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14일 중국 베이징 번화가 싼리툰에 행인들의 이목을 끄는 전시물이 등장했다. 아슬아슬한 미니 스커트와 선정적인 히어로 의상은 물론 교복과 간호사 등 다양한 복장을 입은 실물 크기의 섹스인형(돌)들이 백주대낮에 모습을 드러냈다. 섹스돌을 전시한 중국 샤먼하이바오정보기술은 “8000위안의 보증금만 내면 하루 298위안으로 섹스돌을 임대할 수 있다”면서  “베이징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후 전국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섹스돌 서비스의 이름은 ‘여자친구공유’다. 최근 중국 현지에서 광풍을 일으키고 있는 공유경제에서 모티브를 따 섹스돌을 빌려주는 일종의 플랫폼 사업을 시도한 셈이다.

▲ 출처=갈무리

여자친구공유 서비스 사업은 나흘만에 종료됐다. 위생과 합법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중국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불필요한 소요가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은 중국 당국의 판단이 서비스 종료에 영향을 미쳤다는 말도 나왔다.

위 사례에서 내용을 바로잡을 단어들이 있다. 실제 벌어진 일이며 당시 이해 관계자들이 거론한 단어지만 엄밀히 말해 잘못된 명칭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로 ‘여자친구공유 서비스’와 ‘공유경제’다.

샤먼하이바오정보기술의 방식은 공유경제가 아니라 오히려 임대사업에 가깝다. 자기가  사용하지 않는 기간 남에게 유휴자원을 빌리는 것을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로 정의할 경우, 여자친구공유 서비스라는 말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 임대사업이 플랫폼 사업과 차별점이 있다면, 사실 여기서 말하는 공유경제라는 표현도 온디맨드로 바꿔서 불러야 한다. 공유경제는 수익 창출의 방식이 아니라 합리적인 소비의 방식을 말하기 때문이다. 엄연히 플랫폼 사업자가 존재하고  수수료를 받으며 수요와 공급을 조절한다면, 이 역시 임대사업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먼하이바오정보기술의 ‘여자친구공유 서비스’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유경제가 아니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유경제도 실상은 온디맨드로 불러야 한다.

중국 공유경제, 빛과 그림자

온디맨드면서 공유경제의 가면을 쓴 기업들은 우버와 에어비앤비에서 시작했지만 지금 그 존재감을 화려하게 보여주는 곳은 중국이다. 편의상 중국의 온디맨드를 공유경제로 부른다면 벌써부터 규모의 경제를 이룬 곳이 많다. 공유 자전거 모바이크, 오포를 비롯해 자동차부터 부동산까지 그 영역도 다양하다.

중국 국가정보센터에 따르면 현지의 공유경제 시장 규모는 매년 40% 성장해 2020년이면 공유경제에서 발생하는 일자리가 무려 560만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코트라는 중국의 공유경제는 매년 최고 40% 증가할 것으로 예사한다. 공유경제산업이 2020년까지 국가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할 것이며, 2025년까지 약 2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IT 칼럼니스트 라이 진은 “공유경제는 중국의 사회주의가 인터넷 ICT를 만나 극적으로 성공한 사례”라면서  “중국이기 때문에 더욱 발전할 수 있었던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지난 9월 방한했던 중국 판다 벤처캐피털(VC) 창업주인 애덤 리윤은 "솔직히 5년전만 해도 모바이크가 성공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5년 전에는 공유의 가치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했고, 기술력도 떨어졌다. 지금은 모바일과 위치기반서비스, O2O 등의 새로운 기술들이 나왔고 이들이 모바이크에 잘 스며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아가 "중국의 자전거 문화가 ICT, 스타트업과 만나 성공을 거둔 것이 바로 모바이크다. 중국만의 것으로 처음 세계에도 진출한 사례라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아담 리윤은 초기 모바이크 투자를 주도했던 VC 중 하나다.

▲ 중국 판다 벤처캐피털(VC) 창업주 애덤 리윤 방한 행사.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그런데  최근 중국 공유경제의 팽창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종의 거품론이다.

지난 14일 정식으로 파산을 선언한 공유자전거 블루고고의 사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모바이크와 오포가 1위, 2위 점유율을 확보한 가운데 두 회사는 합산 기준 무려 90%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블루고고는 1위, 2위 업체의 파상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파산하며 현재의 중국 공유경제가 직면한 위기를 잘 보여줬다는 평가다.

중국 사회와 도덕적 문화가 공유경제가 제시하는 인프라 패러다임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지난 9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외신은 중국인들이 공유자전거를 사용한 후 마음대로 거리에 방치하는 것이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완전한 의미의 공유경제는 아니지만 온디맨드 플랫폼 사업자가 비즈니스를 장악하고 있음에도 ‘공유지의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업체들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은 '더 두고봐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 출처=코트라

지금의 공유경제는 불황에서 시작

중국 공유경제가 최근 한계를 노출한 대목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재의 공유경제가 ‘불황’에서 시작된 점과 일맥상통한다. 불평등이라는 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공유경제 패러다임이 애초부터 소비의 방식이 아닌 플랫폼 사업자의 비즈니스 모델로 구축이 되다 보니 일종의 인지 부조화가 벌어진 셈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찾으면 역시 현재 우리가 말하는 공유경제의 문제점을 짚어내야 한다. 샤먼하이바오정보기술의 ‘여자친구공유’ 서비스가 지금 우리가 말하는 공유경제가 아니며, 지금 우리가 말하는 공유경제도 모든 직원의 비정규직화를 끌어낼 수 있는 온디맨드 사업에 불과하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공유경제는 최초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고안된 소비의 방식이며,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불황이 시작되며 플랫폼 사업자의 수수료 사업으로, 온디맨드의 방식으로 정착됐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는 현재와 미래의 공유경제를 논할 경우 ‘여자친구공유’와 같은 ‘가짜 사업자’만 양산하게 된다. 지금이라도 공유경제의 패러다임을 내세우는 모든 기업들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간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