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에서 제일 부족한 덕목이 효율성이다. 반도체 산업과 IT 산업에서 25년간 종사하면서 익힌 효율성의 원칙을 적용한 농사를 지어보고 싶었다.” 

코스닥 1위에 올랐던 회사를 경영한 최 대표는 동사에 대리로 시작해 사장까지 초고속 승진하며 ‘샐러리맨 신화’를 이룬 최재빈 현 농업회사법인 넥스트온 대표(전 서울반도체 사장, 전 포스코LED 대표이사)의 말이다. 그는 ‘한국 LED(발광다이오드) 업계의 경영 달인’으로도 손꼽히는 전문가다. 

▲ 최재빈 대표가 국유지 공간을 이용해 만들고 있는 스마트팜(제공=농업회사법인 넥스트온)

최 대표는 불모지와 같았던 우리나라 LED업계에서 작은 중소기업을 LED제품 하나로 세계 3위에 이르게 하는 등, 온갖 시련과 고난을 극복하며 당당히 2013년 동사를 1조 클럽에 입성시킨 현장 경영인이다. 대한민국에서 불과 수백억 매출의 회사가 1조 클럽에 입성하기까지 얼마나 수 많은 난관과 시련이 있었을까? 그는 회사가 성장하면서의 수 많은 문제들과 회사 존폐의 위기들을 몸소 극복하며, 니치아, 오슬람, 필립스 등과 세계적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경지까지 끌어 올렸다.

최 대표는 “농업에서도 비슷한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반도체는 과학적 접근을 통한 수율 향상과 같이 객관적인 성과 측정 기준 및 표준화 된 시스템이 적용 되어 있지만, 농업은 그러한 것들이 불분명해 오랫동안 성장 정체를 면치 못해 왔다”고 지적했다. 최재빈 대표는 “농업은 결국 인간의 기본 욕구를 해소해 주는 산업이기 때문에 영속할 수밖에 없는 경쟁력 있는 분야지만 너무 많은 것들을 우연과 경험에 맡겨 왔다”며 “반도체분야의 기술과  ICT기술을 융합한 표준화ㆍ객관화를 핵심 가치로 하는 농업 R&D(연구개발)를 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 최재빈 넥스트온 대표(촬영=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한국형 스마트팜 안 되는 이유는 결국 ‘비용’문제”
체계화ㆍ안정화를 모토로 하는 ‘예측 가능한 농업’은 한국에서도 10년 내내 시도되었던 비즈니스 모델이다. 농식품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오랫동안 투자하고 지원해 왔던 분야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외 스마트 팜은 농산업계의 핵심 패러다임이라고 할 만큼 정착하지는 못한 상태다. 도입 비용과 생산비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최재빈 대표는 “수직 농장 100평 정도를 도입하려고 해도 거의 10억~15억 넘는 비용을 들여야 한다”며 “비싸게 들인 설비비는 결국 농산물 최종가격으로 보상받을 수밖에 없는데, 국내 농업 시장은 그 만큼의 가치를 지불 할 수요가 없다”고 꼬집었다. 

스마트 팜에 필요한 ICT융합 인프라 등의 투자비 및 생산비용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최대표가 주목한 영역은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린 채 휴면상태로 방치 된  국유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국유지를 장기 임대해 4차 산업을 적용 한 스마트 팜을 설립한 후 이를 연계한 6차 산업의 메카로 탈바꿈 시키는 것이다.

최대표는 “충북 옥천군에 있는 한국도로공사 관할의 국유지 약 7,000㎡2를 장기 임대하여 스마트 팜을 짓고 있다”며 “현재 당사의 노하우가 적용된 특허들을 출원하고 지역 산업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ㆍ유럽에서도 수직농장이나 컨테이너 팜 도입이 계속되고 있지만 대부분 원가 문제가 있다. 결국 이러한 높은 원가 문제는 최종 농산물 가격을 비싸게 책정하여 투자비ㆍ생산비 등을 회수할 수 밖는 악순환의 구조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최 대표는 “초기 고공 투자비용에 고착화되는 비효율적 스마트 팜 형태를 지양하고, 최적비용 고효율의  혁신적 스마트 팜으로 탈바꿈 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투자비는 기존 경쟁사대비 5분의 1 규모로, 생산 규모는 기존 국내 최대 기업 대비 5배이상, 원가 구조는 40% 이하로 효율화하는 스마트팜을 짓고 있다”고 밝혔다.

▲ 최재빈 농업회사법인 넥스트온 대표(촬영=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연간 1.1조원 규모 친환경 시장이 희망이다
최 대표가 1단계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연간 약 15만톤에 이르는 친환경 채소 시장이다. 그 중에서도 기존 시설 농가들이 생산 및 공급하지 못하는 시기의 수요 시장과 수입 의존도가 85%에 육박하는 기능성 천연물 시장을 타켓으로 보고 있다. 연간 안정적인 공급이 필요한 무농약 친환경 잎채소를 필요로 하는 샐러드ㆍ간편식 시장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유통경로 최소화도 최재빈 대표의 숙제다.

예전 같으면 도매시장 의존 비중이 53%나 되었지만 최 대표는 직거래 비중을 30%로 늘려 유통비를 최소화하려고 한다. 자체 특허의 한 영역인 인터넷 주말농장이나 스마트 팜 체험 시장도 중요한 사업 분야이다. “농장을 생산 인프라로서만 한정 짓지 않고 다양한 소비자 경험을 유도하는 게 제가. 추진하고자 하는 스마트팜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다.

특히 의료와 건강 목적으로 친환경 농산물에 관심 갖는 일반인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려고 한다.” 국유지를 활용한 비즈니스가 정착된 이후부터는 친환경 농산물을 다양하게 재배하는 것도 검토되고 있다. 최재빈 대표는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서 한국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높다"며 "작목 별로 노지 재배가 어려운 기간 동안에는 스마트팜을 이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기술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 해결’적 접근
최 대표는 “대기업에서의 체계화 된 경영 시스템을 체득한 후, 반도체ㆍ전자 회사를 두 곳이나 경영해보니 첨단 기술 도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였다”고 회고했다.

“많은 제조업체들이 기술 사업화와 상용화를 등한시하고 R&D 투자비용을 늘려가는 데에만 관심을 갖는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시장과 멀어진다.” 최 대표는 농업과 같이 시장 가치 창출이 느린 산업에서는 문제 해결적 접근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내가 새로운 사업을 하고 있다, 신기술을 도입했다, 세계 유일의 기술이다라는 사실에 도취 되지 말고 계속 ‘진짜 일’과 가치가 없는 ‘가짜 일’을 구분해 나가야 한다. 그 과정이 없이는 한 시장을 장악하기 어렵다.”

또 최 대표는 “산업화 시기에서 우리는 부모세대의 희생으로 조선, 자동차, 반도체, 전기, 전자 등의 업종에서 성공스토리로의 혜택을 누렸다"며 "이제는 우리 세대가 신개념의 패러다임이 적용되는 분야로의 과감한 도전으로 젊은 후배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