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친화적인 삶, 간소한 삶을 동경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이를 삶에서 실천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재활용이 중요하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막상 누군가가 쓰던 재활용품을 사용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주변에 중고용품 숍이 많지도 않을 뿐더러, 중고용품이 진열되어 있는 방식이나 상태에 실망하는 경우도 적잖아 ‘친환경 소비’라는 자랑스러움 대신 ‘부끄러움’이나 ‘실망’을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스웨덴 동남부의 도시 에스킬스투나(Eskilstuna)에 있는 리투나(ReTuna Återbruksgalleria)는 지자체가 나서서 대형 재활용 복합쇼핑몰센터를 열었다. 가구, 컴퓨터, 옷, 장난감에서 건축 자재까지, 이 쇼핑몰에 입점한 13개의 매장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은 모두 일부 수리된 리퍼비시(Refurbish) 상품 또는 재활용품을 수선해 가치를 더한 업사이클링(Upcycling) 상품이다. 쇼핑몰 안에는 소비자들이 물건을 기부할 수 있는 재활용 구역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자유롭게 놓고 갈 수 있다. 이렇게 수거된 물건들은 스태프들이 고치거나 변신시켜서 쇼핑몰 내의 매장에서 판매하고, 매장에서 팔 수 없는 물건들은 지역의 다른 센터에 나누거나 재활용 시설로 보낸다. 판매하는 상품뿐만 아니라 쇼핑몰에 입점한 음식점과 카페까지도 유기농, 친환경적 재료로만 만든다.

또한 교육을 위한 공간이 있어 스스로 물건을 리사이클링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1년간의 환경 교육(Recycle Design - Återbruk)을 운영하고 정기적으로 전시회를 개최한다. 개인 스타트업과 지역 공예가를 위한 공간도 제공하고,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각종 이벤트, 워크숍, 강연, 페스티벌도 열린다.

에스킬투나시는 리투나를 통해 사용되지 않거나 싫증나서 버려지는 물건들을 폐기하기 위해 소요되는 엄청난 비용을 절약하는 동시에 그 물건들을 수익상품으로 만드는 실험을 하는 중이다. 쇼핑몰에 들러서 쓰지 않는 것은 기부하고, 새롭게 업사이클링된 상품을 사고, 유기농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수 있는 친환경 쇼핑의 토탈 패키지를 제공함으로써 말 그대로 순환경제에 기반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프로젝트의 기획자인 안나 베뢰스트룀(Anna Bergström)에 따르면 에스킬투나의 시민들이 재활용품 사용에 호의적인 덕에 기대했던 것보다 더 나은 결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하루 평균 600~700명 정도의 시민이 리투나를 방문하고 있으며, 매장을 운영할 만큼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https://www.retuna.se/

INSIGHT 

우리나라에도 땡처리 마트나 리퍼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매장을 종종 볼 수 있다. 사람들이 기부한 상품을 판매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이런 곳들은 품목이 다양하지도 않고, 가격이 싸다는 것 외에는 다른 이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리투나는 재활용센터와 대형쇼핑몰을 결합해 일상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품목의 기부와 쇼핑, 식사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하게 만들었다. 기부된 물품을 그냥 파는 것이 아니라 사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수리하거나 업사이클링해 새 생명을 주고, 사람들이 직접 업사이클링에 도전할 수 있도록 강의도 제공한다. ‘재활용을 하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쇼핑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라이프스타일을 친환경적으로 바꾸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지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