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말 할로윈이 끝나면 미국은 곧바로 11월의 추수감사절과 12월의 크리스마스 등을 준비하는 연말연시 분위기로 바뀐다. 크리스마스는 아직도 한참 남았는데 상점마다 쇼윈도에 반짝반짝하는 조명을 달고 거리 곳곳에 대형 트리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추수감사절을 상징하는 칠면조와 호박 장식이 있는 한편에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일종의 임시점포(팝업 스토어)인 ‘홀리데이 마켓’이 열리고 있다.

차가워진 날씨에 사람들마다 손에 들고 있는 커피 컵에서도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알록달록한 색상으로 꾸며진 커피 컵을 보면 크리스마스가 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커피숍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스타벅스는 20년 전인 1997년부터 크리스마스 시즌이 오면 커피 컵을 흰색 바탕의 초록색 로고에서 빨간색의 다양한 무늬가 있는 ‘홀리데이 컵’으로 바꿔서 선보이고 있다.

첫 스타벅스 홀리데이 컵은 널리 알려진 빨간색이 아닌 보라색 섞인 자홍색에 가까웠다. 자홍색 외에도 청옥색, 선녹색, 자수정색 바탕에 크리스마스 장식용으로 흔히 쓰이는 호랑가시나무의 패턴이 컵에 그려졌다.

다음해인 1998년에 등장한 스타벅스 홀리데이 컵도 붉은 색이 아닌 버건디 색상이었고 눈꽃무늬가 그려진 상대적으로 간결한 디자인이었다.

현재와 비슷한 스타벅스 홀리데이 컵이 등장한 것은 1999년으로 산타클로스 복장과 같은 빨간색 컵에 눈꽃무늬와 스케이트, 양말 등이 그려졌다. 2001년 선보인 스타벅스 홀리데이 컵은 컵 자체를 선물처럼 보이도록 빨간색 바탕에 초록색과 빨간색의 리본이 있는 것처럼 디자인했다.

2015년 등장한 스타벅스 홀리데이 컵은 상당한 파장을 불러왔다. 이전까지는 크건 작건 홀리데이 컵에는 겨울이나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문양이 있었는데, 2015년에는 아무런 무늬나 그림이 없는 단순한 빨간색 컵을 선보인 것이다.

심플한 빨간 컵의 등장에 일부 사람들이 스타벅스가 크리스마스를 싫어한다고 주장했고 크리스찬에 대한 적절한 존경심을 나타내지 않았다고 호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스타벅스는 상당한 곤경에 처했다.

특히나 당시 공화당의 예비선거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에서는 더 이상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하지 못하고 ‘해피 홀리데이’라고 해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린 것이 더해져서 스타벅스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았다.

결국 한 해가 지난 2016년 스타벅스는 세계 6개국의 사람들이 디자인한 13개의 각기 다른 홀리데이 컵을 선보이면서 과거의 크리스마스 컵 논란에서 벗어났다. 13개의 홀리데이 컵에는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명절과 관련된 문양이 새겨졌고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디자인도 가득 들어갔다.

2017년에도 스타벅스는 어김없이 홀리데이 컵을 선보였다. 올해는 홀리데이 컵 최초로 하얀색 바탕에 초록색과 빨간색으로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선물 꾸러미, 스타벅스 컵, 리본, 별 등을 그려넣었다.

크리스마스를 충분히 의미하는 컵인데도 올해도 스타벅스는 홀리데이 컵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홀리데이 컵의 출시와 함께 비디오를 선보이면서 사람마다 홀리데이의 의미가 다르다고 설명했는데,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비디오 중간에 나오는 손을 맞잡은 두 명의 여성이 ‘동성연애자’라는 논란이 일어서다.

성적소수자 단체에서 스타벅스가 동성애자들에 대한 긍정적인 광고라고 환영한 반면 보수단체에서는 스타벅스가 동성애를 확산하고 있다고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스타벅스 측은 올해 홀리데이 컵 디자인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대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면서 하나의 답이 있지 않으며 각자의 해석에 달려 있다고 답했다. 단순한 컵 하나가 해마다 연말이 되면 논란을 일으키니 미국인들도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탈인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