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CRM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충성고객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다. 해당 고객들을 잘 관리해야 매출도 지속적으로 유지될 뿐만 아니라 입소문의 자발적 주체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자사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경쟁사에 대한 유용한 정보도 제공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충성고객들을 확보하고자 적극적으로 로열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충성고객 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에서 가장 많이 제공하는 혜택은 높은 할인율이다. 마케팅의 실행 툴인 4P Mix 중에서 소비자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가격(Price)인 만큼, 당연히 할인은 고객들의 충성도를 유지하는 데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CRM 관점에서 충성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해본 결과 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할인보다는 의외로 심리적인 대접이었다. 필자가 몸담았던 뷰티나 패션 분야의 고객들만 해도 본인이 회사 멤버십 제도의 최상위 등급이 되었으면 그만큼 일반회원들이 누릴 수 없는 특별한 대접을 받고 싶어 하는데, 그중에서 할인보다 더 많이 요구하는 것이 전용제품 판매였다. 다시 말해 이미 그들은 자기 정도의 브랜드 충성도라면 일반 소비자에 비해 조금 더 할인받는 것보다는, 자신을 인정해주고 타인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를 원했다.

실제 필자의 경험을 예로 들면 회사의 신제품이 한정판으로 출시되면서 충성고객들에게 우선 구매라는 혜택을 제공했고, 그들은 조기 품절이라는 폭발적인 반응과 구매력으로 화답했다. 이후 회사는 충성고객들에게서 신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을 확인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입소문까지 난 상황이 되니, 고심 끝에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해당 제품을 일반 소비자들도 구매할 수 있도록 전 유통채널에 공급했다. 물론 기존 충성고객들의 반발을 예상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말 그대로 회사의 콜센터에 불이 나기 시작하면서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했다. 첫 번째로 신제품을 구매한 충성고객들 중 일부가 강력하게 환불을 요구했다. 이유는 자신들이 구매한 신제품은 단순히 새롭다는 의미를 넘어, 한정판으로써 타인에게 자신이 이 브랜드의 가장 높은 등급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상징성이 있었는데 그것이 무너져버린 것이었다. 두 번째로 충성고객들의 이탈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원인은 그들에게 제공되는 혜택이 경쟁사에 비해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었지만, 한정판 신제품과 관련한 회사의 정책에 강한 질타를 보내는 것으로 충분히 예측이 가능했다.

이와 같이 물론 회사마다 타깃층이 달라 특정 사업군에서는 충성고객들이 할인을 심리적 대접보다 더 선호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희소성이나 특별함을 원하고 있다. 충성고객들을 위한 로열티 프로그램의 성공사례로 해외유명 특급호텔의 캠페인을 들 수 있다. 해당 호텔의 최상위등급인 VIP 고객들은 일반인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소비하며, 대부분 피트니스나 골프 연습장 등과 같이 부대시설을 장기간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고객군들을 대상으로 해당 호텔에서는 심리적 대접을 위한 특별한 혜택을 제공했다. 즉 충성고객이 호텔로 들어올 때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정갈한 유니폼을 입은 호텔 직원이 동행하며 일종의 의전과 같은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라 해당 직원은 사람들이 많은 로비나 엘리베이터 앞에서 의도적으로 충성고객에게 “엘리베이터 타시겠습니다. VIP 고객님”과 같은 안내를 주변에 들릴 만큼 크게 하는 것이다. 언뜻 보면 아주 사소하고 웃길 수도 있지만, 이 호텔은 자신이 이곳의 VIP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능을 정확하게 충족시킴으로써 대접이라는 아주 강력한 심리적 혜택을 제공한 것이다. 이런 서비스를 받은 충성고객들은 자신이 이곳에서 특별한 대접을 받는 사람임을 지인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 때문에 점차 레스토랑 등에서 모임을 가지기 시작한다. 호텔은 이를 통해 매출 상승뿐만 아니라 그들과 유사하게 소비력이 뛰어난 잠재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고객을 관리하고 소통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우리에게 충성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반적인 혜택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 어떠한 대접을 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본다면 훨씬 더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