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 KT가 23일 움직이는 기가지니 LTE를 포함한 기가지니 패밀리를 전격 공개했다.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미 출시된 기가지니의 파생 플랫폼을 출격시킨 것이다. 아마존이 에코를 중심으로 에코닷과 같은 파생 인공지능 스피커 플랫폼을 출시해 펴는  스마트홈 전략을연상시키며, 최근 SK텔레콤이 야심차게 출시한 누구 미니의 이동형 사용자 경험을 한 단계 고도화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 기가지니 패밀리. 출처=KT

인공지능은 거들 뿐...패밀리 출격

KT의 인공지능 스피커 기가지니는 IPTV 시장의 강자 KT에게 어울리는 멀티미디어 환경을 기반으로 한다. 음성을 인터페이스로 삼지만 시각 사용자 경험도 동시에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웨이브, 카카오의 카카오미니가 네이버뮤직과 멜론이라는 음원 콘텐츠를 핵심으로 삼는다면 KT의 기가지니는 복합적인 시청각 인터페이스가 가능하다.

스피커도 인공지능을 담아내는 하나의 인터페이스 중 하나다.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 기술력이며, KT는 여기에서 통신3사 중 두드러지는 활약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제휴사와 함께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AI 테크센터를 열었고 최근에는 교육센터도 마련해 인적자원 개발에 나섰다. 지난 10월에는 제휴사, 개발사들이 기가지니에 원하는 대화 서비스를 구현 및 적용할 수 있는 다이어로그 키트(Dialog Kit), 안드로이드와 IOS 음성인식 라이브러리를 추가한 보이스 키트(Voice Kit) 등 3가지 기가지니 개발 키트를 공개하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의 인재 인프라와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통신사의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KT의 기가지니 패밀리도 그 연장선에 있다. 연말까지 50만 가입자 돌파가 예상되는 기가지니의 기초체력을 중심으로 3종의 새로운 파생 플랫폼을 공개했다.

공개와 동시에 판매를 시작한 기가지니 LTE가 눈길을 끈다. 하만카돈과 협력했으며 기가지니 플랫폼을 기반으로 삼아 지니뮤직, 뉴스브리핑, 라디오와 같은 미디어 서비스를 비롯해 감성대화와 생활정보조회, 지식검색 등 대화형 비서 서비스, 도어락과 안전밸브, 가전기기 제어와 같은 홈 IoT 기능을 제공한다.

핵심은 LTE 라우터 기능 탑재다. 야외활동에서 나만의 와이파이 환경을 구성해 노트북, 스마트폰 등에서 부담 없이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다. 텀블러와 비슷한 크기(7x7x17cm)로 휴대성이 뛰어나며, 블랙 컬러 원통형의 깔끔한 디자인이다. 배터리는 4100mAh로 오디오 재생 기준으로 최대 8시간 연속 이용 가능하다. LTE 기반 서비스인 만큼 데이터 요금제 가입이 필요하다.

기가지니 LTE 출시 가격은 26만4000원이지만 LTE 데이터 요금제로 제공되는 공시지원금을 감안하면 실 구매가는 5만9000원에서 9만8000원이다. 네이버뮤직, 멜론 1년 가입을 전제로 사실상 무료로 풀리는 웨이브와 카카오미니와 닮았다.

기가지니 버디와 기가지니 키즈워치도 출시될 예정이다. 모두 하만카돈과 협력했으며 기본적인 지능형 대화 기능 등이 지원된다. 기가지니 버디는 거실이 아닌 방에서 사용하며, 기가지니 키즈워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음성통화, 짧은 메시지 송수신, 카메라 등 유용한 기능과 함께 어린이 안전을 위해 상황 알림, 긴급 통화, 무전톡 등 부가 서비스를 추가할 예정이다.

▲ 기가지니 패밀리. 출처=KT

의미심장한 포인트

최근 인공지능 스피커는 사실상 무료로 풀리고 있다. 이유가 뭘까? KT경제경영연구소 디지에코에서 발행한 최근 보고서에서 문형철 이화여대 교수는 "사용자 경험에서 인사이트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인공지능 기능이 완전하지 않은 가운데 단기 관점으로 기기를 일단 보급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뜻이다. 나아가 음원 서비스 강화에 따른 생태계 전략, 스마트홈 시장 선점의 의도가 깔려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KT 기가지니 LTE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에코닷과 같은 에코 파생 플랫폼을 공개하는 아마존의 전략과 동일하다. 아마존은 다수의 에코 파생 플랫폼을 출시했으며 이를 거실과 방으로 나눠 배치하는 것을 유도한다. 스마트홈의 구동반경을 단순히 거실로 두지 않는 상태에서 음성을 기반으로 하는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함이다.

상상하면 이해가 쉽다. 아마존 에코 하나라면 거실에서 아버지도 쓰고 어머니도 쓰고 딸도 쓰고 동생도 쓴다. 그런데 딸이 에코에게 "내 남자친구와 언제 비밀 데이트한다고 약속했지?"라고 물을 수 없는 법. 이는 촘촘한 인공지능 생태계 전략과도 연결된다.

SK텔레콤 누구 미니도 아마존의 방식이다. '이동형'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굳이 거실이 아니라 방, 혹은 야외에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높이가 6㎝, 지름 8㎝로 작아지면서 무게도 기존 누구와 달리 219g으로 줄었다. 외부기기와 연결해 소리를 출력할 수 있는 라인아웃 단자도 탑재했으며 제조는 음향기기 전문 기업 아이리버가 맡았다.

▲ 누구와 누구 미니. 출처=SK텔레콤

KT 기가지니 LTE는 SK텔레콤 누구 미니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단순히 이동하며 사용할 수 있는 기기가 아니라 LTE 라우터를 통해 무선 인터넷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물론 별도의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나 '이동형'이라는 키워드로만 보면 분명 진일보한 사용자 경험이다.

기가지니 버디, 웨어러블인 기가지니 키즈워치 등은 스마트 인공지능 스피커가 거실을 포함해 집 곳곳에 기기가 배치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이 누구 미니만 출시한 반면 KT는 더욱 정교한 플랫폼 세분화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누구는 SK텔레콤의 내비게이션인 T맵과 연동되어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반 인프라를 다지는 중이다. 각 기기의 지향점이 다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면 케이뱅크와 같은 인터넷전문은행과의 시너지도 예상할 수 있다. 케이뱅크는 소위 '카우치 뱅크'라는 이름으로 쇼파에 누워 편하게 즐기는 금융 사용자 경험을 지향한다.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해석될 수 있으며, 여기에 KT의 파생 플랫폼들이 각각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 전망이다.

KT 임헌문 Mass총괄사장은 “기가지니는 KT가 추구하는 사람을 위한 혁신기술을 담고 있다”며, “기가지니 LTE와 같은 후속 서비스를 통해 인공지능을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한, “다양한 파트너사와 협업해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하고,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맞춤형 인공지능 생태계를 목표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