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지주 수장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잇따르고 있다. 금융지주사 내 각종 금융회사들을 아우르고 이끌어야 할 CEO들이 인사비리 등에 연루돼 자택은 물론 사무실까지 압수수색을 당했다. 내부 직원들에 의해 검찰에 고발된 사례도 있다.

수사선상에 있거나 비리의혹을 받고 있는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글로벌 영업확장 등을 화두로 미래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오히려 본인들이 새로운 먹거리 찾기의 가장 큰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내로라하는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연임에 도전한다. 사외이사들이 주축인 회장추천위원회는 비리 의혹이 있거나 검찰의 수사 선상에 있어도 현직 회장을 추천했다. 때로는 단독후보로 내세우기도 한다.  사외이사들 대부분은 현직 회장의 우군들로 구성돼 있다. 우리 모두가 그동안 묵과하고 있어서다. 

금융지주회사 회장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거세지면서 지주사 무용론도 나온다. 금융지주사 회장은 서열상 은행장 위에 군림한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실제 금융지주사 직원은 많아야 100여명이다. 금융지주사는 직접 사업을 할 수 없는 것이 일반지주사와 다른 점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금융지주사는 금융업 자회사를 거느릴 수 있지만 직접 경영할 수는 없다. 금융지주 회장은 지배구조상 직원 1~2만명을 거느린 은행장을 관리·감독한다. 은행장 입장에선 옥상옥(屋上屋) 자리가 금융지주 회장이다.

금융지주회사는 미국에서 시작했다. 금융사 덩치(자산·자본금)를 키우고 창구 한곳에서 금융 관련 온갖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한다는 취지로 출범했다. 우리나라에선 IMF(국제통화기금)체제 직후인 2000년 금융지주회사법이 만들어졌고 2001년 우리금융지주사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후 13개까지 늘어났다.

금융지주사 등장 16년 지난 오늘. 우리는 신용과 청렴을 최고의 값어치로 삼아야 할 금융지주사가 회장의 비리 혐의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지나치도록 자주 마주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이광구 회장은 11월 초 자진 사퇴했다. 지난해 신입행원 공채과정에서 비리로 검찰이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자 곧바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NH농협금융지주 김용환 회장은 검찰의 수사선상에 있다. 수출입은행장 시절 인사비리 의혹을 받고 있다. 전임 수출입은행 부행장의 자녀를 금감원에 인사청탁한 혐의다. 

KB금융지주 윤종규 회장은 11월 20일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확정됐다. 경찰이 사내 설문조사에 사측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기위해 지난달 3일 KB국민은행을 전격 압수수색한 후 예정대로 일어난 일이다. 윤 회장의 연임은 확정됐지만 이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하나금융노조는 금융감독원에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제재를 요청해 놓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됐던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독일 프랑크푸르트 법인장의 임원 승진 인사와 최 씨의 전 남편 정윤회 씨 동생이 부사장으로 있던 회사에 대한 부실대출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이에 앞서 김 회장은 이미 지난 6월 노조로부터 검찰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내년 3월 세번 째 연임 도전을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여러 차례 밝혔다. 국내 5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CEO 리스크가 아직까지 없는 곳은 2곳뿐이다.  3곳은 이런저런 문제로 시끄럽다. 이런 나라가 자본주의 국가 맞나 싶다. 

국내 금융기관이 IMF체제 이전보다 몸집이 커진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선진금융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는가'라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라고 답하기가 곤란하다.

코스피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CEO 리스크가 있는 금융지주 종목들의 주가는 횡보세 내지 약세다. 외국인 금융지주사 주주들이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당국이 외국인 투자자들보다 오히려 사태파악에 둔감한 듯하다.

인사비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금감원이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기능을 잊은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다.

금융기관이 비리의 온상이라면 자본주의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 금융당국은 언제까지 금융권 CEO 리스크를 내버려둘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