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코노믹리뷰 DB

분양 시장의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같은 날 분양한 서울과 경기권·지방의 아파트 단지들도 청약 성적이 갈린 것은 좋은 예이다.  서울 뉴타운 등 입지가 좋은 단지는 청약제도 개편을 포함한 8.2대책 이전과 같은 높은 청약 경쟁률로 1순위 마감을 했지만 입주 물량은 많은 지역 등에서는 미분양이 속출했다.

24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22일  분양일정을 시작한 단지들 중 서울 두 개 단지는 모두 평균 10 대 1이 넘는 높은 경쟁률로 1순위 마감한 반면, 수도권과 부산에서 각각 분양한 두 개 단지는 미달을 면치 못했다.

서울 신길뉴타운 9구역에서 공급된 ‘힐스테이트클래시안’는 538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6503명이 청약신청을 해 평균 12.1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전용 49㎡의 경우는 6가구 모집에 873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145.5 대 1을 기록했다. 

이 날 강동구 길동 ‘e편한세상강동에코포레’는 총 69가구 모집(특별공급 제외)에 965명이 몰려 평균 1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반면 경기 남부 최대 신도시로 분양시장에서도 인기가 높은 동탄과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지정 확대 등으로 분양 열기가 옮겨간 부산 지역의 단지들은 1순위에서 미달했다.

이날 부산 진구 초읍동 세원수(SHU)는 98가구 모집에 절반 정도만 청약통장을 던져 0.5대 1을 기록했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의 단지도 1순위 청약에서 대거 미달했다. C블록 ‘대방디엠시티더센텀’은 457가구 모집에 190명만 제출하는데 그쳤다.

인근 부동산들에서는 청약 결과가 부진한 원인으로 크게 동탄2신도시의 시장 분위기, 단지의 입지와 상품성, 분양가 등을 꼽는다.

동탄역 인근의 K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최근 동탄2신도시에서는 ‘마이너스 피(프리미엄)’이 등장하는 등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동탄2신도시에서는 지금 마이너스 피를 받고도 던지겠다(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을 받더라도 팔겠다)는 수요가 많다. 당연히 공급 과다 때문인데, 앞으로도 완공과 입주는 계속된다”고 말했다,

다른 공인중개업체는 “‘대방디엠시티더센텀’은 사실 상품성이 좋지 못했다. 역세권도 아닌데다 주상복합이었고 분양가도 높았다”면서 “이 지역에는 1순위 청약통장을 이미쓴 가구도 많고 아니더라도 청약통장을 아꼈다가 롯데캐슬(C11블록)이나 다른 동탄역 역세권 단지에 내놓겠다는 실수요도 많다”고 했다.

그는 “잇따른 정부의 대책으로 1순위 청약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이후 선별적으로 청약을 신청하는 분위기가 자리잡았다”고 덧붙였다.

대방산업개발이 개발한 이 단지의 분양가는 3.3㎡당 1300만원대였다. 동탄2신도시의 역세권 위치인 화성시 청계동 평균 시세인 1435만원(부동산114 기준)이다. 인근에서 최근 분양한 단지들의 평균 분양가 3.3㎡당 1100만원대를 웃돈다. 단지는 수서 고속철도 동탄역까지 직선거리로 1㎞ 떨어져 있다.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지만 역세권이라고 보기가 어렵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건설·부동산 연구위원은 “원래도 입지 등 상품성이 나쁜 단지의 청약성적이 좋은 적은 없다. 동탄 지역에서 최근 입주물량이 몰리면서 나타난 현상들이 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시킨 것은 사실이나 상품마다의 특성을 고려한 합리적 투자를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 신길뉴타운만 해도 현재뿐 아니라 향후에도 서울 서남권의 ‘대장주’인 지역으로 가치를 인정받아 3.3㎡당 분양가가 2200만원을 육박함에도 시장의 관심을 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길 힐스테이트클래시안 단지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2144만원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청약 결과를 시장 전체의 가늠자로 보기는 어렵지만 어느 정도 되는 지역과 안되는 지역의 편차가 커지고 양극화가 심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입주가 몰리는 동탄신도시의 경우 앞으로도 한동안은 분양시장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올해만 화성시엔 2만3000여가구가 입주했다. 내년 2만2000가구, 2019년 1만2000가구 등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분양도 더 기다리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롯데캐슬, 동탄역파라곤이 연내 분양한다.

청약 시장뿐 아니라 기존 주택 시장도 지역간 가격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이달 14~20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8% 상승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이 일주일 새  두 배로 커졌다. 반면 경기도는  0.03%, 상승해 보합을 보였고, 지방은 0.05%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