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The Conversation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가 인터넷 경제의 핵심 가이드라인이었던 '망 중립성 규칙(Net Neutrality Rules)'을 폐지하기로 했다.

FCC는 다음달 14일 열리는 전원회의에서 망 중립성 규칙 폐지에 대한 안건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공화당이 위원회 5석 중 3석을 차지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버라이즌, AT&T, 컴캐스트 등 통신사업자들은 환영하고 나섰지만 구글, 페이스북 등 IT 기업은 반발하고 있다.

망 중립성 규칙은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도입됐다. 언론들은 이 원칙이 폐지되면 정보통신(IT)업계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고 우려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의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을 둘러싸고 통신회사, 콘텐츠 사업자 등 업계 간 이해가 엇갈린다. 현 정부는 망 중립성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지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망 중립성 폐지가 “중장기적으로 국내 통신업체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망 중립성이 무엇이길래 지금 이렇게 관심이 집중되는 것일까.

망 중립성 문제는 지난 10년 동안 뉴스에 줄곧 등장해 온 단골 메뉴였다. 그런데 그것은 매우 복잡하다. 왜 이 문제가 다시 언론에 등장했는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이에 대한 간결한 문답을 게재했다.

망 중립성이란?

인터넷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사업자(통신사)는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고 차별 없이 다뤄야 한다는 원칙이다. 망을 보유하지 않은 회사(구글, 페이스북 등 인터넷 사업자)도 같은 조건으로 망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망 중립성은 케이블 공급자 컴캐스트나 무선통신사업자인 AT&T 같은 인터넷 서비스를 판매하는회사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어떤 컨텐츠가 흐르도록 지시하거나 특정 웹사이트로의 연결을 의도적으로 늦추거나 빠르게 할 수 없다는 개념이다. 이것은 페이스북에서 동영상을 보거나 유튜브레서 동영상을 보거나 로딩 속도가 같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규칙에는 몇 가지 주요 요소가 있다. 차단 불가(인터넷 공급자가 웹 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차단할 수 없음을 의미). 조절 불가(인터넷 공급자가 고의적으로 웹 사이트의 연결 속도를 늦추거나 완화시킬 수 없음을 의미), 유료 우선순위 부여 불가(유튜브 같은 웹 사이트가 인터넷 공급자에 돈을 내고 지속적으로 빠른 로딩 시간을 보장받을 수 없음을 의미), 투명성(인터넷 공급자가 인터넷 속도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를 공개해야 함을 의미).

▲ 출처= GoDaddy

이런 일을 하는 인터넷 제공자에 사람들이 왜 관심을 기울여야 하나?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가정에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설치하는데 한 두 가지 선택 밖에 없다. 이것은 인터넷 제공자들이 통제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국에 4개 밖에 없는 무선통신 사업자들이 이런 규칙을 항상 따르지는 않았지만 2015년 규칙 도입 이후에는 이를 준수해야 했다.

현 상태(망 중립성 규칙이 있는 상태)에서 가장 득을 보는 사람은?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이 많은 동영상을 제작하는 웹 사이트는 인터넷 트래픽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광고 및 구독에서 많은 돈을 벌고 있다. 아마도 인터넷 공급자는 그로 인해 좌절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그 모든 데이터를 전송하는 연결망을 넓히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야 하지만 웹 트래픽이 그렇게 증가해도 정작 자신들에게는 별로 돈이 되지 않았다.

망 중립성 폐지는 이미 결정된 것인가?

망 중립성에 대한 싸움의 대부분은 FCC가 이런 규칙을 제정할 권한이 있느냐에 관한 것이었다. 인터넷 제공자들은 두 차례의 소송을 제기해 모두 승소했다. 2015년 오바마 행정부 하에서 FCC는 인터넷을 유틸리티로 재분류했고, 법원이 이에 동의하면서 FCC에 망 중립성 규칙을 집행할 권한이 있음을 인정했다.

누가 폐지를 바라는가?

버라이즌, 컴캐스트, AT&T 같은 인터넷 제공자들은 망 중립성 규칙이 폐지되더라도 콘텐츠를 차단하거나 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2015년에 채택한 ‘인터넷을 유틸리티’로 보는 규칙을 부각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왜, 지금 그것이 쟁점이 되고 있나?

트럼프 행정부는 망 중립성 규칙이 그 취지와 달리 규제적 측면이 있다는 점을 주장했다. 망 중립성 규제가 통신사의 망 신규투자를 감소시켰고 일자리 창출 기회도 앗아갔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공화당원 아짓 파이 FCC 위원장은 망 중립성과 유틸리티 분류가 혁신과 투자를 저해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임명 직후 “인터넷 사업자들에 대한 규제는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망 중립성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이후 FCC는 5월 전체회의에서 망 중립성 폐지 절차에 착수하기로 결정하고 연말에 최종 표결할 방침을 세웠다. 그의 제안은 12월 14일 FCC 위원들에 의해 표결로 결정될 예정이지만, 통과가 확실시 된다.

규칙이 없어지면 인터넷은 어떤 모습이 될까?

한 마디로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인터넷 공급자가 특정 웹사이트와 지불 거래를 협상 하는 것이 가능해 진다. 하나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자. 넷플릭스가 인터넷 공급자와 지불 계약을 맺으면 인터넷 공급자는 넷플릭스의 접속 속도는 빠르게 해주고 경쟁업체의 접속 속도를 늦출 수 있다. FCC의 파이 위원장은, 기업들이 소비자들이 원하는 온라인 서비스를 더 낮은 비용으로 제공하고 더 신뢰할 수 있는 연결을 보장해 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광대역 사용 요금도 바뀌나?

이론적으로 광대역 회사는 케이블TV 패키지처럼 웹사이트의 여러 패키지에 요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그런 계획을 발표한 회사는 없다. 그들은 대부분 인터넷 사용, 특히 비디오 스트리밍, 접속 급등(surge)처럼 더 높은 가격의 초고속 광대역 연결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파이 위원장은 망 중립성이 폐지되면 인터넷 회사들이 소비자보다는 웹사이트에서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광대역 요금은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출처= savetheinternet.com

앞으로 누가 이것을 감시하나?

FCC는 인터넷 공급자가 자신들이 어느 웹사이트의 접속 속도를 조절하거나 접속을 막거나 유료 우선 순위 계약을 했는지 공개해야 한다. FCC는 연방통상위원회(FTC)가 불공정 거래 관행이나 반경쟁적 행동을 하는지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더 이상 망 중립성에 대한 뉴스를 듣지 않게 되나?

그렇지 않다. FCC의 이번 조치는 법적 차원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언제든 민주당이 정권을 잡게 되면 파이 위원장의 결정을 뒤집을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의회가 법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콘텐츠 사업자들과 소비자 단체는 망 중립성 폐지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지난 7월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포함한 8만 개가 넘는 웹사이트가 망 중립성 폐지에 항의하는 온라인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통신사 및 케이블TV 업체들이 자신들의 서비스와 콘텐츠에 우대적 혜택을 제공해, 신생 벤처기업의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FCC 위원장을 지낸 줄리어스 제나초위스키 역시 “반(反) 차별과 투명성을 위한 망 중립성 원칙은 혁신과 투자의 생태계 조성에 기여해왔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들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IT 전문매체 기즈모도는 “거대 통신사들이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통제해 수백만 명의 미국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은 “인터넷 언론의 자유에도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