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050원까지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달러∙원 환율이 또 한번 연중 최저점을 경신했다…” 

환율이 급락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기사를 읽으면 헷갈릴 때가 적지 않다. 어떤 기사는 원∙달러 환율이라고 하고, 또 어떤 기사는 달러∙원 환율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우리 돈과 외화의 맞교환 비율을 의미하는 환율의 표기법, 무엇이 맞을까?

먼저 환율을 고시할 때는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국제기준이 있다. 환율을 표기할 때 적용되는 일종의 공식 같은 것이다. 유로-파운드-호주달러-뉴질랜드달러-미국 달러-캐나다 달러-엔-위안-원 등의 순서로, 앞에 위치한 통화일수록 환율을 표기할 때 먼저 써야 한다. 예를 들어 유로와 미국 달러를 비교할 때는 위의 순서에 따라 유로∙달러 환율, 캐나다 달러와 엔을 비교할 때는 캐나다 달러∙엔 환율처럼 적어야 맞다.

이 때 기준은 앞에 오는 통화가 된다. 즉 달러∙엔 환율은 1달러에 몇 엔인지, 달러∙위안 환율은 1달러에 몇 위안을 바꿀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 24일 오후 2시 30분 기준 1달러는 각각 111.46엔, 6.59위안으로 바꿀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원과의 환율을 비교할 경우 달러∙원 환율, 엔∙원 환율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맞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표현에 빗대어봐도 달러∙원 환율이라는 표기가 맞다. ‘원∙달러 환율이 1050원까지 떨어졌다’는 표현을 풀어보면 1원 당 달러가 1050원까지 떨어졌다는 의미인데 앞 뒤가 맞지 않는다.  원∙달러로 표기하고 싶다면 1원을 기준으로 약 0.00095달러가 맞는 표기가 된다. 반면 달러∙원 환율을 풀어보면 1달러 당 1050원이라는 의미로 올바른 해석이 가능해진다.

▲ 기획재정부 국가지표체계와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홈페이지. 원달러환율, 엔달러환율, 원엔환율이라는 표기를 확인할 수 있다. 출처=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대다수 언론들은 달러∙원 환율보다는 원∙달러 환율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쓴다. 심지어 외환 당국인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도 원∙달러 환율이라는 표현으로 보도자료를 발표한다. 이코노믹리뷰 역시 원∙달러 환율이라는 표현으로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왜일까?

이유는 다소 황당하지만 국민정서 때문이다. 미국과 한국의 자유무역협정(FTA)를 ‘미한 FTA’라고 하지 않고 ‘한미FTA’라고 하듯이,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두는 것이 국민정서에도 맞고 이해하기도 쉽다는 설명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한중 정상회담’ 등의 표현과도 일맥상통한다.

한국은행 외환시장팀 관계자는 “환율을 읽을 때 어떤 것이 기준 통화가 되는 지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나라 통화를 기준으로 두는 것이 이해하기가 더 쉽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달러∙원 환율, 위안∙원 환율보다 원∙달러 환율, 원∙위안 환율로 적는 것이 우리 국민이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통화 뿐 아니라 엔∙달러 환율도 같은 방식으로 표기한다. 1엔 당 달러를 의미하는 엔∙달러 환율은 24일 오후 2시 50분 현재 111.49엔으로, 달러∙엔 환율의 의미로 표기돼 있다. 엔을 앞에 두는 것도 우리 국민 정서에 따르는 것일까?

이번에는 기획재정부 외화자금과에 물어보니 이는 원∙달러와 엔∙달러가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돌아왔다. 용어가 비슷할 뿐만 아니라 통상 원∙달러 환율을 1달러 당 원의 가격으로 쓰고 있기 때문에, 달러∙엔 환율이라고 표현하면 기준이 뒤바뀌기 때문에 혼동이 올 수 있다는 것.

▲ 니혼게이자이신문의 환율 표기법. 국제 기준대로 앞에 오는 통화의 순서를 지켜 표기했다. 출처=니혼게이자이신문

그렇다면 엔과 달러의 환율을 일본에서는 어떻게 표현할까?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들어가 확인해보니 메인 페이지에는 달러(엔)으로 표기돼 있었고 환율 페이지에는 엔화 환율(달러)라는 표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은 유로, 파운드, 스위스프랑, 호주 달러 등과의 환율도 국제 기준에 맞춰 유로(엔), 파운드(엔), 스위스 프랑(엔), 호주 달러(엔)으로 표기한다. 유로와 달러의 환율도 국제 관습에 따라 유로(달러)로 표기하고 있었다.

국제 기준을 따른다면 원∙달러가 아닌 달러∙원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맞다. 그렇지만 관용으로 사용한 용어를 한순간에 바꾼다면 그에 따른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국민 정서에 맞춰 원∙달러 환율로 표기하되, 기준이 되는 통화는 원이 아닌 달러인 것만 기억하면 된다. 간단한 원칙만 기억한다면 앞으로 환율 기사를 읽을 때 큰 어려움은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