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약사 로슈의 혈우병 신약 ‘에미시주맙(제품명 헴리브라)’이 세계 최초로 미국에서 승인을 받았다.

미국 FDA는 헴리브라를 혈액응고 인자(VIII, 8)가 결핍된 A형 혈우병 환자에 대해 주 1회 피하투여 예방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난 16일(현지시간) 승인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로슈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 로슈의 신계열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에미시주맙)'가 미국 판매 승인을 받자 저조하던 로슈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출처=구글

혈우병 80%가 A형 혈우병, 국내 환자 1600여명

혈우병은 타고나는 유전병 중 하나로 혈액응고인자가 없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상처가 나면 혈액응고인자가 없어 피가 멈추는 데 정상인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혈우병은 A형, B형, C형 모두 세 가지가 있다. 그 중 A형 혈우병은 응고인자 중 VIII인자가 부족해 발생하는 병이다. A형 혈우병은 혈액응고인자가 X염색체상에 있는 열성유전자이기 때문에 열성 반성유전을 한다. 그래서 X염색체가 하나인 남성에게서 주로 발병한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원에 따르면 혈우병은 남성 약 5000명 당 1명 꼴로 발생하며, A형 혈우병 환자가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국내 A형 혈우병 환자는 약 1600여명에 달한다.

일부 환자들은 응고인자 Ⅷ 저해물질 또는 항체로 알려진 면역반응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항체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혈우병 치료제들이 약효를 나타내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기존 혈우병 치료제는 대부분 혈액 내 부족한 응고인자를 만들어 보충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항체 생성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많았다. 여기에 일주일에 2번 이상 정맥주사를 해야 해서 감염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에미시주맙’은 혈액에서 다른 응고인자들과 결합해 응고작용이 회복되도록 돕는 기전을 나타내는 새로운 계열의 약물로, 주 1회 피하주사(피부 아래에 투여)로 그 효과가 지속되는 편의성을 갖췄다.

임상 시험서 출혈 발생률 87% 급감, 정기 투여군 87% 출혈 無

‘에미시주맙’의 효능과 안전성은 임상 3상 ‘HAVEN 1 시험’과 ‘HAVEN 2 시험’ 등 2건의 임상시험에서 도출된 자료를 근거로 확립됐다. 5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결과에 따르면 ‘에미시주맙’을 투여받은 그룹은 치료를 필요로 한 연간 출혈 발생횟수가 약 2.9회에 불과했다. 예방제를 투여받지 않은 대조그룹은 이 수치가 약 23.3회였다. ‘에미시주맙’ 투여그룹의 출혈 발생률이 87%나 급감한 것이다.

게다가 ‘에미시주맙’ 투여그룹은 혈우병 관련 증상들(통증을 수반한 종창이나 관절통)과 신체 기능수행(움직일 때 통증 수반, 보행장애) 등이 대조그룹에 비해 괄목할 만하게 개선된 것으로 파악됐다. 2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다른 임상에서는 정기적으로 ‘에미시주맙’을 투여한 그룹의 87%가 전혀 출혈을 일으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임상 시험에서 해당 약물을 정기 투여한 그룹의 10%만 주사부위반응, 두통, 관절통 등의 부작용을 나타냈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에 ‘에미시주맙’은 2015년 FDA로부터 획기적치료제로 지정되면서 우선심사가 이뤄졌다.  유럽에서는 지난 6월 유럽의약품청에 승인이 신청됐으며 신속심사로 지정되기도 했다.

로슈의 산드라 호닝(Sandra Horning) 글로벌 제품개발 부문 대표 겸 최고 의학책임자는 “응고인자 저해물질들을 나타내는 A형 혈우병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제가 지난 20년 가까운 기간 동안 개발되지 못했다”면서 “‘헴리브라(에미시주맙)’는 혈우병에 대한 안전성을 개선하고 혈우병 항체환자의 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많은 환자들이 이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FDA는 ‘햄리브라’ 제품라벨에 혈전 발생 위험 관련 블랙박스를 부착하도록 했다. 이를 투여받는 동안 출혈을 치료하기 위해 24시간 이상 응급 치료약물을 투여받았던 환자들에게서 중증 혈적이 관찰됐기 때문이다.

가격은 첫해에 48만2000달러, 다음 해에 44만 8000달러로 설정됐다. 미국 의약전문지 피어스파마가 최근 보도한 것에 따르면 ‘햄리브라’의 2025년까지 매출은 20억달러로 전망됐다.

▲ '에미시주맙'의 국내 판권을 보유한 JW중외제약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출처=구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A형 혈우병 치료제 처방액은 연간 1500억원에 이른다. 국내에서는 JW중외제약이 ‘에미시주맙’의 국내 판권을 획득했다. ‘에미시주맙’의 미국 판매 승인이 확정된 후 JW중외제약의 주가도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지난 5월 로슈그룹 산하 쥬가이제약과 ‘에미시주맙’의 국내 판매를 위한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에 따르면 ‘에미시주맙’은 현재 국내 출시를 위한 허가를 밟고 있는 중으로, 빠르면 2019년 말 국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피하주사, 주 1회만 투여하는 특징을 가진 에미시주맙은 혈우병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소아 환자가 많은 A형 혈우병 환자들의 사용 불편감을 줄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분석기관에서도 에미시주맙이 2026년 치료제  시장에서 연매출 5조원 올릴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W중외제약 한성권 대표는 “평생 치료제를 정기적으로 투여받아야 하는 A형 혈우병 환자들에게 치료제의 선택은 중요한 문제”라면서 “에미시주맙의 허가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해 한국의 A형 혈우병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