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먹던 시절에는 살찐 사람이 복(福)이 많다고 보았다. 그래서 배꼽에 쌀알을 많이 올려놓을 수 있어야 복이 많다고 믿었다. 북한에서는 지금도 김씨 부자들처럼 일단 배가 나와야 당 간부 스타일이라며 귀한 몸으로 모신다.

배는 오장육부를 자루에 담은 것처럼 일정한 자리가 있지만 조금씩 나이가 들면 밑으로 처져 나잇살이 생기고 배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내장 장간막에 연소되지 않은 지방이 축적되면 뱃가죽이 두꺼워지고 혈관 벽에도 노폐물이 많이 끼고, 심장이 구석구석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심장이 발달되면 심장이 커지고, 한정된 흉곽 내에서 심장의 공간이 많아지니 조금만 힘들어도 숨이 차게 된다. 그렇게 비만은 모든 질병의 간접적인 원인이니 축복이라기보다는 재앙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배가 나온 사람들은 성격이 좋다. 뱃속에 자기가 소모성 질환에 걸렸을 때 버틸 수 있는 지방을 충분히 저장해 두었으니 느긋해질 수밖에 없다. 내일이 걱정이 안 된다. 그러다 보니 타인을 배려할 수도 있고 그 점이 남에게 좋은 인상과 품위로 어필되어, 사업을 해도 잘되고 너그러운 상사가 위에 있으면 늘 든든해 부하들도 일을 잘할 수 있는 것이다.

하버드대학 졸업생 100명을 조사한 결과 대학 졸업 후 5년 내에 5㎏이 찌지 않으면 소모성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욕심을 포기하며 마음이 느긋해지고 가진 것에 만족하기 때문에, 아등바등하지 않고 에너지 소비를 적게 하니 나잇살은 자연스럽게 생긴다.

그런데 체중의 변화가 가장 심한 태음인은 식탐이 있어 조금만 잘 먹으면 체중이 배 쪽으로 확 늘고 적게 먹으면 잘 줄어든다. 배꼽을 중심으로 전체적으로 동산만 하게 뱃살이 늘어가는 것이 특징인데 한태음인의 배를 눌러보면 물렁물렁하고 열태음인은 딴딴하다. 특히 태음인은 12시 이전에는 잠이 안 와 간식을 먹고 2시는 돼야 잠을 잘 수가 있으며, 아침에는 늦게 일어나 식사를 거의 하지 않는다. 저녁에는 혈당이 떨어져 과식을 하니 밤 사이 음식물 흡수가 잘되어 비만해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잠이 부족하면 몸 속 호르몬의 균형이 깨져 다음날 공복 지수에 영향을 미친다. 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면, 그렐린수치(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가 높아지고 렙틴 수치(배부름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가 떨어진다. 그 다음날, 더 많이 먹게 되지만 포만감은 덜 느끼게 된다. 이런 불균형을 피하려면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잠자리에 들도록 해야 한다.

소음인은 오목가슴이고 위가 배꼽 밑으로 처지는 위무력증이 많다. 그러다 보니 나이가 들면 체중은 안 늘어도 아랫배만 볼록한 올챙이배가 된다.

소화기 등의 장기가 일정하게 힘이 있을 때는 위로 올라가 있지만 나이가 들어 힘이 빠지면 복벽의 힘도 떨어져 밑으로 처진다. 그래서 출산을 많이 한 여자 어르신은 너무 힘이 없으면 외음부의 질이 빠져 나오는 음탈(陰脫)이 생기거나 항문이 밑으로 빠져 나오고(탈홍), 남자 어르신은 장헤르니아(고환하수), 산증 등이 나타난다.

평상시 근력운동을 해 복벽의 힘이 생기도록 하는 ‘규화공(叫化功)’이라는 기공법을 권하고 싶다. 반질반질한 문이나 벽에 뒤로 서서 15㎝ 정도 앞에 발을 내딛는다. 뒷목을 벽에 대고 내려오면서 등과 허리를 앞으로 내민다. 무릎을 굽히며 배에 힘을 주면서 숨을 ‘허~’ 하고 들이쉰다. 다시 등과 배를 벽에 붙이고 무릎을 펴고 올라가면서 숨을 내쉬는 역복식호흡(逆腹式呼吸)을 하며 배꼽을 중심으로 한 피스톤 운동을 한다. 이렇게 하면 복벽에 힘이 생기고 위장기능도 좋아지고 아랫배 살이 빠진다.

소양인은 위의 기능이 좋아 잘 먹으면 윗배가 볼록 나오고 소화가 되면 들어간다. 전체적으로 살이 잘 찌지 않지만 윗배가 유독 튀어 나온 체형이므로 식사를 천천히 해야 윗배도 덜 나온다.

우리는 흔히 배가 나온 것을 인격이 풍부해서 그렇다고 하지만 배가 나오면 유리한 것은 하나도 없다. 배가 나온 것은 단지 게으름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열심히 뱃살을 빼야 성실한 사람으로 어필되며, 근육량이 많아야 섹시하고 매력이 있다고 보니 비즈니스도 잘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