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관악구 대학동. ‘신림동 고시촌’이라고 불리는 곳에는 고시생은 물론 인근 서울대학교 학생, 지방에서 올라 온 사회초년생 등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사람들이 많다. 고시촌 입구에서 약 10분 정도 직진하면 이들을 위해 저렴한 가격으로 베트남 음식을 제공하는 ‘씬챠호’가 나온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맛은 그렇지 않다. 타지에서 올라와 공부와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가족’이 되고 싶다는 정형석(38) ‘씬챠호’ 대표는 매일 아침 5시간씩 쌀국수에 들어가는 육수를 직접 우려낸다.
 
1. 음식 종류 베트남 음식

2. 위치

▲ 서울시 관악구 대학동에 있는 ‘씬챠호’ 위치. 대학동치안센터 버스정류장에서 도보로 5분. 출처=네이버 지도 캡처

주소 : 서울특별시 관악구 대학길 52

∙ 연락처 : 02-874-8745

∙ 영업시간 : 화요일~일요일 10:00~21:00, 매주 월요일 휴무

∙ 메뉴 : (세트메뉴) 1인 양지차돌쌀국수(s)+우삼겹볶음밥(s) 7000원, 1인 양지차돌쌀국수(s)+파인애플볶음밥 7000원, 1인 양지차돌쌀국수(s)+소고기볶음밥 7500원, 2인 양지차돌쌀국수(s)2+우삼겹볶음밥(s)+야채춘권(4p) 10000원, 2인 양지차돌쌀국수(s)2+소고기볶음밥(s)+야채춘권(4p) 10000원, 2인 양지차돌쌀국수(s)2+치킨볶음밥(s)+야채춘권(4p) 10000원 (주메뉴) 양지차돌쌀국수 4900원, 매운양지차돌쌀국수 5000원, 해산물쌀국수 5500원, 매운해산물쌀국수 5500원, 우삼겹쌀국수 5500원, 치킨쌀국수 4900원, 칠리볶음면 6000원, 미고랭 6000원, 팟타이 6000원, 우삼겹볶음밥 6000원, 파인애플볶음밥 6000원, 나시고렝볶음밥 6000원, 소고기볶음밥 6500원, 치킨볶음밥 6000원, 월남쌈 15000원, 동남아식깐풍기 9000원 (사이드메뉴) 스프링롤(4p) 3000원, 야채춘권(4p) 2000원, 춘권모듬 5000원, 딤섬모듬 6000원, 버팔로윙(3p) 3000원, 버팔로봉(10) 9000원, 베트남맥주 3900원

▲  서울시 관악구 대학동 '씬챠호' 입구 사진=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3. 상호
씬챠호(Xin chào)는 베트남어로 ‘안녕하세요’라는 뜻이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베트남 음식이지만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 싶다는 정형석 대표의 마음이 담겨 있다. 정 대표는 프랜차이즈 쌀국수 음식점에서 15년가량 주방에서 근무를 하며 경험을 쌓았다. 정 대표는 “1만원 가까이 되는 프랜차이즈 쌀국수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사람에게 먹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2년 전 저렴한 가격으로 쌀국수를 공급할 수 있는 고시촌에 음식점을 오픈했다”고 설명했다.

4. 경영철학
“사람이 재산이라고 생각한다. 직원도, 손님도, 저도 사람이다. 사람이 따르면 돈도 들어온다.”

정 대표가 고객들의 ‘가족’이 되고 싶어 하는 이유다. 사실 최근 물가상승세를 고려했을 때 서울에서 쌀국수 한 그릇 4900원으로 마진을 남기기에는 무리가 있다. 최대한 비용을 아끼려면 홀 서빙을 하는 직원을 줄이기 위해 무인주문시스템을 설치하고 셀프서비스를 도입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정 대표는 ‘사람 내음’ 가득한 음식점을 운영하고 싶은 그의 경영철학을 이행하기 위해 직원들을 둔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홀 직원에게는 조카, 주방에서 함께 일을 돕는 직원에게는 누나라고 부른다. 시험은 잘 봤는지, 근황은 어떤지 음식점을 찾는 고객들에게도 안부를 전한다. 때문에 씬챠호를 찾는 손님 90%는 단골이다.

정 대표는 “급하게 화장실을 가고 싶을 때 잠깐 들르는 분들, 비가 내릴 때 우산을 빌려가는 분들, 음식점 앞을 지나가다가 생각났다며 저희에게 음료수를 주고 가는 분도 많다”면서 “그렇지만 아직까지 동네 특성상 빨리 밥을 먹고 가는 고시생들이 많다. 그들이 불편해 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는 “오랜 고시 생활 끝에 취업에 성공해서 마지막으로 쌀국수를 먹으러 왔다는 손님들도 있다. 그럴 때마다 제가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 인근에 사는 젊은 분들에게는 삼촌이, 연세가 있는 분들에게는 아들이 되고 싶다”고 소망했다.

