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절수술(낙태) 금지법 폐지 운동이 여성들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지만  임신중절을 예방할 수 있는 피임 교육이 대단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1년에 받는 성교육 시간은 고작 15시간으로 이마저도 교과서 없이 교사의 재량에 따라 교육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인신중절수술 금지 법이 폐지된다고 하더라도 예방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예기치 못한 임신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이 줄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교육부 관계자는 29일 "피임 교육은 법의 방향을 따라간다”면서 “총 6가지의 피임법을 중학교 고학년쯤에서부터 가르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배우는 피임법은 생리주기법, 루프, 정관수술, 콘돔, 살정제, 약물(사전피임약·사후피임약) 등 총 6가지다. 이 피임법은 현재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국내에서 법적으로 불가능한 피임법은 가르치지 않는다. 국내법은 임신중절수술을 불법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이에 대해 학교에서 배울 수 없다.

실제로 결혼하지 않은 연인 사이에서 피임과 성병예방을 목적으로 가장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콘돔’과 ‘사전피임약’. 그러나 학생들은 학교에서 이들의 사용법을 제대로 배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소재 A고등학교의 여학생과 남학생은 각각 사전피임약과 콘돔의 사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했다. 여학생은 “사전피임약을 알고 있지만 미성년자가 약국에서 구입해도 되는지도 잘 모르겠고 또 막상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남학생은 “콘돔 사용법을 잘 모르고 주변 친구들도 잘 아는 것 같지 않다”고 답했다.

문제는 이들 모두가 학교에서 ‘성교육’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학생들은 “중학교 때 피임법이 있다는 걸 아주 잠깐 배운  것 같은데 고등학교에 올라가니 수능과 내신에 더 집중하고 그러다보니 성교육을 했던 기억이 거의 없다”고 답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학생들이 배우는 성교육 주제 중 ‘임신과 출산’이라는 부분에서 임신중절을 다루기는 하지만 교육의 취지나 방향은 어디까지나 태아가 생명이라는 것을 강조한다”면서 “생명존중 측면에서 다루지 원치 않는 임신을 낙태할 수 있다고 할 수가 없다. 한국은 임신중절수술이 불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피임법 총 6가지마저도 약물의 복용 방법과 콘돔을 착용하는 방법 등을 자세하게 가르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관계자는 “피임의 종류와 방법에 대해 간단하게 다루고 있고 임신을 예방하는 법, 성폭력을 당했을 때는 사후피임약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성교육은 의무교육과정으로 1년에 15시간을 교육해야 한다. 그러나 성교육 관련 교과서는 없고 교사가 재량껏 수업 자료를 정리해 학생들을 교육해야 하는 실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공립, 사립 상관없이 성교육을 하지만 교과서는 없고 가이드라인(지침)만 학교에 국가가 정하고 있다”면서 “학교 ‘성교육표준안’이라는 것을 학교에 안내하는데 교수 자료는 교사가 직접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이 같은 성교육 방침과 낙태법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페미니스트 단체 ‘페미당당’은 페이스북을 통해 “정말 놀랍게도 자연유산유도제(상품명 미프진)를 교과과정에서도 배운 적이 없고,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적도 없고, 아버지가 가르쳐주신 적도 없고, 저와 섹스를 하는 파트너들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프진(Mifegyne)은 프랑스 제약사 루쎌 위클라프(Roussel Uclaf)에서 지난 1980년도에 개발한 경구용 임신중절약으로 미국에선 미페프렉스(Mifeprex)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성관계 후 72시간 내에 먹어야 하는 사후피임약과는 다르게 최대 임신 12주 안에 섭취하면 된다. 미프진은 현재 임신중절이 불법인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으며 성교육 과정에서도 자연유산유도제 교육은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