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생 변제 기간을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서 과다채무자의 경제활동 재기가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이 법 개정이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까.

27일 파산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채무자회생법 개정안의 통과로  특별한 재산이 없이 소득으로만 채무를 변제하는 변제계획안을 내야 하는 사람들은 피부적으로 혜택을 느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총 채무 8000만원에 월급여가 150만원인 채무자 A가 혼자 살면서 부양가족이 없다면 개정 전 법률에 비해 훨씬 짧아진 변제기간 덕에 1200만원의 채무를 더 면책받는 혜택을 누리게 된다.

개인회생은 채무자가 월 소득이 있는 경우 법원에서 부양가족 유무에 따라 정해준 생활비를 뺀 나머지 소득으로 일정 기간 갚는 채무조정제도다.

부양가족이 없이 혼자 사는 경우 법원이 인정해 주는 생활비는 100만원이다.

변제 기간 짧아지고 채무감면액 높아져

채무자회생법 개정의 핵심은 변제 기간의 단축이다. 변제 기간이 단축되는 만큼 채무의 감면액도 늘어난다.

개정법 적용을 받기 이전에 개인회생을 신청했다면 A가 수립할 수 있는 변제계획안은 월급여 150만원에서 1인 생활비 100만원을 빼고 나머지 50만원을 '5년(60개월)동안' 갚는 것이다.

신청인 A가 5년 동안 모두 변제를 마친다면 이 기간에 총 채무 8000만원 중 3000만원(50만원×60개월)을 갚고 나머지 채무 5000만원(8000만원-3000만원)은 면책을 받게 된다.

개정된 채무자회생법에 따르면 A씨는 5년이 아닌 '3년(36개월)'만 갚으면 되므로, 총 채무 8000만원 중 3년 동안 1800만원(50만원×36개월)만 갚고 나머지 채무 6200만원(8000만원-18000만원)은 면책을 받게 된다.

변제 기간의 단축은 채무자가 돈을 갚는 부담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정책효과가 있다. A씨는 종전 법보다 2년 빨리 개인회생절차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이후에는 변제 부담이 사라져 소득을 온전히 생활비에 투입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채무의 감면액도 늘어난다. A는 법 개정 전이라면 3000만원을 변제해야 하지만, 법 개정 이후에는 1800만원만 변제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법원이 파산절차보다 개인회생절차로 유도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 파산법조계의 전망이다.

재산보다 많이 갚는 원칙으로 변제 기간 늘어날 수도

개인회생 제도를 신청하는 채무자가 일정한 재산이 있다면 개정법 효과가 사라지는 경우가 생긴다. 3년을 초과해서도 빚을 갚아야 하는 경우다.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개인회생 절차를 통해 채무를 갚을 때 채무자가 가진 재산보다 많이 갚아야 하는 채무자회생법의 큰 원칙 때문이다. 채무자회생법이 개정되더라도 이 부분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채무자의 재산은 채무자 재산 전부가 아니라 개인회생법에서 면제재산을 뺀 나머지다. 대표적인 면제재산은 거주지 임대차보증금 중 약 3200만원(서울지역기준)이다.

예컨대 총 채무 8천만원에 월급여가 150만원인 채무자 B가 거주지 임대차보증금 6000만원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혼자 살다가 개인회생을 신청했다고 가정해보자.

법원은 거주지 임대차보증금 6000만원 중 3200만원(면제재산)을 뺀 나머지 2800만원을 재산으로 평가한다. 이어 이보다 초과한 금액의 빚을 갚도록 하는 법 원칙을 제시하게 된다. 

그렇게 할 경우 B는 월 소득 150만원에서 1인 생활비 100만원을 빼고 나머지 소득 50만원으로 4년 9개월(57개월) 갚아야 2800만원을 초과해서 갚는(50만원×57개월= 2850만원) 변제계획안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이렇게 해야 법원이 개인회생절차를 개시해줄 것이다.

이런 이유로 개정된 채무자회생법은 재산이 없는 급여소득자와 자영업자가 상대적으로 채무 감면을 더 많이 받게 될 공산이 크다. 

한편, 참여연대는 26일 논평을 통해 "변제 기간의 축소로 과도한 빚으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 경제활동이 불가능했던 개인 채무자가 보다 안정적으로 사회 경제활동에 복귀할 있도록 하여 시장에서 인적 자본을 보존하고 축적하는 효과가 있으며 나아가 신규 투자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참여연대는 "이번 개정안에 채무조정과 관련해 채무자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한 여러 조항이 통과되지 못한 것과 관련해 지속적인 정비와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