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관이 좀 고약한 질문을 한다.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보았는데 휴지가 없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어떻게 하겠느냐? 먼저 답해 볼 사람?”

다섯 명의 면접대상자를 두고 면접관 3명중 질문 전담인 인사부장이 던진 질문이다. 면접자의 당황함은 당연하다. 듣고 있는 면접관도 당황한다.

통상 면접관끼리 역할 분담은 하지만 구체적인 질문까지는 미리 맞춰보지는 못하며, 상황대처능력을 보는 이런 고약한 질문은 주로 최연소자인 실무자급 면접관이 도맡는다.

회사 일은 워낙 다양한 상황에 접하는 경우가 많다. 예상치도 못한 질문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나름대로 구성하는 답을 보고 평가를 한다. 정답이라는 것이 있겠는가?

“양말로 처리를 하겠습니다”

“손수건으로 처리를 하겠습니다”

“저는 준비를 철저히 해서 그런 일이 없을 것입니다” (말귀를 못 알아 듣네!)

“핸드폰으로 문자나 전화를 해서 도와 달라고 하겠습니다”. “일단 물을 내리고 나면 나오는 깨끗한 물로 처리하겠습니다” (그럴싸하네! 창의적이네!)

“옆방에 노크해서 휴지를 넘겨 달라고 하겠습니다” 면접관, “칸이 하나만 있는 화장실이다라고 하면?”, “그러면, 밖에 소리치겠습니다”, 면접관 “좀 외진 곳에 있어서 2,3일에 한 명이 올까말까 한 곳이라면?”

그랬더니, “그래도 기다리겠습니다”, “3일이라도 기다리겠다고?” , “예!”

낭패입니다. 뽑아야 할까요? 아니면 약간 이상한 스타일이니 뽑지 말아야 할까요?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실제 있었던 질문이지만, 다른 회사 임직원 강의 시간에 이런 상황을 두고 질문을 해 보면, 사장이나 오너들은 ‘반드시 뽑겠다. 보배(인재)감이다” 라고 한다. 반면 일반 임직원은 손사레를 친다. 대개의 회사들이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이유는 기업의 인재는 업무(직무)에 따라 많이 다른 역량이 필요하다. 그런데 학생들은 ‘신속하고 남보다 한 발 먼저 움직이는 태도와 자세’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주로 듣고 있다. 모두가 그렇게 쏠리며 그래야만 취업이 되는 줄 아는 것이 문제다.

회사 일은 워낙 다양해서 신속함보다는 진득함, 끈기, 참을성이 중요한 업무도 많다. 예를 들면, 시장조사, 품질관리, 외상매출 수금 업무 등은 전통적으로 끈기가 필요하며, 기계화나 자동화만으로 해결되지 않고 현장에서 지켜보며 유의점을 찾아내는 업무이다. 그래서, 다양한 기질과 스타일을 가진 직원을 뽑는 것이다.

축구나 야구 운동을 상상해보라. 포지션별로 역량이나 기질이 달라야 한다. 일정시간에 승부를 결정짓는 운동보다 더 다양한 업무들과 대외환경을 감안해야 하는 기업은 오죽하겠는가?

몇 년 전에 모 방송사의 오디션프로그램 중에 ‘신입사원’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방송국 신입 아나운서를 선발하는 토요일 저녁의 인기프로그램. 면접관으로 앉은 고참 아나운서들이 하는 한결 같은 요구. “기본은 알겠고 혹시 본인만의 차별화된 능력은 없어요?” 일반인이 보기에는 차이가 없어 보이는 아나운서라는 직업도 속을 보면 이렇게 차이가 나는 데….

그런데, 우리 취준생들의 준비는 획일적이다. 외국어, 자격증, 생각없이 진행되는 인턴, 동아리 활동, 가난을 원망하며 하기 싫은 아르바이트 등.

그러니, 면접을 보아도 변별력이 없다. 요즘 관심을 가지는 블라인드채용을 해 봐도 예전방식과 그 결과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필자가 수없이 해 봤던 일이다. 모두가 비슷한 모습으로 나타나면 누구를 뽑겠는가? 결국은 학력이 기준점이 되고, 그렇게도 싫어하는 스펙(SPEC)이라는 기준이 작동된다. 

수많은 채용관련 가이드북이나 관계자 인터뷰 자료, 언론 보도 등에 너무 민감하게 심취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기질적인 문제 즉, 내성적과 외향적인 기질, 신속함과 약간의 굼뜸 등의 본연의 모습을 기반으로 취업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취업목표를 세우고 지원서를 낼 때는 직무단위까지의 목표를 정하고 본인의 기질과 대비해 보아야 한다.

또 많이 오해하고 있는 직무역량의 예를 들면, 영업직무 근무자는 ‘외향적이고 활달해야 한다’는 믿음. 회사간 영업(B2B), 소비자영업(B2C) 그리고, 관공서 영업(B2G)따라 다르다. 이러면 너무 복잡해지는가?

결론은 회사,산업과 직무 등을 단순하게 보지 말고 눈여겨 보고 준비해야 한다.

이래저래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