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순방이 끝났다. 그의 아시아 순방이 주목받았던 이유는 북한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재 국제정치 체계가 미중 양국 간의 경쟁으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이후 중국의 부상은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으며 동시에 미국의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쇠락하기 시작했다. 지난 오바마 정부 8년간 미국은 국내 경제살리기에 몰두할 수 밖에 없었으며, 힘빠진 미국은 부상하는 중국으로부터의 도전과 무시를 참아내야만 했다.

셰일가스혁명으로 경제력을 회복한 미국은 이제 중국때리기에 공세적인 입장이다. 물론 미중 간 깊게 형성된 경제적 상호의존성(economic interdependence)으로 인해 효율적인 중국때리기는 힘든 상태이지만, 미국의 중국견제는 매우 적극적이다. 동시에 중국은 시진핑 2기 정부를 시작하며 공세적 대미 외교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소위 공격적이지는 않지만 공세적인 대미외교이다. 미중 양국의 본격적인 경쟁 구도가 시작이다. 트럼프의 아시아 순방이 주목받았던 이유이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예측불가성은 이번에도 제 역할을 했다.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의 아시아순방 이전에 한미 양국이 대북 군사옵션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해서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순방의 주요 목적을 북핵문제에 있다고 강조하였기에, 대북군사옵션 관련 발언은 한국 내 주요 관심문제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트럼프의 아시아순방이 전개되면서 그의 주요 목적은 경제적 이윤을 끌어내는데 있었다. 북핵은 단순히 이를 위한 도구였다. 일본을 방문한 트럼프대통령은 아베총리가 원했던 미일동맹 강화 및 중국견제를 목적으로 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비전’에 대해 공동발표을 했다. 동시에 그는 미일 간 공정하고 열려있고 호혜로운 무역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일본을 압박하기도 했다.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그의 목적은 더욱 분명해졌다. 북핵정책에 대해 한국의 주도를 인정했으며, 한국이 원하던 전략자산 순환배치의 확대 및 강화를 합의해주었다. 국회연설에서 그의 입장은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고자 하는 미국의 기타 대통령과 별 다름 없었다. 그러나 그는 한미동맹의 강화와 한국의 기여를 위한 평택 미군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언급하여 보는 사람들을 의아하게 했다. 한국을 방문하면서 그는 한미자유무역협정에서 공정하고 호혜로운 협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한국에 대한 75억달러 상당의 미국 무기판매를 매듭지었다. 그의 주요 관심사는 경제적 이윤이었다.

미중정상회담에서 중국은 미국 측에 2500억달러짜리 구매‧투자협약을 제시했다. 대가로 미국은 북한문제와 관련하여 중국과 타협했다. 경제적 실리를 위해 북한문제와 관련하여 중국과의 이견을 최소화한 것이다. 미중 간 합의내용은 평양에 전달되었지만, 북한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북한문제와 관련하여 미국과 각을 세우고 싶지 않았던 중국의 입장은 어긋나게 된 것이다. 이제 미국은 더욱 중국역할론을 강조하면서 중국을 압박하기 시작할 것이다.

언뜻 보면 트럼프의 아시아순방은 성공적이라고 보여진다. 경제적 실리를 챙기고 북한문제와 관련하여 계속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문제는 중국 시진핑의 대미외교는 중장기적이며 매우 전략적이라는 점이다. 미국을 능가하기 위해 장기적 전략을 짜고 이를 유연하게 추진하는 중국에 비해 트럼프의 전략은 매우 피상적이며 단기적이다. 미국은 2차대전 이후부터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는 데 기반이 되었던 소위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를 잊고 있다. 이 틈새를 중국이 자국중심의 규칙을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다. 아직 미중 간 패권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장기적인 전략이 부재한 미국은 허점이 너무 많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