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풀앱 풀러스, 럭시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서비스 외연 확장을 두고 택시기사들이 반발하고 나서며 예정된 토론회가 불발되는 등 몸살을 앓고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성명을 발표하고 4차 산업혁명 위원회가 카풀앱 문제를 해결 1순위로 예고하는 등 논의의 판 자체가 커지는 분위기다. 그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최바다 럭시 대표를 24일 판교 사무실에서 만났다.

▲ 최바다 럭시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풀러스, 정부, 택시업계 모두 아쉽다

최바다 대표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사업에 뜻을 두고 있었으며 2000년 국내 최초의 합법 MP3 스트리밍 서비스 맥스MP3를 창업하기도 했다. 2006년 CJ에 사업을 매각한 후 CJ엠넷미디어에 몸 담고 다날 신규사업본부장을 역임했으며 2014년 7월 다날에서 만난 동료들과 현재의 럭시를 창업했다. 약 2년의 서비스 준비 후 지난해 8월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풀러스와 업계 1, 2위를 다투고 있다.

최바다 대표의 부친은 회사택시 8년, 개인택시 5년을 운행하고 있으며 지금도 서울에서 택시 운전대를 잡고있다. 그런 이유로 집에서는 최근 카풀앱과 택시업계의 파행을 두고 종종 의견대립을 보인다고. 그러나 가족이 택시를 운전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지금의 논란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한다.

최바다 대표는 "풀러스의 유연근무제에 따른 운행시간 조정으로 이슈가 불거지며 트래픽이 최근 크게 떨어진 상태"라며 "서비스를 사용하고 싶은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그들이 럭시 서비스 활용했다가 범죄자 되는 것 아니냐'며 위축되는 것 자체가 역차별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풀러스는 서비스 초반부터 드라이버의 무한운행이 가능한 반면 럭시는 1일 3회로 제한했으며 최근 5회로 확정했다.)

그는 이번 논란에 대해 본격적으로 말하기 전, 이해 관계자들의 초반 행보를 두고 진한 아쉬움을 보였다. 최 대표는 "풀러스가 유연근무제 도입에 따른 운행시간 조정에 나서기 전 정부 기관은 물론 동종 업계와도 전혀 교감하지 않았다"며 "동업자이자 경쟁자이기 때문에 당연할 수 있지만 파문이 커지니 모든 업계가 힘들어지게 됐다"고 토로했다. 풀러스를 비판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업계 전반의 일이기에 최소한의 협의를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다. 최 대표는 "스타트업의 특성상 투자를 받고, 또 후속투자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풀러스가 심한 압박감을 받아 전격적인 결단을 내린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국회 등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모두 이번 일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사업을 하며 긍정적인 교류를 하던 차에 여러모로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택시기사들의 반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전국택시연합회와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지난 20일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의 토론회에 난입해 풀러스와 럭시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들의 주장을 요약해보면 카풀앱의 위험성, 불법성으로 좁혀진다. 최 대표는 "택시기사들이 카풀앱 드라이버의 범죄 가능성 등을 두고 우려를 하고 있는데, 통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지난해부터 풀러스와 럭시가 서비스를 시작한 후 총 700만건의 매칭(운행)이 있었는데 강력사건과 같은 심각한 범죄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드라이버는 자동차등록증과 자동차 보험증서, 번호판이 나온 사진 등 자세한 서류를 제공하면 담당자가 일일히 검수해 승인하고 있다"며 "택시기사들은 범죄이력조회 등을 거치지만 어떤가, 누가 더 깐깐하다고 볼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나아가 "택시기사들에게 손님은 그냥 지나치는 손님이지만 카풀앱 드라이버는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손님을 대한다"며 "나를 온전히 드러내고 운행하는 사람과 일회성 손님을 받는 사람, 누가 더 위험한가"라고 되물었다.