▲ 서울시 관악구 대학동 '씬챠호'의 주메뉴 (왼쪽부터) '우삼겹볶음밥(6000원)'과 '양지차돌쌀국수(4900원)'. 세트로 하면 두 음식을 7000원에 즐길 수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5. 주메뉴
씬챠호의 주메뉴는 ‘양지차돌쌀국수’와 ‘우삼겹볶음밥’이다. 씬챠호의 음식 중에서 가장 가격대가 높지만 성인 3~4인이 쌀국수, 볶음밥과 함께 곁들일 수 있는 ‘월남쌈’도 인기다.
씬챠호의 쌀국수는 쌀국수 특유의 냄새와 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맛과 향이 자극적이지 않다. 대신 쌀국수에 넣어 먹을 수 있는 레몬과 청양고추, 고수는 필요한 만큼 제공된다.

4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지만 성인 남성도 다 먹기 힘들 정도로 쌀국수 안에는 면과 고기, 숙주, 양파 등이 푸짐하다. 게다가 1000원이면 고기와 면이 각각 추가되니 저렴해도 너무 저렴하다. 고기와 야채들을 제공되는 해선장과 칠리소스에 찍어 먹으면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좀 더 짭조롬한 맛을 느끼고 싶다면 해선장을, 매콤한 맛을 원하면 칠리소스에 찍어 먹으면 좋다. 여타 베트남 전문 음식점에서도 해선장과 칠리소스는 제공되지만 이곳의 칠리소스는 맛이 다르다.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 지역, 한국 등 베트남 음식에 사용되는 칠리소스를 공급하는 국가가 많아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씬챠호의 칠리소스는 17년 가까이 되는 정 대표의 경험을 통해 엄선됐다. 서비스 품목이기 때문에 이왕이면 좋은 것을 쓰고 싶다는 정 대표의 운영 방침에 따라 가격도 다른 칠리소스에 비해 가격이 높다. 

부드러운 고기와 양파절임을 칠리소스에 찍어 먹으면 그간의 스트레스가 모두 날라가는 기분이다. 뒷끝있는 매운맛은 아니다. 한 입 씹으면 매운 맛이 입안에 돌면서 혀과 코를 자극한다. 약간의 달큼한 맛과 강한 매운 맛이 조화를 이루지만 음식을 목으로 넘기면서 매운 맛도 함께 사라진다.

쌀국수 특유의 맛과 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볶음밥에는 별다른 향신료가 첨가되지 않는다. 다만 불향이 가득하다. 잘게 다져진 우삼겹과 어우러진 볶음밥은 칠리소스를 베이스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매콤하며, 해선장과 물엿, 파인애플 농축액이 첨가돼 새콤달콤하다. 새콤달콤매콤한 볶음밥 맛이 상상되지 않는다면 일단 도전해보자. 고기는 물론 햄과 옥수수, 숙주, 피망 등 다양한 식재료가 어우러진 볶음밥을 찾는 고객들이 쌀국수를 찾는 손님만큼, 혹은 그보다 많기 때문이다. 두 음식이 고민된다면 걱정하지 말자. 쌀국수와 볶음밥은 1인 세트, 2인 세트 메뉴로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다.

▲  서울시 관악구 대학동 씬챠호의 주메뉴 '월남쌈(15000원)' 사진=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월남쌈은 그야말로 건강식 그 자체다. 1만5000원에 생과일이 들어가다니! 월남쌈에는 고기과 양파절임, 새싹, 팽이버섯, 피망, 맛살, 무순, 단무지, 당근, 숙주볶음, 양배추, 깻잎, 파인애플, 동남아 소면이 기본으로 들어가고 제철과일이 첨가돼 총 18~20개의 재료가 들어간다. 통조림이 아닌 생과일을 넣는 이유는 넉넉치 않은 주머니 사정으로 건강을 챙기기 어려운 인근 고객들을 위해서다. 계절별로 귤이나 토마토, 파인애플, 바나나, 키위, 딸기 등의 제철 과일이 세 가지 종류 이상이 들어간다. 보통은 고기와 야채, 과일을 함께 라이스페이퍼에 싸서 소스에 찍어 먹지만, 과일만 싸서 먹는 것도 ‘별미’다. 하루에 먹어야 하는 비타민을 과일쌈 두세 개로 충족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상큼하다.

