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21세기폭스사가 영화 스튜디오, 미국 케이블 네트워크, 해외 사업 일부를 매각한다고 밝혔다. 일부 보도를 통해 디즈니가 가장 유력한 인수자로 전해졌지만 협상은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미국의 최대 케이블TV 업체인 컴캐스트와 1위 이동통신사 버라이즌도 21세기폭스 인수에 관심을 보인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번 대형 M&A 기록이 쓰여지면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는 또 한 번의 새로운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영화를 비롯한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국내에 한정해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글로벌 전체를 하나의 시장으로 놓고 좀 더 폭넓게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미 세계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격전이 날로 치열해지는 중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끊임없이 몸집을 키우고 있다. 이들의 생존전략을 요약하면 ‘M&A를 통한 초대형화’, ‘글로벌 수직통합 기반 시장 지배력 강화’, 그리고 ‘이종산업과의 결합을 통한 밸류 체인(Value Chain) 확보’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기업들의 ‘M&A를 통한 대형화’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됐다. 현재 글로벌 TOP 5 극장사업자는 완다그룹, 리갈시네마, 시네마크, 시네폴리스, 그리고 CGV 순이다. 2위인 리갈시네마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자들은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웠다. CGV 역시 작년 터키 최대 영화사업자인 마르스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TOP 5로 거듭났다. 반면, 미국을 기반으로 오랫동안 글로벌 1위를 유지하던 리갈시네마는 현실에 안주하다 1위에서 2위로 내려앉는다. 바로 완다가 AMC를 인수한 2012년이 그 분기점이 됐다.

특히 중국 미디어 그룹들은 자국 및 아시아권 내 M&A에서 벗어나 북미 기업에 대한 투자를 감행했다. 그 대표 주자로 완다그룹을 손꼽을 수 있다. 정부의 규제로 지금은 다소 주춤하긴 하지만 완다그룹은 엄청난 속도로 M&A를 추진하며 초대형화의 길을 걸었다. 미국 AMC를 시작으로 미국 카마이크, 유럽 1위 오데온&UCI, 호주 1위 호이츠, 북유럽 1위 노르딕 시네마 등을 인수하며 전 세계 1만5000개에 육박하는 스크린을 확보했다. 영화관 외에도 할리우드 대형 영화제작사 레전더리 픽쳐스를 사들였고,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추가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글로벌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그룹이 펼치는 또 다른 전략은 바로 ‘수직통합’이다. 뉴미디어 사업자의 등장과 글로벌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플랫폼과 콘텐츠 역량 강화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거대 통신 미디어·엔터테인먼트의 탄생이 줄을 잇고 있다. 컴캐스트는 NBC를, 버라이즌은 AOL, 야후를 확보했다. 미국 이동통신업체 2위인 AT&T와 미디어업계 3위인 타임워너도 결합을 추진 중인 상황이다. 앞서 살펴 본 완다그룹 역시 수직통합의 모범을 보여준다. 완다그룹은 극장사업을 시작으로 영화산업 전 영역의 수직통합 전략을 추진했다. 투자·제작부터 배급·마케팅, 티켓 예매 대행, 광고와 테마파크로 구성된 기타 사업까지 영화생태계 내 전 분야에서 자신들의 영역을 구축했다.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성을 높인 이 시스템은 완다그룹이 빠르게 글로벌로 확장할 수 있도록 한 기반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종산업 결합’을 빼놓을 수 없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 간의 결합을 넘어, 글로벌 IT 기업들의 본격적인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시장 진입이 본격화되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 IT 대기업이 글로벌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그룹과 어떤 식으로 결합할지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예컨대 텐센트, 알리바바는 M&A를 통해 북미 진출까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텐센트는 지난 2015년 9월에 텐센트 픽쳐스를 설립한 후 미국 신생 배급사인 STX 엔터네인먼트에 지분 투자했다. 향후에는 메이저 스튜디오 인수 의사까지 표명한 상태다. 알리바바는 2016년 10월 자회사인 알리바바 픽쳐스를 통해 스필버그 제작사로 알려진 미국 엠블린 파트너스에 대한 지분 투자와 공동 사업 추진을 발표했다. 미국 IT 대기업인 애플, 아마존, 구글 역시 자체 제작 콘텐츠를 본격화하면서 넷플렉스, 바이어컴 등의 인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이런 글로벌 상황을 감안할 때 여전히 우리나라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시각이 국내에만 머물러 있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많다. 우리도 조속히 글로벌화에 공을 들여야 한다. 글로벌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확장 전략을 참고해 문화공룡 미국과 중국에 맞설 글로벌 문화기업을 육성하는 것만이 K-컬처의 확장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어갈 수 있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