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 게스트 미팅 룸. 출처= 쿠팡

“정수기, 냉장고, 싱크대, 테이블 등 직원들이 휴식을 취할 때마다 찾는 모든 시설이 한 곳으로 모아져 있어요. 그래서 휴식시간이면 자연스레 다른 팀 동료들과 만나게 되죠. 그렇게 만나 나누는 잡담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들은 벽에 바로 적으면 됩니다” - 쿠팡 직원 김세현(가명, 39세)씨.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쿠팡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런데 그 영향력에 비해 쿠팡이 어떤 회사인지는 베일에 싸여 있다. 그런 비밀의 조직 쿠팡이 이례적으로 본사 사무실의 모든 공간을 공개했다. 최근 쿠팡 신사옥이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로 달려가 쿠팡 직원들은 어떻게 일하는지 살펴봤다.   

이커머스 기업 쿠팡 신사옥의 내부 구조는 매우 독특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기업 로고가 걸린 '벽'이 있고 팀별 업무공간과 휴게실은 분리돼 있는 (소위 이름이 좀 알려진) 다른 기업들의 공간 배치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쿠팡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 출처= 쿠팡

우선 쿠팡 사무실의 모든 공간은 팀이나 부서를 구분하는 그 어떤 파티션도, 벽도 없다. 흰색 테이블과 의자만 그리고 인터넷이 연결되는 선만 있다. 업무 영역이 같은 부서 구성원들은 자기가 원하는 곳에 모여 업무를 수행 할 수 있다. 테이블에 여유가 있다면 매번 자리를 바꿔도 관계없다. 업무 중 다른 이들이 쳐다보는 것이 싫은 직원들은 큰 나뭇잎 모양 가리개를 사용한다. 

또 한 가지 특징은 무엇보다 구성원들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휴게 공간 배치다. ‘오픈 라운지(Open Lounge)’라는 쿠팡의 휴게 공간은 직원들이 가장 많이 오고 가는 엘리베이터 통로를 사이에 두고 좌우에 있다. 이런 구조는 직원들이 다른 층으로 가다가 차 한 잔 마시러, 잠깐 휴식하러 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수십 명 이상의 동료들과 서로 마주치게 한다. 

▲ 쿠팡 직원들의 휴게공간 '오픈라운지'. 출처= 쿠팡

 쿠팡은 직원들이 만나 얘기를 나누다 나오는 아이디어들을 회사의 업무에도 반영한다. 단순히 이야기로만 끝나버리는 아이디어들을 방지하기 위해 쿠팡은 사무실의 모든 벽을 수성 펜으로 글씨를 쓸 수 있는 판(Board)로 만들었다. 수성펜와 전용 지우개도 사무실 곳곳에 비치돼 있어 어디서든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 자리에 서서 벽에 아이디어를 적고 의견을 나누면 된다. 복도, 회의실 벽면, 오픈라운지 등은 물론이고 카페와 식당까지 화이트보드는 쿠팡 직원들이 걸어 다니는 모든 동선에 설치돼 있다.

‘글씨를 쓸 수 있는 벽이 아이디어 개선에 과연 효과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쿠팡의 원터치 간편 결제 ‘로켓페이’나 판매 상품의 단점을 지적한 후기를 소비자들에게 여과없이 보여주는 ‘상품평 서비스’는 직원들의 잡담을 통해 생겨난 아이디어를 토대로 만든 서비스다. 

▲ 사무실 모든 공간에 설치된 화이트보드에 쿠팡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적고 있다. 출처= 쿠팡

또 한 가지 쿠팡 사무실의 특징은 각 층마다 있는 대형 회의실이다. 여기서는 회사 전체의 세미나, 워크샵 혹은 강연 등이 열린다. 아울러 모든 회의실에는 대형 화상회의 설비 그리고 외국어 번역기가 있다. 이는 미국 실리콘밸리, 중국 베이징, 상하이에 있는 쿠팡 해외 사무소의 인력들과 실시간으로 의견을 주고받기 위한 것들이다. 사옥 각 층마다 최소 두 곳 이상 설치된 화상 회의실은 멀리 떨어진 해외 사무소 직원들과 마치 옆에서 함께 근무하는 것처럼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 

쿠팡 사옥에는 다른 스타트업들이 사옥을 자랑하면서 보여주는 미끄럼틀이나 비디오 게임기, 마사지 의자 같은 설비는 없다. 그러나 직원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든 순간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그 속에서 업무에 불편이 없도록 세심하게 신경 쓰며 개인과 회사의 성장을 돕는 공간으로 가득 차 있었다.

쿠팡 직원 황지훈(가명, 39세) 씨는 “다른 스타트업이나 IT 기업들이 자신들의 열린 조직 문화를 말할 때 구성원들의 호칭에서 직급을 배제하는 것을 강조할 때 쿠팡은 모든 구성원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과 분위기에 더 신경을 썼다”면서 “이에 대해 많은 직원들이 만족감을 느끼고 있어 쿠팡 사무실의 모든 공간에서는 늘 대화와 토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