월남쌈은 땅콩소스와 피시소스를 이용해 정 대표가 한국인 입맛에 맞게 개발한 소스에 찍어 먹으면 된다. 땅콩소스는 땅콩버터를 이용해 만들어 부드럽고 달콤하다. 어린 아이들과 청년층에 인기가 많다. 피시소스는 동남아에서 사용하는 오징어 액젓이다. 열을 가해 액젓 특유의 꾸릿꾸릿한 냄새는 없앴다. 여기에 사이다와 식초, 청양고추 등을 넣으면 씬챠호만의 소스가 탄생한다. 땅콩소스는 자칫 심심할 수 있는 월남쌈의 맛을 더하기 위해 사용된다면 피시소스는 월남쌈에 새콤함을 더해 뒷맛을 깔끔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피시소스에 들어간 청양고추는 ‘신의 한 수’다. 고기과 야채, 과일로 이뤄진 쌈에 청양고추의 깔끔한 매운 맛이 첨가되니 군더더기 없이 식사가 마무리가 된다.

6. 맛의 비결
씬챠호 맛의 비결은 ‘요리에 대한 책임감’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음식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인건비는 물론 재료비도 절감해야 한다. 쌀국수에 들어가는 육수를 농축액으로 공급받고, 볶음밥도 야채까지 모두 들어있는 냉동밥을 이용하면 재료비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베트남 음식을 전문으로 요리한 정 대표는 ‘이왕이면 맛있고 건강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매일 아침 육수를 만든다. 휴일 없이 주 7일 문을 열던 씬챠호가 매주 월요일을 휴무일로 정한 것도 음식 준비 때문이다. 정 대표는 직접 엄선한 호주산 소고기와 한약재, 향신료 등을 넣고 매일 5시간 이상 끓인다. 볶음밥에 들어가는 재료도 직접 손질하고 밥도 가게에서 짓는다.

7. 특별한 서비스
저렴한 가격과 건강한 맛은 씬챠호만의 특별한 서비스다. 물가가 올라 몇몇 음식들의 가격을 올려야 했지만 주민들의 사정을 뻔히 알고 있는 정 대표는 ‘모두가 힘드니까’라는 생각에 현재 가격을 고수했다. 가격을 올릴 법도 한 베트남맥주도 500원의 마진만 남기고 판매한다. 정 대표는 “저렴한 가격으로 최상의 음식을 제공하자는 운영 방침으로 인해 이윤이 많이 남는 편은 아니다”라면서 “큰 것은 못 해드려도 단골손님들에게 고기를 더 추가해준다든지 어린 아이들에게 음료수를 준다든지, 빼빼로데이와 같은 기념일에 작은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그는 “계란 파동이 나서 계란값이 올랐을 때 고시생들이 계란을 못 사먹었다. 그때 계란을 나눠줬고, 씬챠호 1주년 기념일에는 생필품을 나눠줬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물을 사 먹어야 하는 자취생들에게 기본으로 제공되는 쟈스민차를 나눠주기도 한다. 그는 “쟈스민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좋아지지만 색이 진해져서 음식점에서 손님들에게 제공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면서 “그날 손님이 많이 와서 차가 떨어지지 않는 이상 물을 사서 마셔야 하는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고 말했다.

▲ 씬챠호 가게 내부. 총 12개의 테이블이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식재료는 어디서 구입하는지
정 대표가 저렴하게 음식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유통업’도 함께 하기 때문이다. 보통 음식점들은 식자재를 직접 구매하는 수고를 덜기 위해 유통 전문 업체에 연락을 해서 필요한 식자재를 구매한다. 그 유통 업체의 역할을 정 대표가 하고 있는 것. 정 대표는 “중간 유통마진이 없어 저가의 고기나 농축액을 사용하지 않고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직접 선별한 재료들이기 때문에 신선하고 품질이 좋을 수밖에 없다. 특히 요리를 시작한 17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업체들과 거래를 하고 있어 믿고 쓸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8. 고객이 전하는 ‘씬챠호’
씬챠호를 방문한 한 고객은 “특유의 냄새 때문에 쌀국수를 즐겨 먹는 편은 아니지만 지인 추천으로 왔다. 이곳 쌀국수는 맛이 자극적이지 않다. 또 확실히 양도 많고 저렴해 또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른 한 고객은 “세트 메뉴로 시켜서 작은 그릇에 쌀국수가 나올 줄 알았는데 다른 음식점에서 대(大)자로 시킨 것 같이 양이 푸짐했다. 오랜만에 가격 대비 정말 좋은 곳을 찾았다”고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