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국내에서는 SW가 하드웨어의 종속물처럼 취급돼 이 분야의 발전이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었다. 정부나 기업들이 SW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정책을 쏟아내고 대기업들도 SW 인력 확충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지만, 중소기업들은 SW 개발 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하드웨어 산업은 좋은 기능 넣고 원가 절감 잘하고 조직력과 시스템만 잘 갖추면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지만 SW 산업은 다르다. 왜냐하면 SW의 본질은 사람간의 소통을 기반으로 각종 기술의 유기적 연결과 함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문화적 토양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SW 개발 인력을 늘리고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만으로 창의적인 서비스나 솔루션들을 창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외국의 SW 기업들을 보면 R&D센터를 캠퍼스라고 명명하고 그 안에서는 반바지에 슬리퍼를 끌고 다니든 자기 애완견을 데리고 다니든 상관하지 않는다. 자유로움 속에서 창조적 아이디어를 끌어내려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 중소 SW하우스나 개인 개발자들로 구성된 SW 커뮤니티는 멤버가 20만명을 훨씬 넘어서고 있지만 단순 경력 기준의 인건비를 지급하는 갑을 관계의 하청, 재하청의 호구지책이 불가한 유통구조 때문에 성장이나 비전을 키우기 어렵다. 따라서 개인 개발자들은 투잡, 혹은 파트타임으로 근근이 커뮤니티를 지탱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는 SI라는 서버사이드 분야의 개발자가 절대다수며, 비교적 역사가 얼마 되지 않은 모바일 분야는 대다수가 3년 미만 젊은 인력들로 플랫폼에 근접할 수 있는 서버사이드 개발 경험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스마트폰 초기 앱 스토어 등에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해서 소규모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지만 현재는 수십만개의 앱들이 경쟁하는 앱 스토어에서 단순한 앱 개발로는 경쟁력이 떨어져 어려운 입장이다.

서버사이드 개발 경험이 있는 고급 SW 개발자들 중 일부가 모바일로 전향해 독자적인 창업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고 있는데 영업, 마케팅, 앱 개발, 기획 등 종합적인 경영 능력의 한계로 1인 창조기업의 확대도 시들한 형편이다.

어차피 글로벌 시장의 1% 밖에 안 되는 시장 규모와 앱 단가 인하, 가격 경쟁 등 무료화가 확대되는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시장을 겨냥하는 전략과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내 기업과의 에코노베이션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일과 한국에서 창업하는 모바일 개발자의 글로벌 시장에서 IPO에 성공사례가 필요하다. 국내 기업과의 에코노베이션 협력을 위해 커뮤니티를 연합한 크라우드소싱(Crowed Sourcing)센터를 구축하고 우수 개발자들을 멘토로 오픈소스 커미터, 메인테이너 등 전문 개발자를 육성해야 한다.

성공적인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개발자들에게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을 위한 창업교육 과정과 우수기업들 간 연결을 주선하고 해외 벤처 투자자들과 연결해 주는 멘토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런 스타트업 기업들이 성공한다면 M&A 등을 통해 투자금액을 회수하고 새로운 창조기업, 개발자들을 발굴하고 재투자하는 선순환 사례를 만들 수 있다. 이런 아이디어들이 제대로 실행되고 성과를 낸다면 부가가치가 높은 스마트 서비스 개발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다.

SW 개발은 기존의 HW 개발처럼 시간과 돈만 투자하면 되는 것이 아니어서 수준 향상을 위한 정책 성공이 어려웠다. 아직도 SW 개발이 이뤄지는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산업적인 측면으로만 보는 경향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