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회장의 아들 김 모씨가 설립한 회사 ‘A사’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설립된 지 한 달만에 국내 1위 아동복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는가 하면 대형 화장품 브랜드의 총판을 맡는 등 말그대로 광폭행보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사적·공적인 인맥을 활용해 아들회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해준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운영하는 중소기업현황정보에 따르면 A사는 2015년 1월 김 회장의 아들 김 씨에 의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설립했다. 설립 당시 A사의 자본금은 1000만원에 불과했지만 한 달 뒤인 동년 2월 국내 1위 아동복 업체인 아가방앤컴퍼니, 물티슈 전문제조업체 `에이제이`와 파트너십을 체결한다.

이어 같은해 3월에는 여성육아 용품 온라인쇼핑몰을 오픈했으며 6월에는 자본금을 2억원으로 증액하면서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간다.

오픈도 하지 않은 쇼핑몰과 파트너십을 맺은 국내 1위 아동복 업체

국내 저출산 심화로 육아·아동용품 업체의 매출이 줄고 있지만, 아가방은 34%의 시장 점유율(2016년 말)로 여전히 국내 1위 아동육아용품 제조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런 기업이 김씨가 설립만 해놓고 영업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도하지 않은 신생 온라인 쇼핑몰과 파트너십을 미리 체결했다. 더구나 아가방은 이미 ‘넥스트맘’이라는 공식 온라인몰을 운영하고 있었다.

▲ A사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아가방 제품들. 사진=홈페이지 갈무리

아가방의 대주주는 중국 랑시그룹이다. 랑시그룹은 하나금융그룹과 관련이 있다. 랑시그룹은 지난 2014년 10월 국내법인 랑시코리아를 통해 아가방을 320억원에 인수한다. 하나금융노조에 따르면 랑시그룹의 아가방 인수당시 KEB하나은행(옛 하나은행)중국법인은 금융자문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하나금융은 하나은행 중국법인을 통해 랑시그룹이 세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북경랑자자산관리유한공사에도 거액을 출자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나은행은 북경랑자에 2억5000만위안(약 410억원)을 출자해 지분 25%를 취득한 바 있다. 즉 하나금융그룹은 아가방을 인수한 중국의 랑시그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김 회장의 아들이 세운 A사는 서울 아가방 본사에 입주해 있었던 것이다.  

A사​, 아가방 소유 빌딩에 입주 

꾸준히 사업을 확장하던 A사는 설립 2년차였던 2016년 11월 아가방이 보유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가방빌딩 꼭대기 층인 15층으로 본사를 이전한다. 이 빌딩의 15층에는 아가방의 지주사인 랑시코리아와 박근혜 정부에서 창조경제 모델로 제시했던 요즈마그룹 서울 캠퍼스가 위치해 있다. 1~3층에는 하나은행과 하나은행이 개점한 중국 전문 IPC(International Private Banking Center)지점이 있다.

그러나 최근 김 회장 아들 회사에 대한 의혹이 불거진 후 서울 아가방빌딩 건물정보에는 A사와 랑시코리아 이름이 지워진 상태다.  

▲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아가방빌딩 건물 정보. 왼쪽은 본지가 지난 14일 촬영한 층별 입주 내역, 오른쪽은 24일 촬영한 사진이다. 건물 입주자 내역(왼쪽)에 A사 사명(모자이크처리)이 있었으나, 본지가 A사 관련 내용을 보도한 후인 오른쪽 사진에선 삭제 돼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DB

A사는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도에서도 위치가 삭제됐고 다음 지도에서는 브랜드명으로 등록 돼 있다. 이 브랜드는 하나금융지주의 박문규 사외이사가 대표로 근무했던 에이제이가 제작한 물티슈 제품 이름이다.

같은 층에 있던 아가방의 지주사 랑시코리아의 사무실도 아가방 빌딩 안내판에는 지워진 상태다. 등기상으로 랑시코리아의 본점 주소는 지난 9월 15일 서울 서초구 대현 블루타워 1층과 3층으로 이전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대현블루타워에도 랑시코리아는 입주해 있지 않았다.

대현블루타워 건물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랑시코리아는 지난 10월 20일 대현 그린타워로 이전했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랑시코리아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 A사 홈페이지에 게재된 연혁. 왼쪽은 본지의 보도 전(11월 10일), 오른쪽은 보도 후(11월 23일)다. 보도 후 연혁에는 아가방, 에이제이와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내용이 삭제돼 있다.

또 A사는 홈페이지 연혁에서 2015년 2월 아가방·에이제이(하나금융지주 박문규 사외이사가 주주인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내용을 삭제했다.

익명의 하나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 내부에선 김정태 회장이 개인적·업무적 친분을 활용해 아들 회사 쪽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랑시그룹 지분투자 L&P코스메틱, 관계사 A사에 총판 맡겨

A사는 마스크팩 브랜드 ‘인투스킨’의 국내 총판도 담당하고 있다. 인투스킨은 중국에서 출범한 화장품 회사인 ‘뷰티시그널’의 브랜드다. 뷰티시그널은 L&P코스메틱의 유명 마스크팩 브랜드 메디힐의 중국 판매채널 중 하나이며 뷰티시그널과 L&P코스메틱은 2014년 6월 중국 진출과 관련해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 인투스킨 홈페이지. A사(빨간 박스 안)가 총판을 담당하고 있다. 사진=인투스킨 홈페이지 갈무리

L&P코스메틱은 메디힐 마스크팩 판매로 연 매출 4000억원을 달성하면서 IPO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기업이다. 물류업계에 따르면 뷰티시그널이 신생기업이라 할 수 있는 자본금 2억원의 A사에 새 브랜드 총판을 맡긴 것은 쉽게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이에 앞서 랑시그룹은 자회사인 랑시홍콩을 통해 지난 2015년 12월 L&P코스메틱에 600억원을 투자, 지분 10%가량을 확보한 바 있으며 신동일은 L&P코스메틱의 사외이사로 있다. 랑시그룹은 L&P코스메틱 투자 당시 자회사인 중국의 사모펀드 ‘오로라 PE’를 통해 추가적인 투자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창국 뷰티시그널 대표는 "A사와 유통 관계를 맺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A사 김 전 대표와 개인적인 친분으로 인투스킨 총판을 맡겼다"고 말했다.

오로라 PE는 랑시그룹을 비롯한 중국 상장기업들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해 창업 및 인수투자를 목적으로 설립된 사모펀드로, 지난 2016년 3월 하나은행과 한·중 투자업무 협약을 맺었다.

 

[‘김정태회장, 하나금융그룹 투자사 동원 아들 지원의혹’ 관련 반론 보도문]

본 인터넷신문은 지난 2017년 11월24일자 ‘김정태회장, 하나금융그룹 투자사 동원 아들 지원의혹’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A사는 아가방앤컴퍼니와 체결한 온라인쇼핑몰 운영 컨설팅 계약에 따라 A사가 용역을 수행하기 위하여 아가방 건물에 상주했던 것이고, B제품은 OEM제조업체가 에이제이로서 A사가 주문제작, 판매하는 제품이라고 알려왔습니다. 또 A사는 하나금융그룹의 주선이나 영향없이 독자적으로 에이제이와 거래한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