게임 업계 분위기도 긍정 일색이다. 넥슨이나 넷마블은 업계 최초로 연매출 2조원 시대를 무난히 열어갈 전망이다. 주요 게임사 주가도 연일 상승 곡선을 그린다. 규제 기조도 완화되는 양상이고. 2000년대 초반 온라인 게임 부흥기에 이어 우리 게임산업의 제2전성기가 올지 모른다는 예감이 꿈틀거린다.

축포를 터트리기엔 이르다. 여전히 통제 불능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탓이다. 우린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했다. 답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일 따름이다. ‘한국 게임산업 제2전성기’를 온전히 우리 품으로 끌어안기 위해서는 지난 IP 트렌드에서 노출된 성찰이 부재한 ‘쏠림’의 감각과 결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