불법성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국토교통부의 '교통정리'가 있어야 하며 지금 불법성에 대해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최 대표는 택시기사들의 반발에 깔린 '밥그릇 논쟁'에 대해 입을 열었다. '럭시와 풀러스가 택시기사들의 밥그릇을 강탈한다'는 전제는 과연 사실일까. 현재 많은 사람들은 카풀앱이 택시기사들의 밥그릇을 빼앗는다는 시각에 매몰되어 있으며, 여기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이 최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카풀앱 트래픽을 보면 출퇴근 시간 폭증하고 그 외 시간은 평균 이하로 잡힌다. 우리는 이 통계를 '쌍봉낙타'라고 부른다"며 "택시기사들은 어떤가. 아직도 목적지보고 손님 골라 태우기 등이 일어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미비한 카풀앱이 과연 택시기사들의 밥그릇을 뺏는다고 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여기서 이런 질문이 나온다. '택시기사들의 밥그릇을 위협하지 않는다면 왜 그들이 반발할까? 오해하고 있기 때문일까?' 최 대표는 "택시기사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는데 택시 기사들이 '반발의 포인트'를 잘못 잡았다는 주장이다. 그는 "고작 스타트업에 불과한 카풀앱 서비스에 10만 택시기사들이 위험에 처한다? 절대 그럴 수 없다"며 "문제는 택시사업의 구조적 결함에 있다"고 꼬집었다.

▲ 우버택시 반대 시위. 사진=이코노믹리뷰 조재성 기자

택시기사 78% 주 60시간 근무...여기가 문제다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지난 13일 열린 '택시노동자 건강실태 및 직업병 예방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 따르면 택시기사 10명 중 7명은 한 달 26일 일했으며 휴식시간은 하루 평균 30분 미만에 불과하다. 하루 최대 17만원의 사납금을 맞추기 위해 운행하다보니 난폭운전과 손님 골라타기가 벌어진다는 말이 나왔다.

최 대표가 말한 대목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된다. 그는 "카풀앱은 대중교통의 보완재 역할이다"며 "보완재임에도 불구하고 택시기사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열악한 택시업계의 구조적 문제가 깔려있다"고 단언했다. 택시기사와 택시기사를 고용하는 사업체를 별도로 분리한 다음, 둘 사이에서 벌어지는 구조적인 문제에 따라 사업 전반이 침체되고 있다는 논리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가 택시기사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며 보완재에 불과한 카풀앱을 공포스럽게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최 대표는 "럭시는 드라이버에게 매출의 80%를 제공하지만, 택시기사들은 매출의 80%를 회사에 사납금으로 낸다"며 "냉정해야 한다. 사람들이 택시업계에 믿음을 주지 못하는 이유가 어디있는지 살펴보고, 왜 럭시와 풀러스같은 서비스의 질을 택시업계가 보여주지 못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우버택시가 국내 진출을 타진하던 당시 많은 택시기사들이 강력하게 반발했었다"며 "지금 럭시와 풀러스를 우버택시 도입과 동일한 공포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충만하다. 그러나 사실과 다르다. 우버택시에서 확인된 공포를 현재의 택시기사들에게 오롯이 이입되게 만든 사람이나 조직이 누구인지도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서비스를 시작한 후 1년이 지났고, 우리는 살아남았다. 카풀이라는 사업 아이템이 승산있다는 뜻"이라며 "보완재로 활동하며 기존 택시업계가 채워주지 못한 영역을 파고드는 스타트업을 무조건 색안경만 끼고 바라보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나아가 "기본적인 택시업계의 문제를 잡아내고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먼저"라며 "정부가 나름의 역할을 해야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최 대표는 "지금도 많이 두렵다"며 "사업을 계속할 수 있을까? 투자를 받을 수 있을까? 택시기사들이 찾아오지 않을까 무섭다"고 토로했다. 나아가 "럭시와 풀러스가 쓰러지면 디디추싱과 우버택시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구조적인 문제로 반대를 위한 반대를 외친 택시업계를 간단히 무너트리고 국내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번 논란은 서울시와 풀러스, 택시기사와 카풀앱의 싸움이 아니다"며 "구조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거대 구사업과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신사업의 등장이라는 구도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