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불과 두달 전 직원을 폭행하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합의금을 전달하는 등 ‘갑질 논란’으로 질타를 받았던 권 회장이 비위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KTB투자증권 내부에서는 경영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22일 권 회장이 수억원대 회삿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 등으로 KTB투자증권 여의도 본사 회장실과 감사실, 권 회장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에 따르면 권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혐의를 받고 있다. 거찰은 이번 압수수색 과정에서 내부 문서 등을 확보해 권 회장이 회삿돈을 어디에 얼마나 사용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KTB투자증권 등 복수의 증권사를 대상으로 현장 검사를 했었다. 당시 금감원은 권 회장이 수년간 미국과 유럽 등지를 돌며 미술품 경매 등에 회삿돈 6억~7억원가량을 사용한 정황을 포착했고, 지난 9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권 회장, 금고형 이상 확정시 KTB투자증권 경영권 박탈될 수도

권 회장은 1990년대 각종 인수합병 등을 통해 벤처기업계에서 이름을 높인 인사다. 1998년 미래와사람 대표로 재직하던 중 KTB를 인수했다. 당시 KTB는 국내 최대 벤처투자회사로 이름을 날렸다. 권 회장은 KTB를 인수한 이후 ‘KTB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바꿨다. 2008년 증권업으로 전환한 뒤 2009년 2월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았다.

문제는 권 회장이 현재 KTB투자증권 지분의 약 22%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라는 점이다. 최근 권 회장을 둘러싼 문제들이 경영권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권 회장을 비롯해 지난해 선임된 이병철 부회장과 최석종 대표이사 등 3명이 대표로 있는 3톱체제를 이루고 있다.  

이 중 이 부회장은 선임 이후 꾸준히 지분을 늘려 16.4%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권 회장 다음으로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한 2대 주주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과 권 회장의 갈등설이 오가고 있다. 이 부회장이 권 회장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갈등설이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이 부회장의 자사주 매입은 권 회장과 맺은 주주 간 계약의 일환이라고 설명한다. 이 부회장이 지난 9월부터 추가로 회사 지분을 매입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권 회장이 검찰조사를 통해 횡령·배임 혐의가 확정되고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게 되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원자격이 박탈될 수 있다. 이 경우 주주로서 의사 결정에는 참여할 수 있으나, 실질적인 경영에는 참여하기 어렵게 된다.

신뢰가 우선인 금융권에서 당장 권 회장의 경영권 행사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이런 문제는 벌써 두 번째다. 지난 1996년 권 회장이 한국M&A 대표이사로 재직할 당시 감독당국 조사에 걸려 내부거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자신이 M&A를 중개한 기업의 주식을 경영권 이전 전에 되팔아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였다. 불과 두 달 전에는 자사 직원을 폭행하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합의금을 전달하다 ‘갑질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현재 KTB투자증권에는 고객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회사는 오너 리스크로 인해 회사 영업상 문제가 생길 여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KTB투자증권측은 “검찰 조사가 어떻게 나오는지 두고 봐야 한다”면서 “다만 권 회장을 둘러싼 문제가 계속해서 일어난다면 경영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